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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환상과 현실

제2발 2012.01.26 조회 수 741 추천 수 0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 자체가 지배자들이 제정한 것이어서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한 법일 수 없고 집행에 있어서도 공평하지 않은 것은 웬만한 노동자라면 체험해 온 바이다.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정당한 저항과 파업을 하더라도 잡혀가서 곤욕을 치르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반면에 자본가들은 아무리 대량해고를 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도 기소되거나 구속되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구속된 자본가들을 대통령이 사면권을 이용하여 면죄부까지 준다. 경영권 불법세습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는 아예 감옥 근처에도 가지 않고 사면되었다. 반면에 노동자들은 자본가들로부터 억압받고 착취당면서도 저항의 유일한 수단인 파업이 법에 의해 원천 봉쇄되거나(전교조, 공무원노동자) 제한된다(공공기관 사업장). 그 제한 속에서도 투쟁이 발생하면 자본가와 그 정권은 다양한 법 적용으로 노동자를 범법자로 만들어 해고하거나 구속시킨다. 도대체 한 발 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각종 악법으로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일만 해야 하는 기계처럼 꽁꽁 묶어 놨다. 헌법은 차라리 모든 자본가만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해야 할 것이다.

 

 

제12조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며 즉시 변호인을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가족에게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하고 자백이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

 

 

먼저 이렇게 생각해보자 노동자가 투쟁을 하거나 파업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다고 치자. 경찰은 노동자를 연행할 때 어떤 이유로 연행하고 체포한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또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반드시 연행과 체포 이전에 알려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위반할 경우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한 거부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경찰이 져야 한다. 또한 자신을 연행하고 체포한 경찰의 소속·계급·이름을 요구하고 알아둬야 한다.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 판단이 서지 않으면 변호사를 만날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조사를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 조사과정에서는 사건과 관련이 없거나 불필요한 일체의 사항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한다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력, 출신지, 단체가입, 가족관계, 종교, 재산 등을 물어보는 데 이런 것들은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경찰에 제공할 이유가 없다. 조사를 거부를 하면 경찰은 마치 불리할 수도 있다는 듯이 은근히 위협하는데 그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그들의 수사기법일 뿐이다. 유리한 것만 말하되 불리한 것은 진술을 거부하고 나머지는 법정에 가서 필요한 만큼 진술하면 된다. 떠벌리는 것보다 진술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며 노동변호사의 조언에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자신이 한 것 이외의 일에 대한 진술도 일체 거부해야 한다. 즉 불리한 것은 진술을 거부하되 유리한 것이라도 분명한 것만 절제해서 진술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죄를 만드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자본가들에 대해서는 있는 죄도 면해주는 기막힌 노하우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법 집행의 본질이라고 보면 된다.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양심이란 사물의 가치를 구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말한다. 과연 우리는 양심의 자유를 가질 있을까? 노동자가 자신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모든 세상의 악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그 악을 제거하기 위해 개인적 또는 집단적 활동을 한다고 치자. 과연 노동자는 그런 양심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얼마가지 않아서 자본주의 체제를 깨자고 나선 조직이나 개인들은 감옥에 양심수로 갇혀있어야 할 것이다. 착취사회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심의 자유는 가능하지 않다.

 

 

제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이 또한 기만이다. 모든 집회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부되고 있고 집회는 사전허가제로 가고 있다. 경찰이 집회신고를 거부하면 그 집회는 불법화된다. 결사의 자유는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허용될 뿐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폐지하겠다는 결사가 만들어지고 그 결사가 그런 활동을 하면 검찰이나 공안기관은 그 결사체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자본주의를 부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투쟁을 해 온 사노련 활동가들을 검찰이 기소하자 법원은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들은 이런 기소와 재판을 통해서 이들의 활동을 묶어두고 여차하면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러고도 무슨 집회의 자유니 결사의 자유니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곧 자본가의 착취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집회와 결사는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제27조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이것도 사실 노동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2009년 파업을 이유는 발전회사는 조합간부 10명에 대해 해고와 정직의 징계를 자행하였다. 법이라는 것이 회사 내에서도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고 설사 회사가 정한 규정이 있더라도 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런데 회사는 징계이유로 불법파업을 대고 있다. 그 파업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법원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헌법 조항을 보면 회사는 파업의 합·불법 시비에 대해서 법원의 최종판결이 있을 때까지 불법파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회사가 법을 어기고 해고나 징계를 회사의 판단으로 마음대로 한다면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제든지 조합간부에 대해 징계나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하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역시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려다 보니 생기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장에서는 사용자의 불법과 폭력행위가 난무하는 것이며 어쩌면 이를 통해서 자본주의 체제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공장에서는 헌법은 아무 소용도 없는 휴지조각 같은 것이다.

 

 

제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 ... 근로의 의무를 진다 ... 근로의 조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이 조항은 엄밀하게 말하면 자본주의체제를 거스른다. 모든 국민에게 근로의 권리가 실현된다면 산업예비군(실업자)이 존재할 수 없다. 산업예비군이 없어지면 공장에서 자본가는 노동자를 통제할 수 없고 자본가의 이윤도 하락한다. 노동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에 신음하는 비정규하청노동자, 암을 유발하는 산업재해에 그대로 노출된 삼성반도체 노동자들, 정리해고로 경찰의 곤봉으로 쫓겨나서 자살행렬을 이루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하루아침에 집도 잃고 가족도 잃고 노숙자가 된 서울역 노숙인들을 보라! 이 조항이 지향해야 할 미래라고 치더라도 실업자는 더욱더 늘어나며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자로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더욱더 파괴되고 있다.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조항은 장식용으로만 유효할 것이다.

 

 

제37조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대표적인 악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의 본질적인 내용을 북한이라는 존재를 핑계로 박탈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자정치단체에까지 적용해서 처벌을 하고 있다. 일명 정권보안법이라고도 하며 이 법이 겨누는 곳은 진보정당과 노동자당이다.

 

 

제119조 국가는 ...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을 무시하면 신자유주의가 된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역대 자본가 정권들은 이 조항을 위반하여 국가를 운영해 온 결과 비정규직 800만, 정리해고로 인한 생존권 박탈로 결국 1:99의 사회를 만들었다. 이런 사회는 분배는 사라지고 착취만 남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야당 정치권에서 요즘 이 조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입에서도 그동안 이 조항이 유명무실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 조항을 제대로 살리면 착취체제인 자본주의 체제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그 폐해는 줄일 수도 있다. 유럽의 복지국가가 이에 속하나 이 역시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소수의 국가들에나 해당될 수 있다. 자본주의체제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은 지속할 수 없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을 두고 경제민주화가 실현되어가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는 부유한데 국민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121조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 ...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농민이나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조항인데 이것도 사문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농지는 거의 외부인 소유로 확산되고 있으며 농민은 그 땅을 소작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농업에서 자본주의는 무너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농지가 아니라 공장에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조항이 탄생한다. ‘국가는 공장이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임금노동은 금지된다’ 즉 자본주의는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자본가에게는 무시무시한 조항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들이 130개 헌법조항 중에 노동자인 우리가 유심히 봐야할 조항들이다. 이 조항들이 국가에 의해서 제대로 실현된다면 한국은 최소한 사회민주주의복지국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가국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필요한 헌법조항만 지키고 그렇지 않은 조항은 무시하거나 위배하면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서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 그들의 헌법 속에도 있다. 그러나 그 헌법의 긍정적인 조항들조차 하위 법률에 의해서 무참하게 깨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동자에 관한한 사실상 헌법이 최하위 법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최상위의 법은 대통령의 명령이다. 철도노조는 2009년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행사하였다. 그러자 대통령이 직접 파업현장으로 달려가서 파업은 안 된다고 주장하였고 검찰은 곧바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았다. 이에 근거하여 철도공사는 파업을 주도한 110명의 조합간부들을 해고하였다. 이로 인해 작년 연말에 해고자 1명이 자살을 하였다.

1개의 댓글

Profile
현장에서
2012.01.26

음~!

요놈은 뭔가 개념이 있끼는 한 것 같은데...

몰러~, 사#이코패스들이 판을치니....

그래도 '제2발' 원칙적으로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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