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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지옥이 따로 없다

숲나무 2014.05.04 조회 수 1037 추천 수 0

세월호, 지옥이 따로 없다.


모든 사건과 사고에는 본질과 현상이 있다. 본질은 원인이며 현상은 본질에 부차적인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나타난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현상이고 그 원인은 중력이다. 그러나 사과는 달에서 1/6만큼 느리게 떨어진다. 이와 같이 중력이 작용한다는 것은 같으나 떨어지는 모습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자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세계에서 같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전 세계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소수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중·후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더 처참하게 나타난다.


자본가인 선주는 세월호로 돈을 벌고자 했다. 일본에서 거의 수명이 다한 배를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고철 값보다 약간 높게 사들였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려고 선실을 증축하였고 화물도 더 많이 실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 승무원들을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로 고용하였고 아르바이트까지 채용하였다. 자본가로서 선주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안전운항을 위한 비용은 극소화하는 대신 선주의 이익은 극대화하였다. 이런 상태로 세월호 선주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선주가 최소한의 안전도 내팽개치고 세월호를 시한폭탄처럼 운항하며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규제완화와 관리감독 부재 그리고 관련 기업과의 유착관계였다. 정부는 선박의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순차적으로 늘려주었고, 선박안전 및 운항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도 산하기관과 선주협회에 넘겼다. 자본의 이윤극대화를 국가 최고의 목표로 삶던 역대 정권들 하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선장, 선원, 승무원 대부분은 책임감을 느낄 시간도 없는 비정규노동자들이었다. 지난 20년간 신자유주의 정권들은 자본에 대한 규제는 철폐하고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통제 그리고 탄압은 강화시켜 왔다. 최근 박근혜 정권은 자본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손톱 밑 가시’로 폄하하면서 무려 7시간이나 TV생방송을 해대면서 자본가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겠다는 바람몰이를 하였다. 세월호 선주는 정부의 이러한 부채질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막대한 이윤을 취해왔다.


선주의 탐욕과 정부의 규제철폐는 애초부터 선박의 안전운항을 크게 위협하고 있었다. 또한 정부의 선박에 대한 관리감독 부재는 선박개조, 화물과적과 부실적재, 안전점검 소홀을 일상화하였다. 이에 더하여 선장과 선원 그리고 승무원들은 해난사고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사고가 발생하자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하였고, 보고를 받은 정부는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을 앞에 두고서도 어찌할 줄 몰랐다. 승객 구조를 위해 1분1초가 급한 상황에서도 특정 해난 구조업체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정부와 관련기업간의 구조화된 유착관계는 인명구조의 방해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결국 한 명도 구하지 못하고 240여명의 승객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60여명의 승객들은 아직 실종상태에 있다. 만약 당시 사고현장에 정부의 대책기구가 없었더라면, 아마 전국에서 팽목항으로 달려 간 다재다능한 그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율적으로 대책기구를 설치하고 구조작업이라도 신속하게 진행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 자체가 국민들의 자발적인 구조 활동의 기회마저 가로 막는 장애물이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사고의 원인이자 본질은 자본의 탐욕과 정부의 자본을 위한 규제철폐이다. 자본은 살인적인 이윤추구의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을 사회적으로 규제해야 할 책임은 마땅히 국가에 있다. 그러나 지난 여야를 불문하고 집권한 역대 정권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자본의 탐욕을 사회적으로 규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키어 왔다. 자본에 대한 사회적 규제의 철폐, 선박 수명연장과 증축 허가, 선원과 승무원의 비정규직화, 사고에 대비한 훈련과 교육 무시, 화물 과적과 선박에 대한 관리감독 부재 등은 자본과 정권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희생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었다.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사회와 환경 문제는 갈수록 재앙수준이다. 실업자와 비정규노동자의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자본경쟁으로 인한 전쟁위험의 증대, 인종차별과 민주주의 후퇴, 핵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 상품생산으로 인한 에너지 남용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 유전자 변형과 농작물 오염, 공장형 축산과 동물학대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가고 있다. 인간과 지구 파괴라는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여, 인간과 지구를 위한 대안체제를 서둘러 고민하고 가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국가가 누굴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 그로 인한 재앙이 누구에게 닥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갈수록 충격적인 사건사고는 우리에게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체제 실현이 선택이 아닌 필연이며 미래가 아닌 현실임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대리정치를 넘어 우리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어 대안사회를 대중적으로 건설해나갈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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