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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 3년과 노동현실

경향 2012.08.07 조회 수 808 추천 수 0
쌍용차 사태 3년과 노동현실
 
대한민국은 올림픽만 열리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최강대국과 함께 메달을 휩쓰는 스포츠 강국이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경제대국이기도 하다. 이런 외형적인 요소만 생각하면 선진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시선을 노동 현실에 돌리면 한국사회는 아직도 국제적인 기준과 상식에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그것은 혈혈단신의 여성노동자가 1년 사계절 동안 쇳덩어리 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건 농성투쟁을 해야만 정리해고에 약간의 제동이나마 걸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회사 측의 사주를 받은 용역깡패들이 곤봉과 쇠파이프로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는 나라, 이런 용역폭력을 국가권력이 묵인·방조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 힘겹게 견뎌내고 있는 이러한 ‘노동잔혹사’의 현실 가운데서도 쌍용자동차 사태는 가장 처참하게 속살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만하다. 2009년 경영진이 총인원의 36%인 2646명을 정리해고하려 하자 노조가 파업으로 맞섬으로써 촉발된 이 사태는 해고 대상자 가운데 461명을 무급휴직 처리하고, 1년 뒤 복직시킨다는 노사대타협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직약속은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더욱 크나큰 비극은 퇴직을 선택한 해직자들이 쌍용차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에 임시직 일용직으로 떠돌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이다. 어느 해직 노동자가 돈벌이하러 간 사이에 그의 부인이 숨졌고, 12살 딸이 5살 동생을 안고 엄마의 시신 곁에서 밤을 지새운 참혹한 일도 있었다. 폭력적 강제진압으로 인한 부상과 정신적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와 그 가족도 부지기수여서 지금까지 사실상의 ‘사회적 타살’을 당한 이들은 무려 22명에 이른다고 한다.

어제는 쌍용차 사태가 타결된 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파업을 이끌었던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3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출소했다. 그는 “파업이 끝난 뒤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은 것은 쌍용차라는 기업이 가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며 사회의 외면과 무관심 때문이기도 했다”면서 “죽음 소식이 두려워 한동안 신문 사회면을 펼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쌍용차는 노사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적반하장 격의 노조와해 시도를 멈춰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적극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 ‘쌍용차 특위’를 구성한 정치권은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온 반노동정책의 실상을 규명한 뒤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말고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노동자들에게 내미는 일이다. 22명에 이어 또다시 희생자가 나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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