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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사설] 다시 등장한 ‘블랙리스트’, 어떻게 봐야 하나

노동조합 2011.01.29 조회 수 1526 추천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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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시 등장한 ‘블랙리스트’, 어떻게 봐야 하나

 

배·사과·토마토. 단순한 과일이름이 아니다. 한국동서발전(주)이 민주노총 탈퇴공작을 위해 작성한 ‘발전노조 탈퇴 투표 결과에 대한 원인과 대책’ 문건에서 조합원 성향을 과일이름으로 분류한 것이다.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하는 직원은 ‘배’로, 적극으로 반대하는 직원은 ‘토마토’로, 뚜렷한 성향이 없는 직원은 ‘사과’로 분류했다. 동서발전은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20~30년 전 노동조합 탄압수단으로 활용됐던 ‘조합원 블랙리스트’가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 동서발전 외에도 오토바이와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경남 창원의 대림자동차(주)에서도 유사한 문건이 발견됐다. 대림차가 작성한 ‘재입사자 처리방안 검토’ 문건에는 금속노조 대림자동차지회 소속 조합원 명단과 처리방향이 담겨 있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다시 등장한 노조 블랙리스트. 어떻게 봐야 하나.


“노조 몰아내기용 구조조정도 모자라…”

1.jpg 이경수 금속노조 대림자동차지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의장

 

대림자동차의 ‘재입사자 처리방안 검토’ 문건에는 정리해고를 거쳐 복직한 조합원 19명의 명단과 처리방향이 담겨 있다. 회사는 조합원들의 성향을 강성·중도·온건으로 분류했다. 회사측은 문건에서 “신 집행부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온건 성향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조합원들의 정서 자체가 온건화된 것은 아니다”며 “강성세력이 현장에 복귀해 집행부 흔들기, 선동 등을 할 경우 중간적 위치에 있는 조합원 정서가 강성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는 또 “노사관계 개입 가능성이 높은 자들은 필히 지방사업장 등으로 전환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재입사를 통해 복직한 조합원들은 현장과 격리된 채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교육만 받고 있다. 이들을 전환배치하겠다는 회사의 발상은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회사는 이들의 인사고과 점수 등을 문제 삼지만, 정작 근태가 만점에 가까운 사람이라도 노조활동에 적극적이라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회사는 2009년 정리해고 당시 “그러게 진작에 회사 말을 잘 듣지 왜 그랬냐”며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2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회사를 떠났다. 그 뒤 회사의 경영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고, 지난해에는 흑자를 기록했다. 노조원들을 몰아내기 위한 구조조정이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범법행위 저지른 사용자 엄중 처벌해야”
 
2.jpg 박종옥 발전노조 위원장

 

최근 동서발전의 노조 파괴 시도를 담은 내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그 실상이 드러났다. 회사측은 노조원 성향을 분석해 민주노총 탈퇴를 반대하는 노조원은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로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회사는 드래프트제(경쟁보직인사제도) 인사발령을 강행했다. 147명 중 50명이 '토마토'였다.
회사는 지난해 연말 드래프트제 시행방안을 발표하면서 3번 무보직 발령을 받은 자는 해임하는 상시적 퇴출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조합원을 상대로 발전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무보직 발령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동서발전은 현재 무법천지다. 오직 자신의 연임에 눈이 먼 사장과 일부 회사 관리자들의 출세욕으로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서발전뿐만이 아니다. 발전회사는 2년 전부터 발전노조 탈퇴와 기업별노조 설립을 추진해 왔다. 2009년 8천여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민주노총을 탈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전회사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회사는 인사권과 모든 경영수단을 동원해 노동조합활동 지배·개입 등 부도덕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동서발전 사태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드래프트 인사제도를 철회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면 사용자 잘못, 시정해야”

3.jpg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장의 사용자들이 단순히 동향파악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고의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유감스럽다.
최근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협력적이고 안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에 실시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등 어려운 문제도 현장에서 차근차근 안착되고 있다.
그런데 노조가 됐든, 사용자가 됐든 개별사업장에서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유감스럽다. 어느 일방에 대해서만 요구한다든가, 어느 한쪽의 책임만 묻게 될 경우 협력적 노사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노사가 서로 입장을 생각하면서 배려해야 한다. 협력적 노사관계를 저해하는 행위는 사용자라 할지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시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복수노조 시대, 대화로 방지해야”
 
4.jpg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경영학)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이런 사건이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사뿐 아니라 노노 간에도 비슷한 갈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서발전이나 대림차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는 발생해서는 안된다.
복수노조를 앞두고 발생할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사정 등 관련 단체들이 모여 최소한의 룰을 만드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과거 80년대 노조가 활성화될 당시에도 이 같은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복수노조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가 과거처럼 어느 일방의 편만 드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노조도 사측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복수노조를 슬기롭게 연착륙시키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 중재하는 정부와 이를 알려 내고 현명하게 유도해 내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서 진상규명 할 것”
5.jpg 홍영표 민주당 의원 


 노조원 성향 분석과 인사 불이익 등을 이용한 회유와 협박, 어용노조 지원을 통한 민주노조 흔들기, 70~80년대 민주노조의 싹을 자르기 위해 횡행했던 수법이 부활하고 있다. 노조활동 보장을 비롯해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치른 희생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어 보인다.
지난 24일 동서발전을 방문했다. 정문 앞에서 기업별노조를 추진하는 사람들 열댓 명이 현수막을 들고 “우리 얘기도 들어보라”며 앞을 막아섰다. 동서발전 사측은 노조 문제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회사가 용인하지 않았다면 신고서가 반려된 불법노조가 업무시간에 어떻게 그 자리에 와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 헌법은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관계법에서는 회사의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동서발전에서 벌어진 사측의 지배·개입은 있어서는 안 될 부당노동행위다. 헌법의 기본권을 무시한 행위다. 노동부는 이 사태의 책임자를 밝히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한 법집행에 부합하는 일이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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