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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고삐...일부 절차 무시하고 강행

발전노조 2016.05.02 조회 수 409 추천 수 0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고삐…일부 절차 무시하고 강행

임금체계 개편 밀어붙이는 정부

‘노동4법’ 지연되자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내
4월말 기준 40곳 도입…‘성과급’ 당근책 내세워
노동자 동의 없이 이사회 결정만으로 도입도
노조 “임금차별 우려”…입법조사처 “노사 협의 거쳐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5·1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5·1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진통을 겪었던 공공기관 노사가 올해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22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이후, 각 부처가 산하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고삐를 죄고 있고,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쪽에서는 일부 기관들의 도입 결정 절차가 위법하다며 기관장을 고소하거나 가처분 소송을 준비하며 맞서고 있다. 파견법 등 이른바 ‘노동 4법’의 국회 통과가 야당들의 반대로 지연되자, 정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공기관들의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 정부는 밀어붙이기, 노동자들은 반발 지난 29일 기재부는 28일 기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한 기관 40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2010년 이후 기관장과 2급 이상 간부(전체 직원의 7%)를 대상으로 시행돼왔는데, 정부는 지난 1월 4급 이상 직원(전체 직원의 70%)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말까지 120개 공공기관 전체에 도입시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4월말까지 노사 합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기관에 기준 월봉의 20~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당근’을 내놓은 상태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 중앙부처가 산하기관 성과연봉제 담당자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 인정 기준을 5월2일(월)까지 노사합의 되는 기관은 모두 4월 도입 기관으로 소급 인정하는 것으로 논의됐다”며 “노사 합의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적혀있다. 인센티브 지급 기준 날짜를 ‘5월2일’까지로 연장해주고, 도입 절차도 ‘노사 합의 뒤 이사회 의결’이 아닌 ‘노사 합의’까지만 진행됐어도 폭넓게 인정해주겠다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법에 말일(4월30일)이 근무일이 아닌 경우 익일을 근무일로 계산하는 규정이 있어 이를 준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관이라도 더 빨리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게 ‘독려’하려는 조처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속도전’을 벌이면서 일부 기관에서는 절차상 문제점을 놓고 노조와 마찰이 생겨나고 있다. 노동계 쪽에서 “일부 기관의 도입 결정이 노조의 동의 절차 없이 날치기 통과됐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임금이 깎이는 노동자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조나 노동자 반수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빠졌다는 것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등을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의결된 기관들이다. 중부발전의 경우 노동자 개별 동의 여부를 물은 결과 49.6%의 찬성률로 부결됐으나 이사회를 열어 이를 통과시켰다. 한국노총 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은 “노조 동의 없이 통과된 기관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관장 등을 고소하고 이사회 결정을 무효로 하는 가처분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성과연봉제 쟁점 뭔가? 정부는 “경쟁 부재로 인한 비효율과 근무연수·자동승급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일하는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권고안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기본연봉 인상률 차이를 평균 3%로, 성과연봉의 비중을 3급까지는 20~30%, 4급은 15~20%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공공노련이 분석한 결과, 공기업 1~3급의 경우 최고·최저 등급 간 급여 차이가 23%, 4급은 13%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지난해 말 임금피크제 도입 때보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더욱 반발하고 있다. 노조 쪽은 “임금차별이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업무 특성상 개인별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지나친 성과주의로 공공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발전회사에 다니는 ㄱ씨는 “이미 시행 중인 간부들의 성과연봉제를 보면, 등급 선정 기준이 연공 서열 순이거나 윗사람과의 친소관계 순으로 줄세우는 데 급급하다”며 “발전회사는 설비 고장률·가동률 등으로 성과를 매길 거 같은데, 고장률을 낮추기 위해 고장 사실을 숨기면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인이 맡은 설비 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평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도 “금융공기업은 개인별 상품판매실적으로 성과를 매길 경우 불완전 판매(소비자에게 상품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로 인한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10일 낸 ‘이슈와 논점’에서 “공공기관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성과연봉제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직원들의 권익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노사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혜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공공기관은 협업을 장려하고 있는데, 협업의 결과로 우리 부서 성과보다 다른 부서 성과가 올라가는 경우 업무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며 “제도를 미세한 부분까지 손질하고 어떻게 해야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한 뒤 시행해야지, 그러지 않는다면 구성원의 단결만 저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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