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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대문

숲나무 2011.08.16 조회 수 2366 추천 수 0
노동자는 임금으로 생계를 꾸린다. 식비, 의복비,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여가문화비, 노후생활비 등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임금에서 얻는다. 임금이 없다면 노동자는 생존할 수 없다. 우리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간다.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한 별 도리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취업할 때 가장 먼저 그 회사가 제시하는 노동조건을 본다. 구체적으로 고용안정성, 임금수준과 노동시간, 노동형태와 복지다. 노동시간은 법적으로 주5일 근무제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정적인 것은 임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은 입사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보더라도 임금은 회사의 이윤에 따라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생계비의 개념이다. 만약 임금이 회사의 이윤에 대한 분배의 성격을 가진다면 이윤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어 지급되는 후불제가 맞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본가들은 임금을 후불로 지급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마치 임금이 생계비가 아니라 노동의 대가이자 이윤(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분배금인 것처럼 위장한다. 사실 노동자의 임금은 이미 정해진 생계비이어서 선불제가 마땅하다.

 

다음 사실로도 임금의 성격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매년 노동조합에서 임금인상 요구율을 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물가상승률이다. 물가가 상승하였다는 것은 바로 그만큼 생계비가 올랐다는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보는 것이 경제성장률과 노동생산성이다. 노동자가 사회 발전의 결과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년 이것이 임금인상에 반영되어야 한다. 설사 이 세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매년 임금인상이 되더라도 노동자와 자본가의 수입격차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모든 것이 같은 양이 아니라 같은 율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노동조합 임금협상에서 경제성장률과 노동생산성이 반영되기는커녕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에 그친다. 명목임금은 상승하지만 실질임금은 하락한다. 이것이 누적되면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진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는 데, 왜 노동자들은 살기가 더 힘들어 지는가? 라는 노동자들의 장탄식은 여기서 나온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부의 증대에 따른 양극화의 확대와 빈곤의 심화 경향이다.

 

지금 동서회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혈안이 되어있다. 일단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춘 셈이다. 지난 동서 어용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집단적 근로계약이 개별적 근로계약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연봉제 도입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또 동서 어용노조의 성과연봉제 거부 의지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다.

 

성과연봉제는 생계비적 임금을 분배(성과)적 임금인 것처럼 임금의 본질을 더욱 왜곡시키고 이런 잘못된 의식을 바탕으로 총임금 삭감과 노동자 개별화와 통제, 상시적 구조조정을 더욱 용이하게 하려는 자본가들의 전략적 술수에 불과하다.

 

일단 연봉제가 도입되면 대다수 노동자의 임금은 삭감된다. 그것은 그들이 말하는 비용일 뿐인 총임금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받는 임금총액을 기준연봉으로 ±20%의 성과연봉제로 시작한다면, 피라미드식 구조로 다수는 최대 20%까지 임금삭감을, 소수는 최대 20%까지 임금인상을 경험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준연봉은 별로 인상되지 않는 반면에 개인 간 임금차이는 확대되어 나간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노동조합 무력화 전략이다. 회사의 목표는 그들이 비용항목이라고 주장하는 인원, 임금, 복지를 필요할 때 언제라도 손 댈 수 있는 항구적인 시스템 구축이다. 그렇게 볼 때 성과연봉제가 그 기초이자 해법인 셈이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경우 노동조합이 하는 단체 임금협약은 무력화되고 개별 임금계약으로 가게 된다. 또한 임금차이로 인한 이해차이의 확대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으로의 단결을 방해하고 노동자들을 개별화시킨다. 결국 노동조합의 교섭력은 떨어지고 노동자 개별은 회사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다. 또한 평가를 통한 성과연봉제 그 자체가 구조조정으로 연결된다. 회사가 평가를 하는 것은 인원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연봉이 낮다는 것은 평가가 낮다는 것이며 이후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자본가들은 성과연봉제로 노동자를 개별화하여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그들이 필요할 때마다 거침없이 임금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는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통하는 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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