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무너진 발전노조, 조직재건이 최우선"

인터뷰 2012.04.23 조회 수 883 추천 수 0
[이투뉴스] "발전산업의 내부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건, 사고가 굉장히 많아졌다. 경쟁사뿐 아니라 심지어 같은 회사 내 다른 사업장에 사고가 나더라도 박수를 치는 풍토가 됐다."

신현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말 한마디로 현재 발전산업계 현장 분위기를 함축했다.

그가 전해준 현장의 풍경은 냉엄했다. 언론에서 지적하는 안전불감증 수준이 아니었다. 전력산업에서 발전부문이 분할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현장에선 인간미가 사라진지 오래다.

신 위원장은 "최근 보령화력, 고리원전 등 사고가 이슈로 부각됐지만 현장에선 언론 보도를 타지 않는 사고가 훨씬 더 많다"며 "경영평가 결과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사고가 나더라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고 타사 사고에는 박수를 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도 본부 차원의 평가가 아니라 사업소별 평가가 들어간다. 중부발전을 예로 들면, 보령화력본부와 서울화력본부 간 경쟁이 아니라 보령화력 내 제1, 2, 3발전소 등 사업소 간 경쟁이 이뤄지는 식"이라며 "그러다보니 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계속 불거지고 동료애는 무너져 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태는 발전산업이 경쟁체제로 내몰리면서 빚어졌다는 게 신 위원장의 진단이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다보면 회사는 공공성보다는 비용절감, 공기단축, 인력 최소화 등 단기성과에만 얽매이게 된다는 얘기다.

신 위원장은 "사업소들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임시조치만 한다"며 "그런 식으로 비용 절감한 것을 효율이라 한다면 그것은 현장을 죽이는 효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2월말 실시된 선거에서 95%의 찬성률로 제6대 발전노조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발전노조는 지난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별로 기업별 노조가 설립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측은 발전노조를 흔들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벌였고, 지부장들도 이에 동조해 조합원들의 탈퇴를 종용했다. 그 결과 수많은 조합원들이 발전노조를 떠나갔다.

5대 중앙집행부의 대응은 무력했다.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의원대회조차 열지 않았다. 각종 회의체를 부정하고 규약을 위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원칙이 무너지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발전회사와 새 노조들이 입을 모아 '노사 윈-윈'을 외치는 가운데 업무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는 동력을 잃어갔다. 무너진 조직 재건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 신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현장을 갔는데 한 조합원이 말하길 '위원장도 힘들겠지만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우리도 힘들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가 직시한 최우선 과제는 흔들리는 조직을 굳건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전력노조 등 관련노조와 연대활동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널리 알릴 계획이다.

"현재 내부가 많이 무너진 상태다. 당장의 불이익이 예견된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함께 감수하고 이겨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233호] 2012년 04월 09일 (월) 09:30:11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0개의 댓글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5647 " 훅 훅" 소리가 들린다 동서식품에서 푸우식품 2012.02.17 1627 0
5646 "FTA 비준 미의회 통과 20만 달러..." 사실이라면, 검찰은? [펌] fta 2011.11.09 719 0
5645 "FTA보다 강력한 TPP, 돌이킬 수 없는 민영화가 온다" 프레시안 2014.04.25 948 0
5644 "kt 그리고 살생부"(2012.12.26 청주mbc방송)동영상 1 노예 2012.12.31 2291 0
5643 "공유인으로 사고하기가 중요한 이유" ―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출간기념 저자 데이비드 볼리어 화상특강! (10/31 토 저녁 7시) 갈무리 2015.10.28 1683 0
5642 "구체적으로 준비하자->전쟁을 준비하자" 민주주의 2013.11.18 2138 0
5641 "남부구성원역량진단" 이게 뭡니까 6 남부인 2012.08.23 1568 0
5640 "노조 10곳 중 4곳, 3년 내 복수노조 설립" 7월 2011.03.22 1668 0
5639 "노후원전 폐쇄 논의 시급하다" 조합원 2015.04.06 771 0
5638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중부회사 숲나무 2011.08.03 2259 0
5637 "다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2012년” 토론회 초대 통합진보당 2012.03.30 759 0
5636 "독재가 필요하다" 박정희 추도식에 목사가 했던 말 민주주의 2013.11.24 2286 0
5635 "돈 때문에 무릎꿇을 수는 없기에 동지여러분의 연대를 호소드립니다" 전북버스파업투쟁본부 2011.03.08 1816 0
"무너진 발전노조, 조직재건이 최우선" 인터뷰 2012.04.23 883 0
5633 "무조건 돌려"…남부발전, 고장 발전기 운전강행 1 mbn 2013.10.15 2278 0
5632 "민노총 탈퇴유도 동서발전 국정조사하라" 사과 2011.01.19 9270 0
5631 "백성의 목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다-부산천주교 교구 미사" 3 민주주의 2013.09.11 2004 0
5630 "부동산가격, 서서히 거품 빠져야" 3 총재 2013.10.19 2288 0
5629 "북한 퍼주기"가 없는데도 국민들은 살기가 어렵다. 민주주의 2013.09.20 2115 0
5628 "사파기금, 가을산행 함께해요!" 사파기금 2014.10.16 790 0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