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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어디로?

손호철 2012.04.02 조회 수 788 추천 수 0
 
손호철 (서강대 교수` 정치학)
 
2012년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날 것 같았던 이번 총선은 짜증나는 문제 공천 등 민주통합당의 연이은 자살골로 판세가 애매해졌다. 이에 따라 관심은 선거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반MB, 반새누리당 연합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 중 누가 승리할 것인지, 나아가 어느 쪽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2004년 대통령 탄핵이라는 한나라당의 자충수 덕으로 5·16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국회를 장악한 바 있는 진보개혁 진영이 다시 한번 국회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사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중장기적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에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진보신당의 성적표이다. 왜냐하면 통합진보당은 진보세력만이 아니라 유시민 등 자유주의세력도 합류함으로써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의 연합정당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진보신당이 현재 한국 정치의 유일한 ‘순수 진보정당’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진보신당은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와 복지와 노동 등 계급 문제를 중요시하는 세력들이 통일과 반미를 중시하는 민주노동당 주류세력의 소위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저항해 탈당해 만든 정당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가해자’였던 민주당과의 반MB연합보다는 반신자유주의의 강경노선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진보진영 내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진보대통합을 이룬 뒤 민주당의 좌경화와 탈패권주의를 전제로 반MB연합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나섰지만 통합에 필요한 3분의 2 득표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에 실망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가 탈당해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

 
이와 관련, 개인적으로 진보신당의 통합 거부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진보대통합을 하고 민주당과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이 자유주의 세력 대통합을 한 뒤 이 두 통합정당이 반MB연합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자유주의 세력, 특히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조차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 온 유시민과 같은 ‘우파자유주의 세력’과 통합을 한 이상,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진보신당과 같은 순수 진보정당도 살아남아 계속 ‘소금’과 ‘등대’ 구실을 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진보신당이 계속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2% 이상의 득표를 하거나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라는 간판스타들을 모두 잃은 상태이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 게다가 정당투표를 위한 당의 번호까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16번을 받은 상태이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탈당 후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해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씨가 당대표를 맡아 고전분투하고 있고, 인기 역사학자인 박노자씨가 입당해 비례대표에 출마했다. 또 탈핵, 탈재벌, 탈비정규직, 탈학벌, 탈FTA라는 급진적인 ‘5탈’정책과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운 급진적인 후보 전술로 3% 득표와 비례대표 2명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스타 정치인들을 잃은 상태에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요한 우군인 생태운동 세력이 녹색당을 만들어 독자적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어 지지세력이 나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거제에서 당후보인 김한주 변호사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누르고 범야권후보로 선출되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이다.

이제 한국 정치에서 진보신당과 같은 순수 진보정당은 필요없는 것일까? 분명히 그렇지 않다.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인지, 아니면 살아남아 순수 진보정당의 명맥을 이어가며 한국 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다.

 

(경향신문 정치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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