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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약인가 독인가](1) - 퇴직연금제도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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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약인가 독인가](1) - 퇴직연금제도의 허와 실

김삼권 기자 2005.12.01 17:35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제가 12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퇴직급여제도의 퇴직연금제로의 재편을 통해 노동자의 노후소득과 수급권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의 부담은 경감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포부와는 달리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연금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4차례에 걸쳐 퇴직연금제를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연금개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올바른 연금개혁의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1일 시행된 퇴직연금제도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이어 두 번째로는 세계적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금개혁의 본질을 짚어본다. 세 번째 순서에서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기업연금 도입 그 이면에 숨겨진 자본의 의도와 폐해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연금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정부, “일시금 위주의 퇴직금제도, 노후소득 보장 못 해”

1일 시행된 퇴직연금제도란 기업이 노동자의 퇴직급여를 금융기관 등에 맡겨 운용한 뒤 퇴직 후 일정연령(55세)에 달한 때부터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기존 퇴직금제도와 이번에 시행된 퇴직연금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동안 노동자에게 일시금으로 지급되던 퇴직금이 앞으로는 연금형태로 바뀐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퇴직연금제가 노동자의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그간 퇴직연금제 도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시금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 퇴직금제도가 사용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근로자 노후소득 보장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여왔다.

정부는 그간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노동시장의 여건변화 △기업 도산시 근로자의 수급권보장 미흡 △낮은 적용률 △근로자 퇴직 시 기업의 일시금 부담 가중 등을 퇴직연금 도입 배경으로 밝혀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 기업의 42%에 이른다. 반면 노동자들이 한 기업에 머무는 기간은 03년 8월 기준으로 5.8년에 불과하다. 노동부는 이 같은 연봉제 확산과 근속년수 단축 등 노동시장 여건변화로 인해 현재의 퇴직금제도가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의미 보다는 ‘소액 생활자금’의 성격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 현재의 노동시장의 조건에서는 퇴직금이 ‘푼돈’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퇴직금제도, 취약 근로자 적용제외 해 형평성 원칙에 역행”

또 정부는 노동자들의 퇴직금 체불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국내 많은 기업들은 사외 기관에 퇴직금을 사전 적립하지 않고, 장부상에만 명목상으로 기록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도산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다.

사외에 보험과 신탁 등의 형태로 퇴직금이 적립되어 있지도 않고, 기업 내에 적립되어 있지도 않은 장부상 퇴직금은 임금체불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 발생한 5,200억 원 규모의 전체 체불액 중 30%가 미지급된 퇴직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9월까지 발생한 임금 체불금액 8300억 원 중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900억 원에 달한다. 노동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은 퇴직금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금이 전체 체불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노동부는 “법정복지제도가 상대적으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취약 근로자를 적용제외하고 있어 형평성 원칙에 역행하는 한편, 근로자 퇴직 시 기업의 일시금 부담이 가중돼 예측가능한 경영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퇴직연금제 도입이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퇴직연금제 핵심키워드 ‘투자’

따라서 정부는 당분간 기존 퇴직금제와 퇴직연금제도를 병행실시하고, 점차 퇴직연금제도로 통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의 호언장담처럼 1일 시행된 퇴직연금제도로 노동자의 노후소득과 수급권을 보장하고, 현재 퇴직금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노동자들의 퇴직금이 외부 금융기관에 맡겨져 적립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같은 퇴직금의 사외 적립을 근거로 퇴직연금제가 퇴직금제도에 비해 수급권 보장이 강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에서 제시하고 있는 퇴직금의 사외 적립은 다르게 표현하면, 노동자가 미래에 받아야할 퇴직금이 금융기관의 손에 맡겨져 주식시장에서 운용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핵심 키워드는 정부의 주장대로 ‘보장성·수급권 강화’에 있기보다는 ‘투자’에 있다.

 

 

누가 ‘돈 놀이’를 하고,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구체적으로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형)과 확정기여형 (Defined Contribution, DC형)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을 나누는 기준은 투자·운용의 주체가 누구이며, 또 ‘대박’이든 ‘쪽박’이든 적립금 운용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있다.

확정급여형은 노동자가 받게 될 연금급여액이 미리 정해지고, 사용자는 적립금을 운용해 그 결과에 따라 손실분을 채워 넣거나, 이익을 챙기면 된다. 즉 적립금의 운용결과에 따라 사용가 부담해야 할 적립금 부담금이 변동된다. 확정급여형의 경우 급여를 받게 되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기존 퇴직금제도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특히 정부가 퇴직연금제도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는 ‘수급권 보장’과 관련해 기존 퇴직금제도 보다는 안정성이 높아졌지만, 기업의 도산 시 급여액의 100%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확정급여형과는 정반대의 원리로 작동되는 연금제가 확정기여형이다. 확정기여형의 경우 투자·운용의 주체는 노동자가 된다. 사용자는 정해진 기여금을 정기적으로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노동자는 직접 그 적립금을 자본시장에서 운용한 결과에 따라 향후 퇴직급여를 받게 된다. 확정기여형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가 지는 만큼 노동자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크다. 투자를 잘 해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노동자는 퇴직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모두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소득을 주식시장에 내맡겨 ‘돈놀이’를 한다는 점에서 근본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돈 놀이’의 주체, 즉 ‘투자자’가 누구냐가 달라질 뿐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진영은 그간 정부의 퇴직연금제 도입 추진에 대해 “퇴직금을 증시안정자금으로 투입하고,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해왔다”고 반발하며 “퇴직금제도 틀 내에서 형평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퇴직급여제도 선택, 노사 협의에 따라”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해 정부는 1일 시행된 퇴직연금제도가 기존 퇴직금제도와 병행 실시된다는 점과 퇴직급여제도(퇴직금제도, 퇴직연금제도-확정급여형 또는 확정기여형를 모두 포함해)의 선택을 노사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퇴직금제도든, 확정급여형 또는 확정기여형 형태의 퇴직연금제도든, 노동자들이 유리한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더 많은 퇴직금을 받고 싶은 노동자는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면 되고,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중심을 둔다면 확정급여형을 선택할 수도 있고, 이도저도 아니면 기존 퇴직금제도를 선택하면 된다는 얘기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기존 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할 시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또 사업장에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노조 조직률이 12%를 밑돌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노사협의를 통한 퇴직급여제도 결정 조항은 유명무실하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의 이해계산에 따라 퇴직급여제도가 일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정부가 ‘노사협의를 통한 선택’을 얘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각종 세제혜택 등 퇴직연금제도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적 선택’이란 말은 더욱 공허해진다.

 

 

5인 이하 사업장은 퇴직연금제 적용제외

한편. 정부는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함께 그간 퇴직금제도가 포괄하지 않았던 5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들에게까지 퇴직연금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번 시행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5인 이하 사업장은 적용시기를 2008-2010년 사이로 늦췄다.

따라서 이번 퇴직연금제도가 가지고 있는 제도의 유용성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사실상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그전과 당장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지적이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총 근로자수는 711만 4천 명이다. 같은 기간 전체 경제활동인구가 2천 379만 1천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1천 667만 명 이르는 노동자들이 퇴직급여제도로부터 방치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금이 퇴직연금으로 바뀐다고 해서 당장 ‘취약근로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퇴직연금제도가 5인 이하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을 포괄한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상시적인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것 역시 요원해 보인다.

 

 

후끈 달아오른 금융시장, 188조의 황금시장을 챙기자

정부와 노동자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동안 금융시장은 퇴직연금제 도입으로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퇴직연금제도 시행 첫 날인 1일까지 금융감독원에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신고한 금융기관은 모두 43곳. 이 가운데 보험사가 20군데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은행 13개사, 증권사 10곳이 신청을 접수했다.

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으로 퇴직금 전체 규모는 88조원에 달하고, 향후 5년 동안 퇴직금 전체 규모는 120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증권연구원도 기존 퇴직금제도가 퇴직연금제로 재편되어 안착화 단계에 접어들면, 2015년 퇴직연금 규모가 188조 8천 6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 업계와 기관의 추산대로 2015년까지 퇴직연금 규모가 188조 원까지 확대될 경우 수 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퇴직연금제 도입의 최대 수혜자는 적립금을 운용하게 될 금융회사들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금융회사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을 자본시장에서 대신 운용해주고, 그 수수료를 챙기면 그만이다. 삼성증권은 금융회사들의 퇴직연금 운용수수료와 관련해 2015년에는 전체 규모가 1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신은 투자자, 당신의 미래에 투자하세요"

오늘부터 시행된 퇴직연금제도가 향후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으로 이제 모든 노동자들은 투자자가 되기를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금융회사의 ‘당신의 미래에 투자하세요’라는 광고문구처럼 노동자들에게 ‘투자’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라고 한다. 노동자들은 향후 예상되는 주가변동, 금리변동, 고용조건의 변화 등등 온갖 변수를 고려해 자신의 퇴직금을 지켜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지만, 금융회사들의 입 꼬리는 올라만 간다. 그러나 누가 투자를 하던 간에 그 투자자금은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임금이었다는 점은 여전히 간과된다. 노동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명분으로,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자본시장에 무한대로 내맡기려 하는 정부의 이번 정책이 향후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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