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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의 ‘어이없는 甲질’?

어이상실 2013.07.01 조회 수 3978 추천 수 0
한수원의 ‘어이없는 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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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7-01 03:05기사수정 2013-07-01 03:05

요즘 정부세종청사를 들어서면 정말 근무 공간이 맞나 싶다. 번듯하게 지어진 건물 내부는 불 꺼진 어두컴컴한 복도가 지나는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냉방을 제대로 못해 복도로 활짝 열어젖힌 문 사이로 더위에 지친 공무원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최근 원전 납품 비리로 촉발된 정부의 전력수급대책이 빚어낸 풍경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정부세종청사만이 아니다.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도,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내 아이도 때 이른 더위에 전력난과 버거운 전쟁을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초 늦은 밤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 세미나 행사에 건설사 홍보실 직원들이 불려나가 술시중까지 들어야 하는 게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저는 그날 술을 얼마나 많이 따랐는지, 박수를 얼마나 많이 쳤는지 손바닥이 다 아플 지경입니다."

한수원이 지난 5월 3일 경북 예천에서 홍보담당 직원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원전 시공사로 있는 대형건설사 홍보실 직원들을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한수원 측은 당시 세미나가 "원전건설 협력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건설사 직원들의 봉사(?)는 밤늦은 술자리에 이어 다음날 아침 산행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소 발주사인 이른바 '슈퍼 갑'으로 통하는 한수원 앞에서 시공업체에 불과한 건설사 직원들은 싫은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한수원 홍보실 측은 또 얼마 전 대형 건설사 홍보직원들을 불러놓고 "앞으로 당신들(건설사 홍보실 직원)이 우리들에게 하는 것을 점수로 환산해 원전 발주 때 반영하겠다"며 건설사 홍보담당자 업무를 제대로 하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그 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시 자리에 참석했다는 대형 건설사 홍보담당 직원은 "잘 하라는 게 무슨 뜻인지 건설사 직원들끼리 해석이 분분했다"며 "원전 부품 납품비리로 자숙해야 할 한수원이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납품비리에 따른 원전사고 위험 등으로 국내 원전 23기 중 절반에 가까운 10기가 멈춰 서고 국민생명을 담보로 한 납품비리가 불거진 한수원. 한수원 측은 부인하지만 건설사 직원들의 토로처럼 아직도 이처럼 어이없는 '갑질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이 전력난으로 이렇게 고통받는데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는지…"라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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