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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0시간 노동과 5조3교대

노동자 2012.03.09 조회 수 2696 추천 수 0

 

 

직원 30여명의 보리 출판사 노사는 3.1부터 하루 6시간, 주40시간 노동제를 시행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노동시간이 단축되었으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한다. 법은 최저기준을 강제하기 때문에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맺어지는 단체협약은 최저기준인 법을 넘어서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2004년 주5일제(하루 8시간노동)를 도입할 때 자본가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은 자본가들의 이윤의 감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가 정권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이유로 질질 끌어왔던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1998년 경제위기 때 3조3교대(하루 8시간, 주당 56시간)에서 4조2교대(주42시간)으로 전환하여 인원감축형의 구조조정을 피해갔다. 1989년 법정노동시간 주44시간이었으니 유한킴벌리 자본은 노동법까지 위반하여 주12시간 초과노동을 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하기야 노동자와 자본가 관련법이란 것이 법원에 의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노동자의 힘이 있어야 무용지물이 되지 않는다. 이후에 2004년 주5일 노동제가 시행되었지만 유한킴벌리가 주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법에 의해 법정노동시간으로 단축하였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여전히 유한킴벌리 노동자들은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여 주42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발전 교대근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1998년 이전에는 주42시간이었다. 즉 법정노동시간보다 2시간 적게 일하였다. 교대근무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통상근무자의 노동시간보다 더 단축하여 노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IMF를 맞으면서 5조3교대(1조는 교육조)가 없어지면서 4조3교대로 후퇴하였다. 5조3교대를 시행하면 주32시간을 노동하게 된다.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교대근무 특성상 이것도 그리 과분한 노동조건은 아니다. 물론 노동시간은 당시 사회의 생산력과 생산하는 필요물품의 생산량에 의존한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의 노동생산력과 필요물품으로 보면 주3일(하루8시간)만 일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이것으로 계산해보면 통상근무자는 주3.5일 정도, 교대근무자는 3일 정도로 노동을 해도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발전 교대근무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정노동시간을 어기면서 주2시간 초과노동을 강제당하고 있다. 우리가 노동을 필요이상으로 하거나 건강까지 희생하면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생활물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품을 생산해서 부를 축척해야 하는 자본주의라는 체제 때문이다.

 

보리 출판사의 주30시간 노동은 과연 파격적이다. 그러나 파격적이지 않다. 사회의 생산력으로 보면 당연히 30시간 노동이 이미 정착되었어야 했다. 발전노동자들이 주30시간 노동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자본가와 자본주의에 발생하는 것이자 사회의 다수인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뿐이다. 따라서 교대근무 5조3교대의 요구는 미래의 요구가 아니라 오늘날의 교대근무 노동자들의 시급한 요구가 되어야 한다.

 

보리 출판회사 대표는 윤구병 씨다. 미국 시리얼 제조회사인 켈로그사의 노동단축 사례를 연구했다는 것인데 켈로그는 1930년 초 6시간 노동제를 실현하였다고 한다. 보리 출판회사가 법정 최대노동시간인 주40시간을 파격적으로 10시간씩이나 단축시킨 데에는 노동자들이 임금노동에 시간을 빼앗기면서 정작 자기실현을 위한 일들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돈으로 사야하고 그럴수록 더 돈을 벌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보자는 사장의 의지도 있다. 단축된 노동시간은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만들거나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같이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

 

윤구병 씨는 1995년 철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첫 번째로 변산공동체를 일구었다. 변산공동체는 자급자족형의 자연 농촌공동체이다. 이후에도 삶과 일을 하나 되는 변산공동체학교, 먹을거리와 약이 한가지라는 민족의학연구원, 모두에게 건강한 밥을 문턱 없는 밥집, 친환경 물품과 공정 무역 물품을 파는 기분 좋은 가게 설립으로 공동체의 범위를 확대하여 나가고 있다. 사람들의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작은책도 보리 출판회사에서 시작된 월간지다.

 

어쨌든 소규모의 사업자에서 주30시간 노동이 실현되었지만 그들의 앞날은 험난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자본주의적 실험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고 이 실험이 사회적으로 확대되어 영향력을 가질 조짐이 보일 경우 자본가들과 자본가 정권은 보리 출판사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자본가 정권의 개인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세청이 탄압할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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