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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너지산업의 공공성.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

정책위원회 2007.05.03 조회 수 2700 추천 수 0
에너지기술평가원의 파행  

[기고] 에너지산업의 공공성.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  

송유나(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 2007년05월03일 12시06분  

산자부의 자리보전 논리와 민간자본의 입김


에너지관리공단은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이후 국가적인 에너지관리의 필요성이 시급하게 대두되면서 1979년 12월에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1980년 7월 4일에 설립한 공사이다. 즉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원의 믹스, 나아가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한 효율화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너지수요관리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산업자원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의 경우 급속한 산업 발전으로 인해 공급위주의 에너지 정책에 국한되면서 에너지 관리 즉 저소비와 효율화 및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 등의 문제에 소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 효율화와 중장기적 측면의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 그동안 일천했던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속에서도 유일하게 이 업무를 담당해왔던 공공조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의 주요 기능은 에너지이용 효율향상과 재생가능 에너지개발․보급, 기후변화협약 대응, 에너지자원 R&D 업무 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실효성 없는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인식의 미비로 인해 에너지관리공단은 끊임없이 주요 업무가 잘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난방공사의 분리, 목동 대전 등 주요한 열병합 사업단위의 분할과 민간위탁 등이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7년간 경험한 역사이기도 하였다. 실상 이 과정은 에너지 산업 사유화 정책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은 기후협약, 지구온난화, 이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아젠다에 부응하는 한국 사회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역할을 유일무이하게 담당하고 있는 공단이다. 더욱이 최근 고유가 행진, 국제적인 환경규제 등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에너지는 이제 안정적 공급 여하를 넘어 수요관리와 저소비 및 효율화라는 시대의 화두에 답해야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주요한 업무를 에너지관리공단이라는 ‘작고 소외되어버린’ 조직이 추슬러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산업자원부는 에너지원별, 그리고 개별법에 따라 에너지 관리공단과 한국전력 등에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자원 R&D 기능을 통합하여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가칭)’을 수요관리 총괄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산하 재단으로 두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단 에너지․자원 개발과 연구개발 기능의 통합, 그리고 에너지원 MIX, 에너지 수요 관리 기능의 강화라는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난 해 11월 28일 산자부는 “에너지비전2030”을 제출한 바 있는데,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을 3대 기본방향으로 제출하였다. 즉 2030년까지 국내 소비량의 1/3(35%)을 자주 개발로 충당,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를 9%로 확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 구조를 탈피하여 석유의존도를 35%로 축소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은 97%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수입 세계 4위, 에너지 소비 9위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사회는 그 무엇보다 에너지 수요관리 기능의 강화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물론 여전히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실효성과 의지가 의심스럽지만 이러한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이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 한전의 입김, 산자부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일순간에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은 독립재단에 이어 민간재단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즉 산자부는 에너지관리공단 부설기관 방안을 어느 순간 폐지하고 독립기관 설립으로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였으며, 더욱이 기획예산처의 반대가 이어지자 민간재단을 들이밀기에 이르렀다. 이 조차도 국회와 에너지관리공단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히자 기획과 평가 기능을 분리한 방안의 민간재단 추진으로 새롭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국내에서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는 에너지 수요관리 조직인 에너지관리공단을 일순간 껍데기로 전락시키고 평가원을 민간재단으로 만들어 산자부의 자리보전 논리와 민간자본의 입김에 놀아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에너지 수요관리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에너지 수요관리란 무엇이며 에너지 자원 기술 개발은 과연 무엇인가. 현재 에너지 수요관리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유일무이하게 담당하고 있지만 저소비와 효율화,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한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현재 공단의 역할은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다. 더욱이 에너지 자원 기술 개발은 에너지관리공단과,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 한국전력공사가 각각 에너지원별로 개별법에 의해 나누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력이 떨어지고 각개 약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수요관리는 에너지 공급사의 의지와 역할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분할 매각 방식의 사유화를 위해 한전에서 발전 5개사 및 수력원자력이 분할된 상황에서 이들 6개사는 수요관리와 저소비 정책보다는 각기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심야전력이 그 한 양태이기도 하였으며, 이미 전력산업 전반이 경쟁체제로 나아간 상황에서 에너지 다소비 체제라는 시대를 역행하는 구조가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결국 에너지 수요 관리 기능은 소외되고 저소비와 효율화 정책은 제 갈 길을 못찾고 있는 형편이다.


에너지 수요관리는 독립적이자 공적인 지위를 가진 기관이 통합적으로 수요관리 전반에 대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전력이나 가스 산업만이 아니라 특정한 에너지원에 편중된 한국사회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변화시켜 저비용 고효율, 나아가 화석에너지에서 탈피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중장기적으로 밝혀야할 때 가능하다. 즉 전력과 가스 산업에 투여되는 각 에너지원별 합리적이고 중장기적 믹스 정책, 수송과 운송 분야에서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 전반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저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을 통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수요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며, 독립적이자 공적 기관만이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물론 이전까지 논의되었던(산자부의 입김으로 변형되기 이전의) 평가원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러나 민간재단의 형식으로 산자부의 자리보전과 권력 욕구에 놀아나거나 민간 자본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평가원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기술개발 즉 R&D 분야는 개발된 기술을 실증, 보급하고 온실가스 저감 등의 현실성과가 사회적으로 환류되는 일관된 메커니즘을 갖추어야 한다. 이럴 때만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이 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면 소위 연구라는 것은 연구자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산업기술평가원이 충분한 반면교사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한전은 수요관리 업무보다 전력 판매 기능에 매몰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R&D는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일반적인 산업기술 영역과는 달리 경제성과 신뢰성을 아직까지 담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환경운동 진영에서도 누누이 지적하는 바가 이것이다. 경제성과 신뢰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현실화시키기 어렵고, 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던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연구 개발은 취약하며 결국은 기술개발 영역을 해외 즉 초국적 에너지 자본에 결국 의존하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우 현재의 상업성과 경제성 여하에 좌우된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을 전제하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끊임없이 실증 단계를 거치고 연구 개발, 투자를 진척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가능에너지원 등에 대한 차액보전제도, 관세감면, 금융․세제지원, 조달구매, 컨설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은 공적인 지원 형태가 아니라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 바로 이 역할을 에너지관리공단이 현실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만약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이 설립되어야 한다면 통합적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을 통해 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2005년 5월 평가원을 에관공의 부설기관으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다시 묻고 싶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 유지하고 있는 독점적 시장기능과 국민의 혈세인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통해 향후 가장 중요한 영역인 수요관리 업무보다는 ‘판매’를 위한 기능에 매몰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전력산업 사유화 정책의 일환이다. 한전에서 분할된 발전 사업은 발전 사업대로 더 많은 전력을 판매해야 하며, 전력 생산이라는 한 팔을 잃은 한전 역시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판매 구조에만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산업자원부는 미래를 내다보는 에너지자원 R&D 업무보다는 민간재단을 뚝딱 만들어 산하조직을 통해 자리를 보전하고 결국은 중장기 에너지 비전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과연 우리가 어떻게 거둘 것인가.


현재 산자부의 평가원 민간재단 추진 등의 흐름은 외압에서도 밀렸겠지만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자리보전 욕구에 밀려 추진되고 있다 할 것이다. 처음에는 평가원을 에너지관리공단 부설기관으로 했다가 독립기관으로 설정했다, 기획예산처의 반대로 무산되자 민간재단으로 설립하는 쪽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이마저도 국회의 지적으로 난항에 부딪히자 기획·평가 기능을 분리한 방안의 민간재단 설립 추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재 산자부가 변경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연구기획, 과제 평가 및 결정, 국제 협력, 융 복합, 인재 양성 등은 평가원이 담당하고, 예산 집행, 협약 체결, 사후관리 등은 3개 전담기관이 수행하도록 수정한 상황이다.


일관성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으며,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비합리적인 민간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산자부 정책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산자위에서 제동을 걸고, 6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거치자는 입장이 나왔지만 산자부는 4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기본 법률’이 발표되면 민간재단 설립이 어렵기 때문에, 즉 산자부 관할 재단 설립에 난항을 겪기 때문에 서둘러 평가원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4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산하기관 설립에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져 산자부의 무소불위의 권력에 차마 해를 끼치게 될까봐 걱정하는 관료들의 얼굴이 선연하다. 이렇듯 국회의 의사도, 해당 노동조합의 간곡한 문제제기도 절대 수용하지 않는 행태는 역시 산자부다운 추진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국민의 혈세 5000억 원은 어찌할 것인가. 2006년 에너지자원 R&D 규모는 4000억 원대에 이르며 현재 5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 거대한 재원, 즉 국민의 혈세를 민간재단으로 넘길 때 관연 예산 집행의 투명성은 어디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최근 정부는 853만 달러에 육박하는 플랜트 투자에 대해 평가원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재정이 국민을 위한,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 믹스 정책,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위해 쓰일 것인지 아니면 재생가능에너지의 확산이 시작에서부터 시장화를 통해 민간자본과 외국자본의 진출 통로를 위해 쓰일지, 또한 에너지 관료들의 자리보전과 허세를 위해 쓰일지에 대해 과연 누가 답변할 것인가.  

    
송유나 님은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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