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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 대한 사회적 분노, 80% 투표율, 극우 지지 18%

목수정 2012.04.25 조회 수 831 추천 수 0
프랑스 대선 1차투표 관전기  /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80%의 투표율, 비 내리는 일요일, 더구나 부활절 방학 한가운데 낀 주말이었다. 유권자 상당수가 휴가를 떠난, 이 몹쓸 타이밍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그 첫 충격은 80%의 투표율이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바로 현 정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의미했다. 얇은 소책자 <분노하라>가 프랑스에서 200만부나 팔렸던 것도, 거짓을 일삼고, 부자들에겐 선물을, 나머지 국민들에겐 노골적인 우롱을 일삼은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그 분노를 선거를 통해 결연하게 토해냈다.

극우의 약진, 예상대로 사회당의 올랑드와 현직 대통령 사르코지가 2차 투표로 가는 티켓을 거머쥔 것을 확인한 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린 곳은 18%를 얻은 극우정당의 마린 르펜이었다.

극우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면, 언론에 언제나 등장하는 말은 “걱정스럽다”이다. 유럽에서 극우를 가장 먼저 연상시키는 것은 ‘나치’의 뼈저린 추억 때문. 순혈주의, 인종 청소, 군국주의로 확산되는 광기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르펜의 약진을 해석하는 시각은 약간 다르다. 국민전선의 후보 마린 르펜은 이번 선거에서 극우의 전통적 레퍼토리인 외국인 추방이 아니라, 프랑스 경제를 말아먹은 투기자본과의 전쟁을 1차 이슈로 내걸었다. 개표 직후 가진 연설에서 그녀는 “우리는 오늘, 은행, 금융기업,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온 두 정당의 독점을 폭파시켰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와 방임주의, 자유주의의 좌파에 대적하는 유일한 세력이다”라고 밝혔다. 사르코지의 대중민주연합과 올랑드의 사회당을 똑같은 신자유주의 맹주로 몰아넣은 그녀의 주장은 크게 틀리지 않다.

프랑스의 신자유주의는 미테랑 시절, 사회당이 우향우하면서 적극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나라에 극우세력을 급성장시킨 건, 좌파의 역사를 꼬이게 만든 사회당과 권력을 접수한 후 자신과 친구들의 지갑만 채운 대통령 모두의 공이다.

극우는 우파의 친구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프랑스에선 그러하다. 18%에 육박하는 표를 정치적 거리상 훨씬 가까운 사르코지의 우파 정당이 흡수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회당의 올랑드는 이 18%가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분노의 표현이라고 압축 설명한다.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중산층보다는 농민, 노동자, 소규모 상인 등 저소득층에서 극우에 대한 지지가 나온 걸 보면, 그 말도 틀리지 않다. 현재로선, 지금까지 모든 여론조사가 점쳐왔듯이, 결선 투표에서 올랑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프랑스 대선엔 번호(기호)가 없다. 사르코지 세번째, 올랑드 아홉번째. 녹색당의 에바 졸리 첫번째. 이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공식포스터 붙이는 순서다. 그러나 그 외에 이들에게 주어진 번호는 없다. 포스터에도, 전단지에도, 투표함에 넣는 표에도. 번호대로 적힌 후보의 이름 옆에 날인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집에 도착한 각 후보의 이름만 달랑 적힌 종이를 봉투에 담아 투명한 투표함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포스터 붙이는 순서를 정하는 건 제비뽑기다. 선거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치 치명적인 낙인같이 느껴질 법한 번호를 정당 규모에 따라 순서대로 부여하진 않는다.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난 왜 이리도 허탈하던지. 그랬다면, 1번이 아닌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일이 그토록 기적같이 여겨지는 이 세기적 촌스러움은 모면할 수 있었을 터인데. 12번을 받은 진보정당의 후보가, 1로부터 어마어마한 거리를 둔 그 무거운 숫자를 등에 지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서러움 따위는 벗어던졌을 터이고, 어쩌면 “1등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카피 따위가 우리의 삶을 덜 짓눌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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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
2012.04.26

때중이가 어설픈 신자유주의 도입한다며 발전소매각할때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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