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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인가? 주인인가?

손호철 2012.12.17 조회 수 1081 추천 수 0
[손호철의 정치시평]노예인가? 주인인가?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 ‘나를 잊지 마세요.’ 물망초꽃의 꽃말이다. 그렇다. 대선 때만 되면 북한은 나를 잊지 말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려온다. 1987년 KAL기 폭파사건이 대표적 예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로켓 발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로켓 발사가 그들이 싫어하는 냉전보수세력을 돕는 것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북한 지도층이 대대손손 멍청한 것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대립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안보논리로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우리의 냉전정권은 북한에 군사세습정권이, 북한은 남한에 냉전보수정권이 필요한 적대적 상호의존관계 때문에 냉전보수세력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행동으로 어느 쪽이 득을 보느냐는 관심이 없고 단순히 몸값을 올리기 위해 가장 극적인 순간에 ‘나를 잊지 말라’고 시위를 하는 것일까. 답답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교묘하게 속임으로써 입만 열면 안보를 이야기하는 냉전보수세력들이 얼마나 안보에서도 무능한가를 보여준 것이다.

    역사적인 대선이 이틀 뒤로 다가왔다. 바라던 후보단일화에도 불구하고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단일화 과정을 비롯해 야권이 제대로 선거운동을 했다면 이 같은 불안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을 포함해 야권은 선거과정에서 한 번도 국민들을 진정으로 감동시키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 덕분이 아니라면 지금 같은 판세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진영의 무능이다. 그들은 제대로 된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무능을 넘어서 과연 이들이 혁신 의지라도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을 분노시켰고 안철수 전 후보가 지적한, 국회의원 세비 인상만 해도 그렇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담합해 이번 국회부터 세비를 20% 인상했다가 비판을 받자 이달 초 세비를 30% 삭감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의 예산결산소위 위원장이 내년 세비를 3% 다시 인상하는 안을 슬그머니 통과시켰는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동결하는 것으로 수정하여 내년도 세비를 동결시켰다”고 폭로함으로써 세비 삭감은 ‘정치 쇼’라는 비판만 받고 말았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세비 인상이라니 이게 제 정신인 정당인가? 이 같은 혁신 의지의 부재와 무능을 보고 있자니 설사 이번에 민주통합당이 승리하더라도 과연 이들이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것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을.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 늦었지만 국민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 혁신카드를 내놓아야 한다. 안철수 전 후보도 지금까지와 같은 선문답 같은 방식이 아니라 결정적인 한방을 문 후보를 위해 날려줘야 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역시 조건 없이 사퇴함으로 정권교체를 돕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지난번 이 지면에서 필자가 예측한 바 있듯이 어제 제3차 TV토론을 앞두고 전격사퇴했다. 그러나 이 모두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제는 투표율이다. 특히 투표율이 낮은 젊은층이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유명한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이 민의를 대변해서 지배하는 현대대의민주주의제도에 대해 “투표를 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만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라고 혹평한 적이 있다. 맞는 이야기인지 모른다. 특히 선거 때는 별별 감언이설을 늘어놓다가도 선거만 끝나면 표변하는 한국의 정치꾼들을 보면 그러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루소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최소한 투표를 할 때만은 우리가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따라서 투표를 통해 최소한 19일만은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기권함으로써 투표일조차도 노예로 남아 있을 것인가? 선택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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