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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금융대출자 안락사시키는 정부의 정책

노동과정치 2012.07.02 조회 수 1003 추천 수 0

지젝, 쌍용차 분향소 방문

 

 

맑스와 헤겔, 라캉을 넘나드는 철학 세계로 ‘동유럽의 기적’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찾았다. 지젝은 자신의 저서인 ‘점령하라’와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등을 통해 자본주의적 현실에 대한 저항 운동을 독려해왔고 그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왔다. 작년 미국의 월가 점령시위에서는 연설자로 나서 “갈망하는 것을 갖게 되는 것을 두려워 말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지젝은 분향소를 방문해 “자본주의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많은 선택지는 우리가 진짜로 선택해야 할 것들을 가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권력에 대한 맹종이 진정한 행복을 가리고 있음을 지적하며 “진정한 행복이란 고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가 해야 할 일,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선택하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쌍용자동차 투쟁은 어리석은 행복(Foolish Happy)이겠지만, 진정한 행복과 삶의 길을 찾아가는 진정한 선택인 것”이라고 전했다.

 

 

지젝은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지젝은 “유럽에서는 경제적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 곧 적극적인 정치참여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만약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난다면 그에게 투표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쟁을 멈추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 슬라보예 지젝

 

 

유성기업 노조, 서울 노숙농성 돌입

 

 

유성기업노조 조합원들은 서울 삼성동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노동탄압 중단 △해고자 복직 △완성차 지배개입 분쇄 △심야노동 철폐 등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서울사무소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유성기업은 이미 노사간에 합의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약속을 어기며 직장폐쇄와 노조탄압을 자행했다. 조합원들이 현장에 복귀했지만 현장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당시 투쟁을 이유로 징계 해고된 해고자 27명도 아직 현장에 돌아가지 못한 상태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했지만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홍종인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유성자본의 본거지에 왔다. “만천하에 자본의 악랄함을 알리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상경 노숙투쟁의 의미를 설명했다. 홍완규 유성영동지회장도 “얼마전 충북지역에서 심야노동을 해 온 또 한 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서울에 온 것은 우리 사업장 승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탄압을 막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가계부채의 해법이 금융대출자의 안락사인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결정적 이유가 부동산 시장폭락으로 은행의 부동산대출자산이 붕괴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역시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가계부채 문제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대출자산이 위험해 지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한계상황에 다다른 가계의 부채문제에 대한 관리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부실화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위기로 전염되지 않기 위한 대출구조 변경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한계상황에 이른 채무자들의 소득이 늘지 않는 이상 과다한 채무를 갚을 방법이 없다.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사실상 대책 없음이라고 봐야 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가치 하락의 악순환으로 인해 스페인처럼 대출자산이 급속히 부실화 될 우려가 크다. 그러므로 일시상환 압박을 줄여주기 위해 채무자의 대출을 장기대출로 차환해주는 방법으로 ‘커버드본드’라는 생소한 채권이 등장하였다.

 

 

‘커버드본드’의 투자자는 은행이 발행한 채권에 대해 두 가지 청구권을 갖는다. 기초자산인 부동산담보물과 발행은행의 다른 자산들(예금, 국채 등등)이다. 은행이 위기에 빠져도 채무변제의 우선권이 있기에 모든 돈을 돌려받게 된다. 그래서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기침체가 발생하여 채권의 기초자산이 부실해지면 하락한 자산가치의 변동분 만큼 고스란히 은행으로 전가되고 이것이 은행위기로, 국가채무위기로 발전하게 된다. ‘커버드본드’가 가장 많이 발행되는 유럽에서도 경기침체로 인한 자산부실화와 은행의 위기는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 ECB의 지속적인 개입이 없이는 유럽계 은행들이 살아나갈 방도가 없는 상태다.

 

 

한국의 경우 커버드본드로 현재 일시상환 압박에 몰린 부동산 담보대출을 장기대출로 전환시키려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사실은 은행위기에 대한 대책인 것이다. ‘하우스푸어’들은 앞으로 10-20년에 걸쳐 평생 원금과 함께 이자를 매달 갚으며 살아가야 한다. 수도권 5대 광역시 담보대출 평균이 1억 3700만원인데 연이율 5% 20년 장기대출 전환시 매월 90만씩 납부해야 한다. 이것도 정년퇴직까지 직장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조건을 전제하는 경우에다 가능하다. 이건 목에 빨대를 꽂아 평생 빨아먹겠다는 건데, 왜 금융자본가들을 흡혈귀라 부르는지 실감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현재, 과연 이 채권을 누가 살까? 400조에 육박하는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연기금이다. 연기금의 원천은 국민들한테 진 빚인데 결국 국민 돈 끌어다 돌려막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사례들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버블이 충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근본적인 해결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올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 정책대응이 무엇일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위기극복을 위해 나섰던 방식이 정부가 나서 대신 부채를 짊어지는 방법이다. 직접적인 구제금융 방식으로 민간채무자의 채무를 정부가 떠맡는 방식 즉 2007-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파산직전으로 몰린 금융기관들을 미국정부가 공적자금 투여로 파산을 막은 사례가 그런 예다.

 

 

다음으로 경기부양책을 통한 방법이다. 추경예산이라는 것도 바로 이런 방법입니다. 정부가 대신 국채를 발행하여 그 돈으로 지출을 하는 거다. 그러면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민간부문의 소득이 증가하므로 부채를 줄일 수 있다. 대신 정부가 국채발행을 통한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경기가 되살아나고 소득이 늘어나 세수확대를 통해 국채증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거시적 대응책으로 ‘고인플레이션’과 ‘긴축’이 남는다. 인플레 정책은 말 그대로 화폐가치의 하락을 유도하여 빚의 총량을 줄여버리기에 채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거론된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이상 통화가치 저하로 인해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화폐가치의 하락은 금융자산가들의 이해와 대립되기에 금융질서를 쥐고 있는 세력들이 이 사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현 단계에서 정부가 ‘긴축’으로 커다란 방향성을 정해놓고 완급 조절을 위한 단계를 시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쉽게 말해 “시간 좀 더 줄 테니 허리띠 졸라매 갚아라!” 라는 것이다. 유럽채무위기를 “복지병”의 문제로 호도하는 주류언론들의 태도도 그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종합해 볼 때, 지금 정부의 대책은 ‘금융대출자의 안락사’를 강요하는 단계로 봐야 한다. 기업이든 가계든 급격한 파산은 막되 채무자의 역할을 끝까지 다하라는 것이다. 한계채무자(영세자영업자, 다중채무자, 저소득층)들에게도 역시 ‘이자를 좀 싸게 해 줄 테니 끝까지 갚으라!’ 요구하고 있다. ‘급격한 긴축이냐 재정확대냐’를 놓고 한판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80년전 케인스가 처방한대로 ‘금융억압’으로 발전할 지에 대해선 강한 회의가 든다. 왜냐하면 29일 유로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가장 먼저 환호하는 이들은 여전히 국적을 가리지 않는 금융시장의 ‘큰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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