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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발전파업을 보면서

노동조합 2006.09.11 조회 수 2356 추천 수 0
발전 파업을 시작부터 함께 했다. 7월 12일 조합원 교육용 영상을 만들면서부터 발전노조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02년 파업의 후과로 현장에 불신과 패배감이 남아있는 만큼 파업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객관 조건이 파업을 요구하고 있지만 선택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발전 노조 간부들은 정말 열심이었다. 보통 연맹 단위 간부들 모습과는 달리 성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정말 뭘 모른다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한 달 가까이 발전 간부들을 보면서, 아주 찐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지만 사람들이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리는 게 별로 없고 계산도 없어 보였다.
현장 조합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발전노조 이준상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조합원이 배신해서 망하는 노조는 없다고." 맞는 말이다. 조합원을 믿고 가는 지도부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발전노조가 파업하자 보수언론은 '5천만원 연봉' 등을 들먹이며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려했지만 발전노조파업의 요구는 사회공공성 강화, 발전5사 통합이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파업에 들어가기 앞서 위원장은 '조직을 살리기 위한 파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남보기 좋아 보이게 무조건 길게 달리는 파업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조합원들이 하나가 되는, 실력만큼의 파업을 하겠다고 했다.

하루는 현장 순회를 하는 위원장을 따라갔다. 현장 분위기는 한마디로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다. 위원장의 말에 경청하지만 머리위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파업에 대한 부담감, 사측의 탄압에 대한 걱정들때문이었는 지 다들 얼굴이 무거웠다.

위원장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교섭 진척 상황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느끼는 부담에 대해서, 지도부가 가지고 있는 계획에 대해서. 관통하는 이야기는 하나다. 조직을 살리는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루가 되었든 한 달이 되었든 모두가 동의하고 모두가 함꼐 돌아와서 징계를 받지 않게 하는 파업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동행취재기를 쓰기 위해서 간 거였지만 위원장의 이야기가 너무도 솔직해서 기사로 작성할 수도, 영상으로 담을 수도 없었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해보자는 믿음이 형성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50%를 간신히 넘긴 가결율에 과연 파업이 가능할 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갔지만 참가율 60%는 넘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현장을 돌 때 마다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위원장도 며칠 만 더 돌았으면 하는 생각인 듯 했다.

간부란 그런 것인 것 같다.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과제를 던져주고 믿음을 주고 함께 가자고 호소하는. 진실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러면 변한다. 또다시 장기 파업으로 가게 되진 않을까, 언론의 비방과 사측의 징계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켜 주면서 함께 가자고 호소하는 그 힘이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 같다.

실제 3일날 고려대에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올라왔다. 중간에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근자가 오고 에프터가 왔다. 새벽에는 나이트가 올라왔다. 몇 시간만 있다 가더라도 자기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마음으로 올라왔을 그 사람들, 참 대견하다.

하루만 더 버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으리라.
대의명분보다도, 가오보다도 내부 조직력을 중요시 여긴 선택이었다고 본다.
복귀 명령에 다같이 밝은 표정으로 수고했다고 이야기하고 다음 날 아침 9시 정문앞에서 한꺼번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파업은 발전노조 차원에서는 이긴 싸움이라고 본다.

파업을 준비하는 기간에서부터 여전히 현장 투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을 믿고 대중과 함께 하려는 간부의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현장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절대절명의 진리도 깨닫는다.
힘들다고 느끼는 건 객관이 아닌 내 주관일 뿐.. 간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현장의 뜨거운 심장을 보지 못한다.  

2006년 9월 7일 20:52:20 ㅣ jmtank (왕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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