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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정치신문 102호] '공기업 개혁의 본질과 독점자본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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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의 본질과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

  



박근혜 정권이 ‘공기업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연일 ‘비정상적’ 공기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대책을 쏟아내고 있고, 자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비정상적인’ 공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치권과 언론도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공기업 정상화’, ‘공기업 개혁’ 의제를 적극적으로 사회화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극우파쇼 언론은 박근혜 정권의 ‘공기업 개혁’ 방안을 적극 옹호하면서 힘을 실고 있지만, 민주당과 보수언론 등은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면서 전선을 형성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등은 박근혜 정권의 ‘공기업 개혁’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이들 역시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을 갖지 않는다. 

이들 역시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또 공공부문을 ‘개혁’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던 실질적인 원조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정권이 ‘공기업 정상화’, ‘공기업 개혁’의 논리로 써먹고 있는 것들 중 많은 것들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공기업 개혁’ 논리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공기업 개혁’이라는 화두를 사회화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필요하며 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 어쨌든 공기업은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 추진 현황과 목적


박근혜 정권이 ‘공기업 개혁’을 본격화한 것은 작년 7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2013.7.08)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서 박근혜 정권은 공기업 개혁의 전략으로 ‘효율성’을 제고하고 ‘책임성’을 강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고, 효율성 강화, 부채관리 강화, 자율경영 기반 구축, 책임경영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의 구체적인 내용을 간단하게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권의 ‘공기업 개혁’이 무엇을 목적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우선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과제로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중점을 두되, 유사·중복기능 조정, 기관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병행”한다고 언급하고 있고, 협업 성과를 평가하여 “기능·조직의 융합이 더 효과적인 경우에는 기능점검 등을 통한 조정”을 추진한다면서 역시 경영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강제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신설시 시장화 테스트”를 도입하고 “신설된 공공기관도 3년 후 시장화 테스트”를 통해 운영주체를 다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사유화(민영화) 가능성을 제도화하고 있다. 예컨대,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별개로 한다면, 신설된 ‘수서발 KTX 자회사’의 경우 3년 후 경영평가를 통해 민간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얼마든지 민간, 즉 자본에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부채관리 대책으로는 “사업조정, 보유자산 매각, 원가절감 노력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할 것을 강조하면서 역시 사유화와 자산매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책임성 강화를 위한 과제로는 “방만경영의 소지가 있는 정원·보수 등 꼭 필요한 사항 위주로 지침을 정비”하겠다면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만큼은 철저하게 통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도전적인 성과목표(를) 달성토록 책임성을 담보”하겠다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해 성과급 비중을 더욱 확대할 것을 시사하고 있고, “총액임금제 도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묶어두겠다는 속셈을 내비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임금저하는 물론 실적압박에 따라 노동강도가 대폭 강화될 것은 자명하다. 

일자리창출 계획은 “공공기관에서 향후 4년간 7만여 명을 채용(하여), 고용률 70% 달성에 기여”한다고 하고 있지만, 목표 채용인원 중 태반은 임금피크제(15,000), 시간제, 파견제 등의 비정규직(4,500),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인력(24,500)으로 충당될 것이고, 인력증원(26,000)을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일자리창출이 아닌 감소분을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또 “시간제근로 활성화, 분야별로 여성인력 채용 목표비율 제시 등을 통해 여성인력 활용도(를) 제고”한다면서 여성을 노동유연화의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과 사유화,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공격을 주요한 과제로 담고 있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구체화한 것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2013.12.11)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행계획」(2013.12.31)이다. 지면의 제약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지만,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방만경영’, ‘비효율성’ 등의 책임을 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고, 특히 공기업 노동자들을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전체 노동자 민중의 반감을 자극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점철되어 있다. 

예컨대, ‘방만경영’, ‘예산낭비’, ‘부채과다’와 같은 말을 늘어놓고선 그 원인으로 ‘성과급’, ‘도덕적 해이’, ‘단체협약에 따른 과도한 복리후생’, ‘고용세습’, ‘민간기업이라면 쉽지 않을 단체협약을 체결’ 등에 돌리는 식이다. <공공기관의 8대 방만경영 유형‧사례>(「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로 ▲교육비 과다지원, ▲의료비 과다지원, ▲경조금 지원, ▲과다한 특별휴가, ▲과다한 퇴직금, ▲느슨한 복무행태, ▲고용세습, ▲경영·인사권 침해를 들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공기업 ‘방만경영’의 모든 책임을 ‘욕심 많고 부도덕한’ 공기업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의 목적이 바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켜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을, 다른 한편으로는 사유화를 추진하려는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이라는 것 자체도 그러하지만,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공격하는데 동원하는 이데올로기 역시 태반은 근거가 없거나 악의적인 억지주장에 불과하고, 공기업, 공공부문이기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것들을 문제 삼는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권과 독점자본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 목적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사유화를 위해 해당 공기업의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고, 전체 노동자 민중들로부터 철저하게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들에는 자본주의 체제와 이를 지탱하는 부르주아 권력의 속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공황구제와 독점자본의 이윤 증대를 위한 ‘방만경영’


박근혜 정권과 독점자본이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그동안 공기업의 경영이 방만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른바 ‘방만경영’으로 인해 공기업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됐고,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제 공기업 부채는 지난 2008년 290조 원에서 2012년 493.4조 원으로 증가하여 2012년 국가채무 446조 원을 능가하고 있고, 지방공기업의 부채까지 더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부채규모를 보일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중점관리기관으로 지목하고 있는 12개 공기업의 부채가 2012년 412.3조원에 이르러 전체 공기업 부채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부채가 왜 그토록 갑작스럽게 증가했나를 살펴보면 박근혜 정권과 독점자본이 제시하는 근거는 악의적인 억지주장에 불과하며, 특히 부채증가와 박근혜 정권의 주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 노동자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부채 등의 수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인용)

공기업 부채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시기를 보면 전 세계적인 대공황이 맹위를 떨치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다. LH공사의 경우 2008년 부채가 85.8조원이었던 것이 2012년 138.1조로 무려 50조 원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이 발표한 각종 ‘대책’, ‘계획’에서는 그 이유를 은폐하고 있지만, 왜 그토록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는지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07년 말 세계 대공황이 발발한 이후 이명박 정권은 자신의 임기 동안 공황구제를 위해 4대강 사업,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에 막대한 재정을 투여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공황구제 사업이 토목건설사업에 집중되면서 재정적 부담을 LH공사가 부담하게 된 것이고, 이것이 50조 원 이상 증가한 부채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부채 등의 수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인용)

또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 핵심과제로 진행했지만, 현재는 ‘쪽박’을 차고 있고, 진행과정 역시 사기로 점철된 해외자원개발 사업 역시 막대한 부채를 증가시키는 주요인이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의 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정책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무려 43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대부분 부실로 이어지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고, 사업 손실 추정액만 4,000억을 넘기고 있다.(주간경향, 깡통사업 전락한 해외자원개발 사업, 2013.10.30 참고) 

2008년 49.7조 원의 부채에서 2012년 95.1조 원으로 무려 50조 원 가까운 부채가 증가한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사 포함)의 부채증가 원인은 민간발전사로부터 전기 구입 시 초과지출,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발전소 건설로 인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인천공항철도 인수, 용산 국제업무지구 재개발사업 중단, 신규차량구입, 화물운송료 감면 등으로 인해 2012년까지 5년 동안 7.5조 가까운 부채를 증가시켰다.(부채 등의 수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인용)

이처럼 공기업 부채를 급격히 증가시킨 ‘방만경영’의 실체는 바로 공황구제와 해외자원개발사업 ‘사기’, 독점자본 지원 정책, 경제위기에 따른 부실 인수 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공기업 부채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2007년 말 세계대공황이 발발하여 2008년 전 세계를 공황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감에 따라,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총자본으로서 국가가 직접 나서서 행한 공황구제 사업에 있고, 독점자본의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공기업이 손해를 감수한 데 있다. 

즉, 세계대공황에 따른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대응인 것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공기업 부채증가의 책임을 해당 공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임금과 복지,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구조조정과 사유화를 강제하고 있으며, 또 공공요금 인상 등의 형태로 전체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이 말하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란 바로 자신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방만경영’을 일삼아 부채를 급격히 증가시킨 공기업의 경영자는 다름 아닌 정권 창출 공신록에 이름을 올린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다.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부터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고, 이렇게 ‘떡고물’을 받아 챙긴 ‘낙하산 인사’들은 정권의 명령에 따라 공기업을 ‘방만하게’ 경영해 왔던 것이다. 

<공공기관의 8대 방만경영 유형‧사례>의 하나로 ‘경영·인사권 침해’를 들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정작 자본과 정권은 경영·인사권을 경영자(자본가)의 불가침의 영역으로 선포하고 노동자들이 경영‧인사에 일절 관여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만약 노동자들이 경영‧인사에 관여하려 할 경우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벼락을 내리기 일쑤다. 박근혜 정권은 이점에서 역대 어느 정권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면서도 (방만)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그 피해를 전체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정신분열증을 보이고 있다. 

정권이 투하하는 ‘낙하산 인사’만큼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내는 기생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 것이다. 오직 노동자를 착취하여 얻은 이윤의 부스러기를 받아먹기 위해 권력에 달라붙어 기생충으로 살아가는 ‘낙하산 인사’들이 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행하는 생산적인 역할이란 자본주의의 기생성과 부패성, 그리고 부르주아 권력의 천박함을 폭로한다는 점이고, 경영자 없이도 얼마든지 노동자들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수백조 원의 부채를 증가시킨 ‘고임금’?


박근혜 정권과 독점자본이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또 하나는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이다. 박근혜 정권은 부채를 증가시킨 ‘방만경영’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또 부채증가로 인해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하여 공기업 노동자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 자체로 공기업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은폐하는 것이다. 또한 부채증가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공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격하여 전체 노동자계급의 임금을 저하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공기업 노동자들을 전체 노동자 민중들로부터 고립시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자 민중 전체의 단결과 연대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공기업 노동자들이 받는 상대적 ‘고임금’은 이른바 ‘낙하산’으로 투하되는 최고경영자, 이사, 감사 등을 포함하여 산정한 것으로, 실제 공기업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박근혜 정권이 얘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장시간 노동, 야간‧심야노동, 휴일노동에 의해 벌충되고 있고, 이마저도 총액임금제 등에 따른 제약으로 초과노동만큼의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맹비난하는 ‘성과급 잔치’는 공기업 노동자들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의 개악을 보여주는 사례이고, 응당 지급해야 할 임금을 성과급이라는 명목으로 차등지급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시 정권이 총액임금제로 통제한 임금총액 내에서 이미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것뿐이다. 공기업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극심한 노동강도를 감내하고 있으며, 동료와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인상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어 1~2% 대 인상에 머물고 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과 자본이 ‘고임금’ 운운하는 공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임금이란 노동력의 재생산비로 노동자와 그(녀)의 가족이 각자가 처한 사회‧문화적인 조건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이다. 따라서 임금에는 노동자와 그(녀)의 가족이 생존을 영위하게 하는 의식주 등의 생활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비용, 교육, 의료, 양육 등에 필요한 비용, 문화생활과 여가활동에 필요한 비용, 예비적인 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임금이 높고 낮고는 “누구보다 얼마를 더 받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재료를 구입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공기업 노동자들 역시 여느 노동자들처럼 주택 구입, 양육, 교육, 의료, 결혼, 자동차 구입‧유지, 신용지출, 연금, 예비비 등에 임금의 태반을 지출하고 있다. 은행 대출금을 갚는 것도, 치솟는 교육비를 감당하기에도 버겁다. 자식의 결혼이라도 앞두고 있다면 기쁜 마음과 함께 결혼자금 마련 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고임금’인 것처럼 보이는 공기업 노동자들이 조금은 ‘인간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러할 뿐 결코 고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공기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저임금은 실제로는 초저임금, 초초저임금일 것이다. 그리고 설사 아무리 노동자들에게 임금, 성과급, 복지를 퍼준다 하더라도 불과 5년 만에 수백조 원의 부채를 증가시킬 수는 없다.

자본과 정권은 이건희, 정몽구 등의 소득에 대해서는 얼마를 벌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칭송하지만,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귀족 노동자’라는 얼토당토않은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하기 일쑤다. ‘고임금’이니, ‘과도한 복지’니, ‘민간기업이라면 체결이 쉽지 않을 단체협약’이니 하면서 공격하고, 공기업 노동자들과 이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을 조장한다. 자본과 정권이 목적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공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하고, 복지를 낮춰 부채증가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전체 노동자계급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연대를 파괴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공기업 노동자들을 고립시켜 무력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사유화에 맞선 전면적인 계급투쟁을 노동자 간 분열을 통해 주저앉힐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본과 정권의 ‘고임금’ 이데올로기 공격에 맞서 전체 노동자계급, 특히 최저한의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최저임금선에 서있는 노동자들의 절실한 이해가 걸린 생활임금 쟁취투쟁을 전면적으로, 전 계급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비효율성? 사유화(민영화)를 위한 정지작업!


공기업이란, 노동자 민중에게 공공재와 공적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창출을 돕기 위해 개별자본 혹은 일부 연합한 자본이 감당할 수 없거나, 이윤을 내기 어려울 때 총자본으로서 국가가 직접 나서서 설립한 기업이다. 따라서 공기업은 원래가 적자경영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만약 적자가 발생할 경우 노동자 민중의 호주머니를 털어 거둬들인 국가의 재정을 투여해 적자를 메우면 그만이다. 따라서 공기업은 자본을 위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즉, 자본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또 공황으로부터 독점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방만경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자본을 위해 공기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공기업의 또 하나의 역할은, 자본에 비해서는 높은 비용을 요구하지만, 노동자들에게도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재와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노동력 재생산비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춰 자본으로 하여금 더 많은 이윤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자본을 위한 것이지만, 공기업의 이러한 역할이 계속되면서 노동자 민중에게 ‘공공성’이라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근본적으로는 환상일 뿐이지만, 공기업은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설립한 공공의 재산”이고 따라서 “공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확고하게 자리하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공기업=비효율성”이라는 논리를 확산하는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공기업을 마치 관(국가, 지방정부)이 운영하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듯이 말하면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완곡하게 말하고 있지만 공기업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고, 정확하게 말한다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을 사적자본, 즉 국내외 독점자본에게 팔아넘겨 이들 독점자본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언급한대로 공기업은 자본이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본이 감당할 수 없거나 이윤을 얻기 어려울 때 국가(혹은 지방정부)가 직접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거대한 독점자본이 생겨나고 또 독점자본이 연합하여 더욱 거대한 독점체를 형성함에 따라 과거에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공기업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이미 국가에 의해 설비와 운영시스템이 갖춰지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숙련 노동자들이 갖춰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을 사들이는 것 이외에 추가적인 비용부담 없이 독점적인 이윤창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 공기업을 사들이는 비용 역시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들일 기업의 예상 수익을 담보로 은행빚을 얻어 사들일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비용 없이 국가 재정으로 공기업을 사들이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공황 앞에 쓰러져 나가고 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독점자본에게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체제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과 독점자본으로서는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은 다양한 형태로 사유화 공세를 계속하는 한편, 효율성 제고라는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면서 사유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사유화에 대한 전체 노동자 민중의 반발과 저항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 단체협약을 공격함으로써 ‘방만경영’, ‘비효율성’의 원인으로 인식되게 만들려 하고 있고, 노동자 민중이 공기업 노동자들에 대해 반감을 갖도록 조장하고 있다. 사유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해당 공기업의 노동조합이고, 공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전체 노동자 민중이 계급적으로 연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둘을 모두 공격하기 위해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보이는 경제적 차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공기업 개혁’에 맞서 가장 정치적인 요구로 무장하자!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 ‘과도한 복지와 단체협약’ 등을 문제 삼는 이유는 그것이 약한 고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이미, 예컨대 철도노동자들과 전체 노동자 민중이 사유화 저지!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정치적인 요구를 중심으로 연대하여 격렬한 투쟁을 만들어낸 것을 철도파업을 통해 확인했다. 박근혜 정권과 독점자본이 제기하는 ‘공기업 개혁’ 이데올로기의 근본적인 목적은 공기업, 공공부문 사유화라는 정치적 쟁점을 회피하고,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로, 그리고 순전히 경영상의 문제로 보이도록 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공기업 개혁’을, ‘공기업 정상화’를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에 맞서 저항하더라도 절대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협박까지 한 상태다. 이를 비웃듯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연대를 확고히 다지면서 전면적인 투쟁을 준비해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공기업을 반드시 사유화 하거나, 사유화가 불필요한 경우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할 것이다. 만약 이것이 관철될 경우 노동자 민중의 미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전면적인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시간차를 두면서 공격해 오더라도 공공부문 전체가 한 몸이 되어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철도노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되고 또 전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 사유화 저지! 구조조정 저지!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계급적인 요구를 전면에 걸고 싸워야 한다. 전체 노동자 민중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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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5 남부발전, 임금체불(임금차별) 기사 나왔네요 남제주화력 2014.03.05 1697 0
3244 인천 콜트악기지회 법률비 마련 봄 등산복 네파(신상품) 판매 금속인천 2014.03.04 5925 0
3243 정년연장의 조기도입과 5조3교대제의 동시시행을 촉구하며 7 이상봉 2014.03.01 2810 0
3242 무너지기 시작하는 서부회사 노조 5 태안1발 2014.03.01 3076 0
3241 민주노총, 국회 노사정 소위 불참하기로 참세상 2014.02.28 2344 0
3240 [제주유배 664일차] 노동탄압분쇄 투쟁일지 1 남제주화력 2014.02.27 3039 0
3239 남부발전, 현대판 유배제도?(기사펌) 1 에너지신문 2014.02.26 3098 0
3238 남제주화력발전소의 노동탄압이 도를 넘었는데 어찌하오리까? 5 남제주 2014.02.26 3699 0
[노동자정치신문 102호] '공기업 개혁의 본질과 독점자본 이데올로기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14.02.24 2412 0
3236 3월 남부발전 노동탄압 규탄집회 개최안내 남제주화력지부 2014.02.24 2853 0
3235 남부발전 노동탄압규탄집회 개최결과 남제주화력 2014.02.23 3548 0
3234 스페인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승리, 민영화 중단 참세상 2014.02.21 3605 0
3233 입후보 확정공고를 보고 질문!! 5 궁금이 2014.02.20 4812 0
3232 이석기 판결, 무엇이 내란 음모인지 의문 1 참세상 2014.02.20 3451 0
3231 위기에 빠진 버스조직에 대한 공공운수노조의 안일한 인식을 통탄할 따름이다! 버스조합원 2014.02.19 3785 0
3230 현대판 유배제도를 폐지하라 1 남제주화력 2014.02.17 5970 0
3229 5개 발전기업노조 한국노총가입 추진 1 어용노총 2014.02.15 5012 0
3228 고로쇠수액미리주문하세요 부산노동자협동조합 2014.02.12 434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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