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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월요 초대석]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노동조합 2006.09.11 조회 수 2173 추천 수 0
[월요 초대석]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한전 주식 런던증시 상장 추진"…레바논 필두로 사우디·두바이 발전시장 진출
에너지 안정공급위해 한전 분할 바람직 안해…신포 경수로 청산작업 日반대로 진전 없어





한준호(사진) 한국전력 사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사업 확대에 발맞춰 한전 주식의 런던 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사장은 “레바논 발전사업을 교두보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두바이의 발전사업에 새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 순방 동행으로 지난 4일 발전노조의 파업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한 사장은 “잠시지만 노조 파업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며 “파업 가담자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또 한전이 일괄해 맡기로 했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ㆍ케도)의 신포 경수로 청산작업은 “일본의 반대로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역시 처음으로 공개했다.

-9월부터 한전이 독립사업부제를 시행하면서 새로운 시험대에 섰습니다.

▦2001년 4월 한전의 발전 부문을 6개 발전회사로 나누고 경쟁체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배전 부문은 전력산업의 특수성과 과점폐해로 공급불안 등이 우려돼 분할이 2004년 6월 중단되고 대신 노사정위원회가 독립사업부제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전 지사 중 100만가구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9개를 독립사업부로 떼어냈습니다. 9개 독립사업부는 개별적으로 전력을 구입해 판매수익 증대에 나서게 됩니다. 사업부 본부장은 독립적인 인사와 예산권도 갖습니다. 사업부별로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남은 7개 지사도 독립사업부제 시행 경과를 보면서 분리할 생각입니다.

-독립사업부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한전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발전사업자로 나서면서 한전과 이미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뉴욕 퀸스에서 벌어진 일주일간의 정전사태가 시사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전 원인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민간기업이 투자를 제때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전을 분할하면 이 같은 폐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남북이 분단된 상황인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에너지 공급에 있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전 같은 공기업이 에너지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공익적 마인드를 임직원에게 강조하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십니까.

▦지난번 수해에 단전됐을 때 한전 직원들이 제일 먼저 달려갔습니다. 공기업이 아니면 ‘국민들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습니다.그런 점에서 최근 몇 번의 정전사고 때도 임직원들에게 정신 재무장을 요구했습니다. 공장이나 아파트에서 여름철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수용가 설비가 낡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한전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면 뭐합니까. TV에 정전사고가 나면 국민들은 곧바로 ‘한전, 뭐하는 거야’라고 하시는데. 국민들의 이런 인식까지도 기대로 여기고 안전과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합니다.

-우려했던 발전노조 파업이 다행히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발전 파업이 남긴 교훈과 향후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말씀이 나왔으니 잠시라도 발전노조 파업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스럽다’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파업 철회로 노사간 대화의 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임단협 사항에 대해 노사간 합의를 마무리짓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발전노조 파업의 불씨가 됐는데요.

▦발전노조가 민주노총 산하로 한미 FTA 반대에 동참하면서 명분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에서 노조의 주장과 달리 미측은 전혀 전력산업 민영화나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전에 대한 외국인 지분취득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그런 요구도 없습니다. 전력 등 공공서비스 개방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이런 오해와 억측이 많습니다. 반대를 하더라도 분명한 ‘팩트’(사실)에 기초해 주장을 했으면 합니다.

-최근 한전의 해외사업 확대가 눈부십니다.

6▦국내 전력수요는 이제 증가율이 1~2%로 정체상태를 보일 것입니다. 해외에서 신규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셈이죠. 그래서 오는 2015년까지 해외발전설비 1,000만kW를 확보해 해외사업에서 1조4,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계획입니다. 이미 필리핀 한전법인은 제2의 민간 발전사업자(설비용량 185만kW)로 필리핀 10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신규로 해외에서 추진하고 계신 사업이 있다면.

▦신규 해외사업은 극비여서 제한적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한전이 레바논에서 5년간 8,5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발전소 2곳(87만kW)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이스라엘과의 이번 전쟁에서 다른 발전소가 가동이 안돼 레바논 전력의 80%를 공급했습니다. 현지의 한전 직원 2명이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남아 운영한 결과입니다.

레바논 정부는 한전에 대단한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레바논이 발전 분야를 민영화할 때 한전이 기득권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닙니다. 레바논을 교두보로 리비아로 진출하고 사우디와 두바이 등 중동 진출도 적극 검토 중입니다.

-한전 주식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고 한전의 신용등급도 매우 높은데요.

▦한전은 세계 전력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가 신용도보다 높을 정도입니다. 그래선지 뉴욕에 이어 런던증권거래소에서도 정식으로 상장을 요청하며 계속 러브콜이 오고 있습니다.

실무진에 검토를 시켰는데 런던 증시 상장은 언제든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사업이 확대되면 런던 증시 상장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한전이 케도의 신포 경수로 청산을 떠맡기로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결론부터 말해 한전과 케도간에 아직 계약이 맺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측이 딴죽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경수로 청산비용을 한전이 떠맡는 대신 한전은 그 비용을 경수로 기자재를 매각해 충당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은 한전이 청산과정에서 수익을 얻으면 이를 케도 회원국에 분배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한전이 경수로 청산과정에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손실을 나눠 부담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경영방침 중 가장 강조하고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제 경영방침 1호는 ‘윤리경영’입니다. 기업윤리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윤리경영은 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유전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윤리경영은 뿌리내리기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으로 사내 문화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임직원들에게 긴급한 보고내용이 있더라도 윤리경영 교육에는 빠지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조리가 발견됐을 때는 일벌백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뒀습니다.

"한국의 크로튼빌로 한전 연수원 키우고 싶다"
'경영자 사관학교' 크로튼빌 연수 "초일류 GE의 뿌리" 절감…"사람이 자산"


"크로튼빌이 초일류 제너럴일렉트릭(GE)의 뿌리였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경영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GE의 크로튼빌(사진) 연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돌아온 한준호 사장은 연수 후기를 이렇게 요약했다. 한 사장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시절 읽었던 잭 웰치 GE 회장의 자서전을 한전 사장에 취임한 후 또 한번 읽으면서 크로튼빌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GE가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전기와 맥이 닿아 있는 회사여서 특히 관심이 갔다"며 연수기간 중 을지연습이 끼어 있어 일부만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GE 측도 한 사장의 열정과 한전의 위상을 고려해 제프리 이멜트 현 GE 회장과의 특별한 토론기회를 부여해줬다. 한 사장은 "이멜트 회장이 '매년 10억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을 교육에 투자한다'고 해 놀라웠다"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고르고 키우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에 있는 한전 연수원을 한국의 크로튼빌로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세계 전력산업계의 최고 영예인 에디슨상을 수상한 한 사장은 크로튼빌에서 GE가 전력산업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한전의 비전과 경영혁신'을 주제로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한전 연수원에 GE의 경영자들이 수업을 받으러 올 날이 있을 것"이라는 한 사장의 포부가 한전의 미래를 비추고 있다.

"한전은 中企 제1서포터"
중기지원 경영평가에 반영…상생협력 모범기업 만들어


에너지맨으로 잔뼈가 굵은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은 이 분야의 남다른 전문가지만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해 중소기업에 대한 사랑이 또 누구보다 남다른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다. 한 사장의 중소기업에 대한 깊은 관심은 한전을 대ㆍ중소 상생협력의 모범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1만여개가 넘는 한전의 협력업체 대표들은 지난 2004년 한 사장 취임 후 한전의 높은 문턱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한 사장이 중기청장 시절부터 평소 "한전이 적극 지원에 나서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움이 될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해온 데서 비롯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소집한 한전 그룹 산하 6대 발전사 및 한전기공ㆍ한전KDN 등 자회사 사장단 회의에서 대표들에게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경영평가에 새로 넣겠다"며 "중소기업과 상생 없이는 경영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전체 평가가 낮아져도 불만을 갖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한전 및 산하 자회사들이 중소기업의 제품 구매를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해 지난해에는 전체 구매액 중 중소기업 제품 비중이 71%까지 늘어났다. 또 지난해 8월부터는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협력업체와의 '성과공유제'(Benefit-Sharing)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혁신적인 한 사장의 잇따른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정착하자 "한전 문턱이 닳아 없어졌나 보다"는 신바람이 협력업체 대표들 사이에 자연히 나왔다.

한 사장은 앞으로 "전세계에서 명성을 쌓은 'KEPCO'(한전의 영문이름)의 브랜드 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및 마케팅을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여럿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력

▦45년 출생 ▦경북 구미 ▦경북고ㆍ서울대 법대 졸업, 경희대 행정학 박사 ▦행시 10회 ▦87년 동력자원부 총무과 과장 ▦89년 동력자원부 공보관 ▦91년 동력자원부 자원개발국 국장 ▦94년 상공자원부 자원정책국 국장 ▦96년 통상산업부 자원정책실장 ▦98년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99년 중소기업청장 ▦2001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2002년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2004년 한국전력공사 사장

/대담=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
/정리=이종배기자 ljb@sed.co.kr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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