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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도 기이한 선거

손호철 2012.04.13 조회 수 938 추천 수 0

[손호철의 정치시평]기이하고도 기이한 선거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파티는 끝났다. 그리고 이제 냉철한 평가의 시간이다.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기이하기 짝이 없는 기형적인 선거였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니고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정치란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실천이 변증법적으로 종합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주목할 것은 객관적인 정치지형이다. 이명박 정부의 4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다가 한국판 워터게이트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까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조건하에서 민주통합당이 승리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참패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민주통합당이 얼마나 바보짓을 했으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가? 둘째로 기이한 것은 민주통합당이 선거 동안 그토록 많은 자살골을 넣고도 그 정도밖에 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민주통합당이 선거 기간에 보여준 행태를 보면 127석을 차지한 것은 정말 대승을 거둔 것이다.

사실 공천에서 시작해 그동안 민주통합당이 보여준 언행을 보면 이번 선거에 이기지 않기 위해 매일 매일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새누리당도 잘한 것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민주당에 비하면 백배는 낫다. 새누리당이 ‘굶주린 야당’이고 민주당이 기득권에 ‘배불러 게을러진 여당’으로 보였다. 선거 기간에 민주통합당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 무엇이 있는가? 기껏해야 기득권을 버리고 적지인 대구에 내려가 출마한 김부겸 의원, 강남에 출마한 정동영 의원의 살신성인 자세 정도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래도 20대 손수조 후보와 같은 참신한 카드로 주목을 받았다면 민주통합당의 공천이 주목을 받은 것은 막말시리즈의 김용민 후보 정도였다. 게다가 지탄의 대상이 된 김용민 후보조차 사퇴시키지 못한 지도부의 무능이란.

여기에서 확실히 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새누리당이 선방을 한 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역시 ‘선거의 여왕’이어서가 아니라 민주통합당이 워낙 많은 자살골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민주통합당은 하다 못해 비리로 확정판결까지 받았던 전과자들도 사면을 받았다는 이유로 공천을 줬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지명도 덕인지 일부는 본선에서 승리했다. 결국 승리했으니 잘한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나는 민주통합당이라는 민주개혁세력이 패배한 데에는 시민운동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운동은 2000년 총선에서 비리전과가 있는 정치인들을 모두 낙선대상자로 지목해 낙선운동을 벌였다. 개인적으로 자문교수단장을 맡아 이 운동에 앞장선 바 있다. 이번 총선의 경우도 참여연대 등 시민운동이 낙선운동을 벌였지만 민주통합당의 비리전과자들에 대한 낙선운동은 벌이지 않았다. 민주개혁세력은 비리전과자도 반MB투쟁을 위해서는 당선시켜야 한다는 논리인가? 시민운동은 이처럼 이중잣대로 스스로의 신뢰성도 잃어버렸고 민주통합당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지도 못했다.

진짜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민주통합당이 지난 10년간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자기반성 없이 형식적으로 그 같은 정책과 단절을 하고 복지노선 등 좌경화를 했지만 이는 단순한 구호에 불과하고,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정치형태는 과거와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MB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라고 그나마 127석이나 되는 의석을 선물해줬으니 감지덕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민주통합당이 이번 선거결과를 냉철하게 분석해 자신들의 잘못과 기득권에 대한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한다면 이번 선거결과는 ‘저주를 가장한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패배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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