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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교육감님께 드리는 글

손호철 2014.02.10 조회 수 7195 추천 수 0
김상곤 선배님, 잘 지내시지요. 경기도교육감으로 한국의 교육혁신을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이렇게 펜을 든 것은 오는 6·4 지방선거와 관련해 안철수 진영에서 선배님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영입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선배님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한 언론에 익명의 측근 발언이라며 이를 부인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노파심에서 펜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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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이 지역주의에 기초한 보수 양당체제를 혁파함으로써 한국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아니면 야권 분열을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끼칠 것인지는 논쟁거리입니다. 그러나 순수가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도, 선배님은 안철수 신당으로 가선 안됩니다. 선배님은 저보다 먼저 진보적 대학교수운동을 대표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고 이어서 교수노조 위원장까지 지낸, 진보적 대학교수운동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대중 정치인이라면 선배님은 ‘진보적 민중운동’을 대변하는 대중 정치인입니다. 교육감의 경우 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간판으로 출마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지사처럼 정당 후보로 나가야 한다면, 당연히 민주당보다 보수적인 안철수 신당 후보로 나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민주당보다 왼쪽의 노선을 갖는 정당 후보로 나가야 합니다.

선배님은 그동안 몸담았던 진보적 민중운동을 떠나 2009년 민선 정무직인 교육감선거에 나서 한국 정치에 엄청난 기여를 했습니다. 오세훈을 낙마시키고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를 만들어낸 무상급식 논쟁으로부터 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어 버린 복지논쟁까지 촉발한 사람이 바로 선배님입니다.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유례없는 양극화를 초래하며 분배에 실패함으로써 2007년 대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그럼에도 성장이 아니라 분배만 얘기해서 패했다는 엉뚱한 진단에 기초해 ‘뉴 민주당 플랜’이라는 이름 아래 당의 우경화를 추진했습니다. 바로 그때 선배님은 무상급식을 내걸어 승리함으로써 민주당의 좌경화를 견인했고 복지논쟁의 불을 붙였습니다. 이 역사적 사실과 교육감 시절 보여준 업적을 고려할 때, 선배님은 교육감을 넘어 경기도지사, 나아가 보다 중요한 공직을 향해 뛰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정도를 걸으며 원칙을 지켜 그것을 얻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멀리는 소련과 동구의 실패, 박정희의 개발독재, 나아가 민주투사 출신 양김의 사당정치, 386 정치인의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뼈저리게 깨우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목적만 옳으면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는 결과제일주의의 비극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면서도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기회주의적인 처신으로 자멸한 유시민 전 의원의 길을 가선 안됩니다. 새 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본거지인 부산에서 지역주의와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의 불법 행동에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의 등에 칼을 꽂고 그의 자리를 차지한 안철수의 길을 가서도 안됩니다. 당장은 지더라도 원칙을 지켜 국민을 감동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승리하는 ‘바보 노무현’의 길을 가야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무엇이 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에서 선배님이 도지사로 나갈 길이 막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당들이 대승적으로 합의해 선배님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추대하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민주당, 안철수 신당, 진보정당 등 여러 야당들의 존재를 생각할 때 이 경우 형식은 무소속이나 선거용 ‘페이퍼 정당’의 후보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관한 한 야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택이 현실화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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