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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끊기면 원자폭탄으로 돌변하는 원전

후쿠시마 2012.03.15 조회 수 805 추천 수 0

[후쿠시마 악몽 떠올린 고리원전 사고]

 

 

지난달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는 이명박 정부와 원자력 업계가 강조하는 원전의 안전성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구나 고리원전의 책임자들이 사고를 한달 가까이 은폐한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중대범죄가 아닐 수 없다. ‘후쿠시마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전이 현실적이고 유일한 대안이자 성장동력이라고 우겨온 정부와 원자력 업계의 안이한 사고방식이 자초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9일 오후 8시34분이다. 정비를 위해 2개의 외부전원 가운데 한개를 끊어놓은 상태에서 다른 한개가 조작 실수로 연결이 안됐다고 한다. 비상 디젤 발전기 2대와 예비비상 발전기 1대가 있었지만 삼중, 사중으로 구비해놓은 안전시스템은 12분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냉각수가 순환되지 않아 자칫 후쿠시마에서처럼 원자로 노심이 녹는 중대사고로 확대될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을 간신히 넘긴 것이다. 원전은 전력공급이 끊기면 원자폭탄으로 돌변한다.

더욱 기막힌 것은 사고발생 사실을 철저히 은폐해온 한국수력원자력의 비밀주의다. 원전에 전력공급이 끊기면 즉각 백색 비상경보를 발동하고 사고발생 15분 내에 보고해야 한다는 관련규정을 철저히 무시했다. 사고가 알려진 계기는 지난 8일 부산광역시 김수근 시의회 의원이 제공했다. 김 의원은 우연히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자리에서 하는 말을 듣고 고리원전 측에 정전사고 발생 여부를 전화로 문의했다. 이후 한수원이 사고발생 사실을 발표한 12일까지 나흘 동안의 행적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보고시점이 11일 오후였다는 김종신 한수원 사장의 말을 믿으면 고리원전 측이 사흘이나 보고를 늦췄다는 말이 된다. 지난 6일 고리원전 본부장의 교체를 계기로 있었을 업무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사고발생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리원전 직원들은 물론 적지 않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알고 있었을 사고 발생 사실을 한수원이 몰랐다는 얼토당토않은 설명을 정녕 믿으라는 말인지 묻고 싶다.

한수원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고작은 원전사고를 은폐하고 정보공개에 가장 부정적인 조직이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단순히 관련자 문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차제에 총체적 불신을 안고 있는 한수원을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운영 및 감시에 참여하는 투명한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 하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1년에 즈음해 ‘세계 원자력 5대강국’을 다짐해온 정부 역시 원전 몰입 사고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다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부대행사로 23일부터 한수원이 주관하는 세계 원자력업계회의(인더스트리서밋)가 원전 판촉은커녕 각국 언론에 한국 원전당국의 안전불감증을 집중조명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경향신문 3.14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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