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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공공기관 노동자에 치명적-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해부한다

성과연봉제 2012.08.25 조회 수 2502 추천 수 0

성과연봉제, 공공기관 노동자에 치명적

성과연봉제를 놓고 한판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이것은 가히 정부와 공공기관 노동자 사이의 한판 전쟁이다. 사용자들은 언제나 그랬지만 정부의 지침에 순응하면서 소나기를 피해갈 방법만 찾고 있다. 그러나 누적식이라는 괴물을 필두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그 자체로 공공기관 노동조합과 노동자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저지하지 않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일하면서 비굴하게 사는 길 밖에 없다.

정부의 뜻대로라면 성과연봉제는 2011년 바로 올해부터 시작된다. 이미 공공기관의 이사회들은 대부분 정부의 지침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의결을 해둔 상태이다. 간부직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라고 권고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이다. 간부직으로 일단 한정한 것도 2010년 상반기에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하나로 뭉쳐 성과연봉제에 저항하자 슬그머니 우회로를 찾은 것뿐이다. 못난 사용자들은 하나씩 둘씩 전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정부의 품 안으로 기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인 바에야, 본격적으로 투쟁하기에 앞서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구석구석 살펴보자. 정부의 지침대로 했을 경우에 성과연봉제가 어떤 파괴력과 폐해를 갖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통제불능의 누적식, 임금교섭이 불가능해진다
기본연봉이란 연간 통상임금에서 성과연봉을 제외한 임금이다. 기존에 연봉을 구성하던 정액급, 연구활동비, 중식비, 차량보조비 등을 모두 통합해서 총연봉의 70-80% 수준으로 하라는 것이 정부의 지침이다. 기본연봉은 직급별 호봉 또는 연봉표를 폐지하고 직급별 임금범위로 관리하며, 근속년수와 연동한 자동승급 등을 지양하고 평가를 통해서 차등인상하라고 한다. 기본연봉의 차등인상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작년에 평가한 결과로 올해 기본연봉이 결정되고 올해 기본연봉을 기준으로 내년도 임금이 결정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누적식이다. 직급별 임금폭은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차등폭도 점진적으로 커지도록 할 것이다.

누적식을 도입할 경우 3년간 기본연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계산해 보았다(표 1). 임금인상률은 3±2%(D 1%, C 2%, B 3%, A 4%, S 5%)로 5단계로 차등을 두었고, 각 배분율은 S/D 10%, A/C 20%, B 40%로 했다. 이렇게 상대평가를 통해서 5등급으로 평가하면 계산상으로는 1년차 5등급, 2년차 25(=5×5)등급, 3년차 125(5×5×5)등급으로 나뉘지만 결과적으로 동일한 평가등급(AB=BA, ABC=CBA=CAB 등)끼리 묶으면 2년차 15등급, 3년차 35등급으로 축약된다. 똑같은 경력 똑같은 임금에서 시작하더라도 불과 3년 만에 35개의 다른 기본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완전연봉제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에 대한 통제권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된다. 노동조합의 임금교섭권은 철저히 무력화되고 설령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연봉협상을 하려고 해도 호봉표, 연봉표가 폐지된 후에는 적정한 비교 기준을 찾을 수도 없다.


사실상 완전연봉제, 임금차등폭은 갈수록 확대된다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임금인상률을 3±2%로 해서 누적식으로 적용하게 되면 3년만에 기본연봉 최고와 최저의 인상률 격차는 12.73%(SSS 15.76%, DDD 3.03%)에 이른다. <표2>는 임금인상률이 같아도 차등률에 따라 변화되는 최고-최저 기본연봉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에 임금이 동결되는 경우에도 차등폭을 유지한다면 일부(C, D등급)는 여지없이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삭감이 거듭되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간부직과 그렇지 않은 비간부직 사이에 임금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존 직원과 경력이 전혀 없는 신규 직원 사이에도 임금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본연봉의 양극화, 중간등급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남보다 열심히 일해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면 모르지만 상대평가제도 아래에서 정규분포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 등급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각 등급별 인원 배분비율에 관한 정부의 지침은 특정등급이 50%를 초과하지 않고 최소 10% 이상으로 상대평가를 하라는 것이다.

다시 <표1>로 돌아가 보자. S와 D 10%, A와 C 20%, B 40%로 배분했을 때, 중간등급은 40%(1년차, B)에서 16%(2년차, BB)로 줄어들고, 3년차에는 6.4%(BBB)로, 4년차에는 2.56%(BBBB)로 계속 축소된다. 그리고 중간등급(B, BB, BBB...)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위 아래로 고루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하위등급으로 갈 확률이 더 높다. 1년차에서 상위등급(S+A)과 하위등급(C+D)이 될 확률은 똑같이 30%였지만, 2년차에서는 상위등급이 될 확률(37%)보다 하위등급으로 추락할 확률(47%)이 10%나 더 높고, 3년차에서는 상위등급으로 갈 확률(39.6%)보다 하위등급으로 갈 확률(54%)이 14.4%가 더 높다. 3년만에 전체 인원의 절반이 평균보다 더 낮은 등급으로 가게 된다. 쉽게 말해서 누적식 기본연봉은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연봉의 양극화를 촉진한다.

 
상위등급 쟁탈전, 한번 뒤처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가령 3년간의 평가가 S->B->D와 D->B->S를 비교해 보자. 기본연봉 인상률은 둘 다 같다. 그러나 3년간의 총연봉은 다르다. 3년간 평가등급 S->B->D와 D->B->S는 현행 임금체계에서는 0.05% 차이밖에 없지만 누적식 기본연봉을 도입하면 임금인상률 3±2%에서 3년간 연봉총액에서 2.43%(5,422,277원)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표3>은 기본연봉 4,900만원(총연봉 7,000만원)인 사람이 성과연봉 차등폭을 ±10%로 했을 때 3년간 평가등급의 순서에 따라서 총연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계산한 것이다. 높은 등급을 한번 놓치면 만회하기 힘든 체계에서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정률제 중심의 임금인상은 상후하박을 가속화한다

그동안 하후상박은 임금인상의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기본적으로 정률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하후상박은 폐기되고 상후하박이 강화된다. 해가 갈수록 상위 연봉자와 하위 연봉자의 임금격차를 확대하여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성과연봉제는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한다. 참으로 이명박 정권의 본질과 잘 맞아떨어진다. 노동자로서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해부한다
 
성과연봉제에서 총연봉은 크게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으로 구성된다. 이번에는 성과연봉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성과연봉에 대한 정부 지침을 보자. 총연봉에서 차지하는 성과연봉의 비중을 20~30% 이상(공기업은 30%)으로 하고, 성과연봉의 차등폭은 최고-최저 등급간 최소 2배 이상이 되도록 확대하며,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을 합친 총연봉의 차등폭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간 단계적으로 20-30% 이상 되도록 기본연봉(조정방식)과 성과연봉(비중․차등폭)을 설계하라고 한다.

 
정부 지침에 곧바로 총연봉 차등폭 20.04%
성과연봉의 최고-최저 등급간 2배 차이가 나는 최소 차등폭은 ±33.4%이다. 즉, 성과연봉 평균을 1로 할 때 최고 1.334, 최저 0.666까지 차등을 하라는 것이다. 성과연봉의 비중이 총연봉의 30%일 때 성과연봉 차등폭 33.4%만으로도 총연봉의 차등폭은 20.04%까지 벌어진다. <표1>에서 보듯이 총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의 연봉 격차는 1,020만원이 된다.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총연봉 차등폭이 높으면 10%를 웃돌고 있는데 정부 지침에 따르면 곧바로 총연봉이 현재보다 2배 이상 차등액이 커지게 된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은 차등액에 정부출연연구기관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과연봉 차등 확대는 임금 삭감으로 귀결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현재 성과급 차등률이 ±10-±20%인데, 현행 차등률을 정부 지침대로 ±33.4%로 확대하면 등급간 간격이 넓어져서 하위 등급은 임금이 크게 삭감될 수밖에 없다. <표2>에서 보다시피 현재 성과연봉 차등률이 ±10%에서 ±33.4%로 바뀌면 평가등급이 C인 경우 성과연봉 2,457,000원이 삭감되고, 평가등급 D인 경우 4,914,000원이 삭감된다. 물론, 성과연봉 삭감과 별개로 기본연봉도 삭감된다.


성과연봉 차등과 누적식 기본연봉의 결합, 속수무책

다시 한 번 성과연봉제의 핵심내용을 상기해보자. 기본연봉은 5단계로 차등해서 누적식으로 적용하고 성과연봉은 비누적식으로 적용하되 최고-최저 등급간 성과급 지급액이 2배 차이가 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성과연봉 차등 확대와 기본연봉 누적식이 동시에 적용되면 총연봉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

성과연봉만 차등하게 될 경우 총연봉의 차등폭은 20.04%에 이른다고 이미 지적했고, 여기에 기본연봉 누적식을 더한 결과를 <표3>에 정리했다. 기본연봉 차등률을 2%로 하면 해마다 약 2%씩 총연봉 차등률이 확대되어 5년차에는 29.77%에 도달하고, 기본연봉 차등률을 4%로 하면 해마다 약 4%씩 총연봉 차등률이 확대되어 5년차에는 39.55%에 이르게 된다. 총연봉 차등률 39.55%라니, 총연봉 5,000만원이라면 최고-최저 등급간 차액이 19,775,000원이다. 성과연봉제를 막지 못하면 불과 5년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직무급 차등, 3중의 차등제도

기본연봉 누적식과 성과연봉 차등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런지 정부는 직무급제 도입까지 성과연봉제 지침에 포함하고 있다. 직무평가에 따라 동일 직급 내에 3개 이상의 직무급을 설치하고 직무가치 변동에 따라서 보상이 유연하도록 설계하라는 것이다. 직무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히 제시하지 않고 기관의 특성과 여건을 반영하라고만 했다.

 
성과연봉제를 막아라
결론적으로, 성과연봉제는 기본연봉(5단계 누적식), 성과연봉(5단계 비누적식), 직무급(3단계 비누적식) 등 3중의 차등제도를 통해 임금 차등폭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성과연봉제는 모두가 열심히 해도 중장기적으로는 현행 임금제도보다 임금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성과연봉제는 노동조합의 임금교섭과 투쟁의 여지를 완전히 봉쇄한다. 성과연봉제는 자의적 평가에 따라서 임금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되므로 평가제도의 미비와 불공정성의 문제가 첨예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성과연봉제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나 업적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질보다는 양 중심으로 쏠리게 되어 개인이나 부서 간 협동연구과 공동사업은 더욱 위축된다.

결국 성과연봉제를 통해서 정부가 노리는 것은 노동자들 사이의 무한경쟁이며, 노동조합의 무력화이다. 노동자들은 노동 강도의 강화와 과로 등으로 쓰러져갈 것이 분명한데 노동조합은 힘을 잃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반드시 막아야 한다. IMF 환란 이후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자의든 타의든 양보하고 포기했던 많은 것들 중에서 성과연봉제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었다. 예산상 불이익, 임금 삭감 등등, 지금 저들이 을러대는 그 무엇도 성과연봉제보다는 파괴력이 강하지는 않다. 그래서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은 공공기관에서 민주노조를 지키는 투쟁이고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지키는 투쟁이며, 궁극적으로는 공공기관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고 공공서비스를 확충하는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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