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발전노조 죽이기’에 청와대·지경부·경찰 개입

한겨레 2012.10.09 조회 수 1229 추천 수 0

‘발전노조 죽이기’에 청와대·지경부·경찰 개입

한겨레 | 입력2012.10.09 08:30

기사 내용

[한겨레]민주노조 무력화 담은 '동서발전 문건' 공개


새 노조 설립 "청와대 통해 압력" 적혀 있어


경찰청·지경부엔 이메일로 노조 동향 보고

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회사의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데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경찰청, 한국전력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의원(민주통합당)은 8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 소속 한국발전노조의 무력화 과정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발전노조는 5개 발전회사 노동자들로 이뤄진 산업별 노조로 민주노총 공공부문의 핵심 사업장이었으나, 회사 쪽에 가까운 기업별 노조들이 생기면서 힘을 잃었다.

5개 발전회사 가운데 하나인 동서발전이 작성한 '발전노조 탈퇴를 통한 기업별 노조 설립(플랜 B)'(2010년 11월29일) 문서를 보면, '(고용노동부) 강남지청 최대한 사전 협의(로비)로 1심 이후 반드시 신고필증 수령.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통한 압력 행사(2010.11.30 김○○ 접촉 예정)'라고 적혀 있다. 당시 동서발전은 조합원 투표로 민주노총을 탈퇴하려다 부결되자, 계획을 바꿔 회사에 협조적인 노조를 세우려 했다. 하지만 복수노조 시행 전이라 노조 필증을 받기 어려워 노동지청에 압력을 넣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문건에는 '참신한 새로운 인물 발굴로 업그레이드된 (회사 노조) 추진위원회 위상 정립 필요. 새로운 인물 발굴 동참'이라는 언급도 담겨 있다. 회사가 직접 나서서 새 노조 간부를 물색한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일 경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홍영표 의원은 "동서발전이 대놓고 청와대에 압력 행사를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발전노조 죽이기'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재 노사관계 회의 문건(2009년 9월17일)을 보면, 당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철도공사는 적극적으로 노조 대응을 하고 있으나, 가스와 발전은 계획만 있지 실천은 없음"이라고 질책하고 있다. 2009년 9월24일 문건에는 이영호 비서관 주재로 청와대 회의가 열려 발전노조 대응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적혀 있다.

정부의 의지가 실린 탓인지 동서발전은 경찰청·지식경제부와 긴밀한 협조를 한 것으로 문건에 나와 있다. 동서발전 노무담당자는 2010년 11월30일 경찰청 정보과 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 "죄송합니다.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가결시켰어야 했는데…. 플랜비(Plan B) 추진일정을 보내드립니다"라고 썼다. 동서발전이 지식경제부에 보낸 '동서발전 기업별 노조 동향'(2010년 12월30일) 문건에는 조합원들의 발전노조 탈퇴 및 기업별 노조 가입 현황이 상세히 담겨 있다.

모기업인 한국전력도 발전노조 문제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경영평가(2010년) 문건을 보면, 발전회사 노무관리 평가에 발전노조 선거 결과를 주요하게 반영한 정황이 드러난다. '민주노총 탈퇴'를 내건 '제3세력'의 득표율이 높아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결국 5개 발전회사에서는 회사 쪽에 협조적인 기업별 노조가 각각 생겼고, 발전노조는 조합원이 6500여명에서 1200여명으로 급감해 교섭권을 빼앗겼다. 홍 의원은 "기업들이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조 파괴' 노무법인과 결탁해 노조 무력화에 나섰다면, 공공부문에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해 노조 죽이기를 한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동서발전 관계자는 "이미 부당노동행위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dandy@hani.co.kr

0개의 댓글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3190 온실가스, 방사능 그리고 지구환경 (에너지와 노동조합 2) 제2발 2012.03.06 931 0
3189 야근 자주하면 심장병 위험 80% 높아진다 교대근무 2012.09.13 1093 0
3188 KT, 인력퇴출프로그램 가동 2만5천명 정리해고, 사망노동자 266명 조합원 2012.09.14 1412 0
3187 통상임금소송 최대한 시간 끌어라 1 정부 2012.10.03 2635 0
3186 청문회는 왜 동서만 하는가? 4 중부발전 2012.09.20 2205 0
3185 서부 화학설비(수.페수설비) 외주화 진행중? 2 화학 2012.09.15 2237 0
3184 외주용역의 비참한 결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857명, 비정규직 5960명 조합원 2012.09.21 2256 0
3183 태섭이가 이젠 막나가는구나 11 석문 2012.09.12 1909 0
3182 죽은 별이 되어가는 발전산별 8 산별 2012.09.14 2140 0
3181 전기요금 누진제 3단계로 축소 수급 2012.09.10 1066 0
3180 (현장활동가전국토론회)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의 독자 대선후보 낸다. 1 노동자 2012.09.10 1320 0
3179 제4탄 : 성과연봉제 도입 사례 "KT"실체를 파헤쳐 보자!! 동서본부 2012.09.13 1771 0
3178 ㅎㅎㅎ 남부 화이팅 3 하동 2012.10.02 2300 0
3177 이 정도는 되야 최고라 할수있다 노조기자 2012.09.13 1342 0
3176 이랜드의 연봉제 ... 연봉제 2012.09.09 2352 0
3175 KT, 노조대의원 선거투표소 결정 개입 1 조합원 2012.09.19 1134 0
3174 법원, 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와 국민노총 가입 무효 가처분선고 노동자 2012.09.19 1441 0
3173 KT 퇴출제도 정황드러나, 이석채 국감증인 채택가능, 발전노조 파괴주범 동서 이길구는? 조합원 2012.09.20 1890 0
3172 통합 관리 필요성... 조합원 2012.09.19 1285 0
3171 인생 그렇지요 1 서해SLP 2012.09.27 1256 0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