메뉴 건너뛰기

분노의 함성 06-2호 ② 정세를 반전시킬 핵심고리를 잡자

해복투 2006.10.23 조회 수 1918 추천 수 0




정세를 반전시킬 핵심 고리를 잡자.

06년 7월 12일 발전노조 전 조합원 임시 총회가 있었고, 9월 4일 파업에 돌입했다. 애초 파업 돌입기간을 8월 27일에서 1주일 연기했던 기간을 포함해서 두 달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이 두 달간 발전노조는 과연 무엇을 하였던가. 7월 12일 임시총회 이후 사측은 대대적인 징계를 위한 감사를 진행하였고, 노동조합에서는 수세적 대응에서 공세적 대응을 펼치며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파업은 실패로 막을 내려야 했는가.

발전노조는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면서 준법투쟁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 지침을 이행케 하고, 관리하여 사측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어야 하는데 발전노조 쟁대위는 그러지 않았다. 쟁대위의 역할은 지침을 내리는 것뿐이었다. 쟁대위는 지침 이행이 잘 되는 지부와 안 되는 지부를 점검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야 했다. 쟁대위는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모든 지부가 알아서 쟁대위의 지침을 잘 따라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 어떤 조직이라 할지라도 그처럼 평균적으로 상향된 투쟁력을 일상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더구나 사측이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파괴하기 위하여 개별 감사를 벌이고, 조합원들의 투쟁 의식을 위축시켰다. 쟁대위의 대응보다 사측의 대응이 더 기민했고, 효과를 보았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8월 27일 돌입하겠다던 쟁의를 9월 4일로 연기하게 만들었다.

조직은 투쟁을 통해 강화된다. 조직 없이 투쟁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조직이 강화되길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 꼴이다. 투쟁력은 낮은 수준에서부터 점차 높은 수준으로 수위를 올리면서 강화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투쟁 수위가 바뀔 때마다 조직 상태를 점검하고 분석을 해야 한다. 발전에서 사측의 감사는 효과를 발휘한 데 비해, 쟁대위의 조치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사장실 점거 농성은 쟁대위원의 투쟁의지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안타깝게도 조합원 동력을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현장은 현장대로 각 지부에서 알아서 하도록 방치해 두었으니, 조직력과 투쟁력이 상승할 리 만무하다. 쟁대위의 이러한 조치들은 9월 4일 파업이 패배하도록 알리는 일기예보와 같았다.

7월 12일부터 두 달의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막상 8월 27일이 되자, 현장 조직력이 쟁대위의 기대와는 다르게 너무 무너져 있었다. 그래서 쟁의 돌입을 9월 4일로 미루었다. 쟁대위의 쟁의 돌입 연기는 비과학적 판단이었다. 쟁대위의 조치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는 현장에서 가장 잘 투쟁하는 지부는 어떻게 해서 잘하는지 그 내용을 분석하고, 그 방식을 전 지부로 확산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며칠이 필요한지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현장 순회로 땜방했을 뿐이다.

투쟁의 승리는 승리를 담보해 낼 수 있는 준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양의 병법가인 손자(孫子)는 병형상수(兵形象水)라 했다. 병형은 조직형태이다. 상수는 물을 닮아야 한다는 말이다. 조직을 물처럼 몰랑몰랑하게 하라는 게 아니다. 조직을 정세에 맞게 형태를 변형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발전노조는 집행위를 통째로 쟁대위로 전환했다. 이는 병형상수가 아니다. 손자가 말하는 바는 싸움을 하려면 싸움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을 장군으로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 전술단위(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쟁대위는 전술단위를 가동하지 않았다. 전술의 핵심은 투쟁을 승리로 이끌게 하는 준비를 하는 일이다. 조합원들의 사기를 어떻게 충천하게 만들 것이며, 상대의 약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도 전술단위에서 해야 할 일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삼고초려를 한 이유는 사람 쓰는 일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일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파업이 중단되고 다시 한 달 넘게 지났다. 안타까운 건 파업 전과 파업 후에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노동자는 “아흔아홉 번 패배할 지라도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싸운다. “단 한 번의 승리”는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이다. 사측이 조금씩 갉아 먹지만 우리가 한꺼번에 되  찾으려면 아흔아홉 번의 패배 속에서 아흔아홉 가지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발전노조는 9월 4일 파업에 패배하면서 아직 교훈을 찾지 못하고 과거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정세, 즉 노자(노동자와 자본가)간의 세력은 사측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세는 발전노조에 더 불리해 질 것 같다.

사측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지부장들과 본부 사무국장들을 업무에 복귀시켰다. 각 지부장들이 전임을 해도 어려울 판에 이것을 용인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이에 맞서 투쟁해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영흥화력지부에서 해고자가 발생했고, 당진화력지부에서는 선출직 대의원이 부당하게 전출 당했고, 보령화력지부에서는 조합원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노동조합이 진정코 정세를 반전시키기를 원한다면 투쟁이 촉발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쟁대위는 투쟁의 진을 바로 이 지부들에서 쳐야 한다. 해당 지부가 알아서 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쟁대위의 반은 당진화력지부에, 나머지 반은 영흥화력지부에 진을 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해당 지부는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러면 중앙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투쟁하는 지부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이 승리를 전 지부로 확산시키는 계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보령에서의 사건은 어느 발전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지부, 본부, 중앙 공히 특별 안전진단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사측에 안전진단을 위한 전임을 요청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케하고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 몬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만약 사측이 이를 거부한다면 또 다시 조합원을 죽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발전노동자들이 죽음의 불안 속에서 노동할 수는 없지 않는가. 또한 당진화력지부의 부당발령은 사측이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한 결과로 빚어진 단협위반이다. 그리고 영흥화력지부의 해고사건 또한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한 보복적 해고다. 영흥화력지부 조합원이 벌인 사건은 아무리 해 봐야 경범죄 정도의 처벌 밖에 되지 않는다. 일과 시간 이후 일반인들 사이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파업에 참여한 신입 조합원들 길들이기 위해 내린 악랄한 부당노동행위다.

보령에서는 자체 안전진단을 하고 있으니, 쟁대위는 우선 영흥과 당진 이 두 지부를 투쟁의 중심에 놓고 진을 치되, 타 지부들에게 지지 현수막 보내기, 지지 대자보 보내기, 그리고 투쟁기금 보내기를 전 지부 차원에서 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나누어 인접한 지역의 교대조합원들을 영흥과 당진에 동원하는 집회투쟁도 벌여야 한다. 노동안전에 희생된 보령 조합원과 재발방지를 위한 전 지부 촛불집회도 가능하다. 낮은 수위에서부터 시작하는 전 지부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노동안전을 촉구하는 리본달기도 가능하다.

정세의 반전시킬 핵심 고리는 보령화력지부, 영흥화력지부, 당진화력지부에서 이미 잡았다. 쟁대위는 이를 방치하지 말고 핵심 고리를 꼭 부여잡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현재 발전노조의 상태로 볼 때 전 지부가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부부터 시작하여 정세를 반전시켜야 한다. 이것이 지부와 본부, 중앙, 그리고 조합원들이 함께 사는 길이다. 투쟁하려는 자는 방법을 찾고, 투쟁을 회피하려는 자는 구실을 찾는다는 경구를 되새기자.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5 전력산업구조개편 국회 토론회(7/13) 자료집 해복투 2010.07.17 2030
534 [영흥화력지부 출근선전전] 3.20(화) 해복투 2007.03.20 2028
533 [구정특판 재정사업] 굴하지 않고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따뜻한 마... 해복투 2009.01.16 2018
532 분노의 함성 07-1호 [3면 ②] 사례 : 비정규악법이 공공부문에 미... 해복투 2007.03.13 2005
531 전승욱 동지 촛불집회 참석 도중 부상 해복투 2008.06.27 1996
530 [양양양수지부 중식선전전] 3.22(목) 해복투 2007.03.22 1995
529 일진에너지(발전소 정비협력사) 노동조합 파업투쟁 연대 해복투 2010.12.07 1990
528 [전해투 성명] GM 대우 비정규직 투사들의 결사적인 투쟁을 엄호하며 해복투 2006.04.14 1980
527 분노의 함성 06-4호 [1면 ②] 11.30 비정규직악법 국회 날치기 통... 해복투 2006.12.04 1978
526 6월 30일 새벽 3시경 전승욱 동지 연행 해복투 2008.06.30 1966
525 해복투 출근선전전 일정(3.13 - 3.16) 해복투 2007.03.13 1937
524 [신인천/서인천 복합화력지부 출근선전전] 03.19(월) 해복투 2007.03.20 1937
523 분노의 함성 07-1호 [1면] 발전노동자! 2007년 정세와 조건 해복투 2007.03.13 1934
522 분노의 함성 07-1호 [4면] 해고동지들 해복투 2007.03.13 1929
분노의 함성 06-2호 ② 정세를 반전시킬 핵심고리를 잡자 해복투 2006.10.23 1918
520 분노의 함성 06-3호 ④-2 노동조합은 김주헌 대의원 동지를 반드시... 해복투 2006.11.20 1915
519 분노의 함성 07-1호 [2면, 3면] 2007년 발전노조의 과제 해복투 2007.03.13 1893
518 분노의 함성 06-3호 ③ 중부본부 징계 현황('06. 11. 17 집계) 해복투 2006.11.19 1891
517 분노의 함성 06-3호 ② 동서본부 징계 현황('06. 11. 17 집계) 해복투 2006.11.19 1886
516 분노의 함성 06-3호 ③ [토막글] 직무권한 정지 상태인 사람이 버... 해복투 2006.11.19 1875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