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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발전소 '몸집 뻥튀기' 혈안 --- 고장은 4년새 1.8배 뻥뻥

노동조합 2013.08.21 조회 수 1406 추천 수 0

[한겨레 신문 8/21자]

발전소 ‘몸집 뻥튀기’ 혈안…고장은 4년새 1.8배 뻥뻥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경제 쏙]발전회사 ‘시장형 공기업’ 전환의 그늘

지난 12일 50만kW급 충남 당진화력발전소가 고장으로 불시에 정지되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사실상 1년 내내 ‘풀가동’해온 화력발전소의 피로도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2011년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한 뒤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으며 외형적 성장과 비용절감 등에만 매달린 것도 발전소 운영의 안정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전회사들이 ‘본업’인 발전소 운영보다 외형 성장과 신규사업에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상황을 한 발전회사의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발전소를 운영하며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전력의 6개 발전 자회사는 ‘시장형’ 공기업이다. 2011년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한 뒤, 발전회사들은 서로 경쟁을 해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데 혈안이 됐다.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발전회사들은 전력을 팔아 번 돈을 밑천 삼아 신규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며 외부 자본을 끌어왔다. 자연스레 발전회사들은 지분을 투자하거나 출자하는 사업과 자회사들을 늘리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바뀐 지 3년째가 되면서, 경쟁으로 인한 경영 효율성 개선보다 부작용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칠레와 도미니카 등 해외 화력발전소 입찰에 한전과 발전회사들, 즉 ‘아군’끼리 경쟁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에너지정책학과)는 “개별 회사의 효율성과 경쟁력만 따진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는 효율이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경쟁적으로 뛰어든 사업들의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발전회사들이 새로 만든 자회사가 공기업 퇴직자들의 자리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동발전이 2011년 2월 설립한 자회사 ㈜한국발전기술(KEPS·켑스)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감사원 등의 지적을 받아 설립된 지 3년 만에 민영화될 처지에 몰렸다.
 

경영평가 높은 등급 받으려 사업성 의문 자회사 확장 경쟁 일감 몰아주기로 실적 채우고 모회사 퇴직자 낙하산 창구로 현장선 “싼 부품 쓰고 정비소홀 1년 내내 초긴장 상태” 지적해 설립 3년 남동발전 자회사 켑스 감사원 지적에 민영화될 처지
 

■ 신규사업 명목…정비회사 중복 설립 남동발전은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영흥화력발전소 1~4호기, 경남 사천시의 삼천포화력발전소 1~6호기 등을 운영하는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다. 그런데 2011년 2월 남동발전은 회사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켑스를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남동발전이 52.4%(약 8억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은 협력업체들이 보유한 켑스는 여수 집단에너지 발전 설비의 운전과 정비(O&M)를 담당하는 계약을 맺었다.

 
발전소 운영과 전력 생산은 발전회사가, 발전소 정비는 한전케이피에스(KPS), 발전소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담당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공기업이 발전소 운영과 정비를 담당하는 회사를 별도로 만든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승훈 교수는 “발전소 정비는 한전케이피에스가 담당해왔는데, 공기업 발전회사들이 비슷한 기능의 회사를 만드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봐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동발전은 켑스에 대해 “해외 화력발전사업 진출을 하기 위한 운전과 정비 회사가 필요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자회사 설립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켑스 관계자는 “발전회사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하는데, 인력과 예산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결국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외부 자본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실적이 없는 이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퇴직자 채용과 일감 몰아주기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
 

■ 퇴직자 안식처? 재택근무 하고도 월 400만원 20일 전순옥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민주당)이 남동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켑스는 6월 말 기준 남동발전 정년퇴직자 25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4000만~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1년 계약 형태로 취업했다. 외부에서 채용된 일반 직원들의 두 배가 넘는 연봉이다. 채형주 켑스 사장도 남동발전 임원 출신이다. 남동발전 임원 출신 퇴직자로 2012년 감사로 재취업한 한아무개씨의 경우 ‘신사업개발’이란 명목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월 400만원씩 받고 있다. 켑스 관계자는 “고문 역할로 일주일에 며칠 회사에 나온다”고 전했다. 게다가 남동발전은 켑스에 직원 30명 정도를 파견했는데, 파견을 기피하는 직원들에게 20%의 연봉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별다른 실적이 없는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회사인 남동발전의 ‘일감 몰아주기’가 필요했다. 켑스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남동발전으로부터 862억원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여수 집단에너지 사업은 물론 지난해까지 한전케이피에스가 담당하던 분당복합·삼천포화력발전소 보일러 정비 등의 사업(사업비 340억원)도 올해 1월 켑스로 넘어갔다. 발전소가 직접 운영하던 탈황, 수처리 등 환경화학 설비 일부 업무도 켑스로 넘어가 해당 직원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력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회사가 발전소 안전과 관련된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퇴직자들이 포진한 켑스가 남동발전 발전소의 정비 일감을 늘려가자 “‘갑’과 ‘을’이 바뀌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동발전 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선배들인 퇴직자들이 정비한다고 오는데 누가 태클을 걸 수 있겠냐. 남동발전 직원이 ‘을’이 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남동발전은 “퇴직자들이 민간 발전회사로 가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특혜가 절대 아니다”는 입장이다. 채형주 켑스 사장은 “발전 정비는 하루아침에 안 된다. 퇴직자들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채용한 것으로, 3년 뒤 회사가 정상화되면 퇴직자 채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정책 방향 어겼지만 2년 연속 A등급 결국 켑스는 민간 발전정비업체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나 지난해 12월 감사원으로부터 개선 지시를 받았다. 감사원은 남동발전과 켑스의 수의계약을 지적하며 “회사의 주기능인 발전설비 운전 업무를 위탁하고, 자회사와 장기간 수의계약을 체결해 같은 용역을 할 수 있는 다른 회사의 입찰 기회를 박탈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정비 업무는 입찰을 통해 외부 기관에 맡기고, 발전기술은 민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남동발전이 내세운 신규사업 진출이라는 명분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남동발전은 지난해 61명에 불과하던 켑스 직원을 올해(6월 말 기준) 225명으로 늘리고 일감을 몰아주며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를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남동발전은 앞으로도 지분을 소유할 계획이지만, 결과적으로 공기업이 예산을 투입해 민간회사를 육성한 꼴이 됐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2011~2012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을 받으며 발전회사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다.

 
전순옥 의원은 “이미 발전소 정비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공기업과 민간업체가 있는데, 정부 정책을 무시하고 자회사를 만들어 퇴직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들 자회사에 대한 감독과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몸집 불리기 뒤엔…발전소 골골 남동발전 관계자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발전회사들끼리 경쟁해야 하다 보니 매출과 실적 등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발전회사들이 몸집을 불리는 동안 발전소의 고장 건수는 계속 증가했다. 2008년 90건이던 발전기 고장 건수는 지난해 162건으로 늘었다. 물론 전력난이 계속되면서 발전소가 1년 내내 ‘풀가동’되며 피로도가 증가한 탓이 크다. 하지만 경영평가를 위해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충분한 정비기간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전보다 저가의 부품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인력은 늘지 않는데 정비기간은 짧고, 좋은 부품도 많이 안 들어온다. 1년 내내 초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부좌현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김준석 발전노조 부위원장은 “2001~2013년 발전설비 용량이 36.6% 증가하는 사이 간부 직원은 49.8% 늘었지만 현장인력은 10.4% 느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신규사업이 많아지면서 간부급 인력만 늘고, 현장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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