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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법운동과 비합법운동

숲나무 2013.08.06 조회 수 2680 추천 수 0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언론, 출판, 결사, 집회, 표현의 자유가 없었다. 정권의 허가 없이는 표현도, 집회도, 조직도 만들지 못하였다. 그래서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노동운동하는 거의 모든 조직들은 비합법 상태에 있었다. 운동가들은 도시 게릴라처럼 유인물을 살포하면서 시위와 집회를 하고 불법화된 책자를 몰래 나누어 읽는 것이 운동의 전형이었다. 이런 운동의 대표적인 조직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노동현장 곳곳에 대중적으로 뿌리 내리지 못한 전업 노동운동가들의 결사체였지만 말이다. 자본과 결탁한 군사독재정권은 정권유지를 위해 쉴 새 없이 확대·조작된 조직사건을 터트리고 운동가들을 불법조직 결성, 불법유인물 소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잡아가 고문과 구타 그리고 죽이기까지 하였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자체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폭과 다를 바 없는 폭력집단이었으니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었다. 그러니 운동가들은 죽기 살기로 정권과 법을 조롱하면서 비합법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합법 공간이 꽉 막힌 상황에서 비합법 조직운동은 필연적이었다.

 

 

세월은 흘러 노동자·민중들의 끈질긴 저항으로 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어 정치에 민주화의 봄바람이 불었다. 민주세력들은 이제 직선세로 정치권력을 놓고 친일·숭미·군사·자본가 독재정권의 계승자들(이승만의 자유당→박정희의 민주공화당→전두환의 민주정의당→ 노태우의 민주자유당→ 김영삼의 신한국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과 다툴 수 있게 되었다. 그 열려진 정치의 자유만큼 합법 공간이 늘어나자 비합법 지하 운동조직들은 하나둘씩 해체되면서 지상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급진운동들을 의회정치로 가두면서 그 날카로움을 제거해 나갈 수 있었다. 비합법 운동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자본가 정권에 대한 비판과 투쟁도 그 예리함을 잃어갔다. 많은 운동가들이 계급운동에 이별을 고하고 양복으로 갈아입고 국회의원으로 자본주의 의회정치의 일원이 되어갔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로 대표되던 노동자 계급운동은 민주노총으로 이행하면서 치열했던 현장투쟁은 낡은 것으로 취급되었고 사회개혁운동으로 변질되어 국회와 선거 꽁무니만 쫓았다. 이러는 동안 자본가 정권은 운동지도부를 제도권으로 포섭하면서 노동현장을 하나둘씩 무력화시켜 나가자 민주노총도 그 힘을 잃기 시작하였다. 민주노총의 노동자 대중에 대한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조직력도 바닥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이게 정말 바닥인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회유 그리고 권리 박탈을 노사정을 앞세워 세련되게 주도해나갔다.

 

 

쌍용차정리해고, 현대자동차비정규,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 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칭 민주정권이었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 바턴을 이어 더 표독하게 노동자를 탄압하였다. 이명박은 부르주아 개혁정권이 만들어 놓은 노동탄압 도구들(손배·가압류, 필수유지업무 등)을 무기로 자본을 대리하여 국가폭력을 마음껏 휘둘러 댔다. 이명박 자본가 정권은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적 진압, 용산철거민을 도시 테러분자로 규정한 폭력 진압,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자본에 대한 노골적 비호와 그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사적폭력을 동원한 탄압, 민주노조를 해체·무력화시키려는 자본·경찰·검찰·노동부·청와대 합동 기획,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두환식 정화작업, 심지어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설립과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어 놓았다. 부르주아 수구·보수정권은 급기야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대선 개입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도 무력화시키는 자본가 독재정권의 본질을 알몸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다시 표현,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막히고 있다. 부르주아 개혁정권 내내 먹고사는 문제가 더 악화되자 정치민주화와 민주주의는 그만큼 퇴색되고 말았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개혁정권이 민주주의 후퇴를 불러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하면 삶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국민들은 그들의 껍데기 민주주의에 실망한 것이다. 사실 그들이 주장했던 민주주의는 바로 그들도 집권이 가능하게 하는 그런 민주주의였던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은 태생적으로 함께 가지 못한다. 자본이 흥하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주주의가 일어나면 자본이 약화된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의 새로운 축적전략인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면서 민주주의는 더욱 후퇴하였고, 자본독재가 그만큼 더 강화되자 민중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르주아 개혁정권은 신자유주의 첨병들이었고 사회양극화, 비정규직 확대, 민영화를 심화시켜 경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이런 이유로 점점 합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해지고 있고 인권, 노동권 등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식당하고 있다. 합법적인 활동에 대한 회의와 무력감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한국은 기본권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운동 측면에서는 필요에 따라 합법과 비합법을 오가야 하는 반합법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대자본 권력의 영속적인 집권을 위해 합법·불법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총동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중들을 살릴 경제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새누리당과 자본권력을 분점하거나 주기적인 권력 교체만을 위해 제한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선거 때마다 그런 민주당 주변을 기웃거리며 민주연합정부를 꿈꾸고 있다. 정의당은 안철수와의 정치연대를 염두에 두면서 크게는 민주당을 포함한 선거연합을 내다보고 있다. 노동당은 국회에 진보세력 독자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힘이 많이 부친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그리고 시위해야 하는 거리에서 노동자들의 아우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사회가 질적으로 진보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혁정치는 몇몇 의회 정치인들의 잔재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현장이 들썩거리고 거리가 웅성웅성해져야 변혁정치도 살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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