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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이 안정되고 임금이 오른다? (고용과 노동조합 4)

제2발 2011.12.27 조회 수 895 추천 수 0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 관련 통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진실을 호도하기까지 한다. 지금도 정부는 실업률을 3~4%대라고 발표하는데, 이 수치는 거의 완전고용상태에서나 나올만한 수치다. OECD 회원국 평균실업률이 약 10%이고 현재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국가(PIGGS)들 대부분 실업률은 15~25%에 달한다. 특히 청년실업은 더 심각해서 25%이상이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이 아주 심각한 상황인데 유럽국가들 못지않을 것이다. 청년실업률은 약 20% 내외, 전체 실업률은 15%내외라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 실업률은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실업률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과잉정도를 말한다. 일하고 싶어도 고용되지 않은 사람이 몇 %인가를 나타낸다. 즉 실업률이 낮아지면 취업자의 고용은 안정되며 임금은 올라간다. 반대로 실업률이 높아지면 고용은 불안정해지면 임금은 낮아진다. 따라서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실업률을 가능한 한 높이는 것이 공장에서 노동자를 통제하기 용이하고 임금도 낮추어서 이윤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소위 자본가가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 국가는 실업률을 낮추는데 관심이 있을까? 아니면 실업률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일까? 당연히 두 번째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에 분노하여 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경우 경찰력이 감당할 수준에서 최대한 관리하는 것이 자본가 국가의 실업률 관리정책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보면 실업률을 줄이지 않는 한 우리의 고용은 안정될 수 없고 임금의 실질적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높은 실업률은 기존에 취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임금저하를 끊임없이 야기한다. 자본가 국가는 항상 그들의 선전매체를 통해 실업률을 최소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보도하지만, 사실은 실업률을 조절한다고 해야 맞다. 실업률 조절을 통해 자본가가 취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통제하고 규율하며 임금의 수준도 최소한도로 묶어둔다. 노동시장에 나온 노동력이 많아지면(공장에서 노동시간을 늘리고 구조조정을 해서 방출된 노동력) 노동력 구매단가가 떨어진다. 또한 실업률이 높아지면 값싼 임금을 제시해도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위해서라도 노동력을 헐값으로 팔아 취업해야 한다. 즉 자본가 국가는 노동자를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누고 그들 간의 노동력 판매경쟁까지 강제해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또한 자본가들은 일이 늘어나도 한 사람을 더 고용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초과노동을 통해서 임금비용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따라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초과노동이 일상화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발전현장의 경우 총액대비 기준임금이 약 70% 대이고 나머지 수당과 성과급이 30%를 차지하지만, 제조업 노동자 임금의 경우 기본급이 50%로도 되지 않고 초과노동 수당이 과반을 넘는다. 심지어 노동력의 시간당 단가도 없애는 임금체계인 연봉제도 도입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임금구조가 왜곡이 되면 법정노동시간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까 노동자들이 경쟁적으로 초과노동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들은 초과노동과 야간노동으로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업자를 없애서 고용안장을 보장 받고 임금도 높이는 것이다. 노동자가 노동력의 가치를 높이는 일, 그것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집단적으로 성취해야 할 일이다. 실업자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의 일자리는 더 확고해지고 노동력의 판매가는 높아질 것이다. 발전 노동현장에도 부족인원 1,432명을 채용하도록 하여 취업자들에겐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실업노동자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해서 결국 양자 모두의 임금도 상승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분할하고 경쟁시켜 그들의 이윤을 극대화한다. 취업노동자와 실업자간의 연대와 투쟁은 바로 이렇게 중요한 의미로써 우리에게 다가온다. 노동자가 나만 살자고 한다면 다 같이 죽을 것이요, 같이 살자고 싸운다면 모두가 살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인 우리의 역사적 운명이자 길이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노동조합이나 다른 사람들이 해주겠지 하는 순간, 나와 우리를 위해 나설 사람이나 조직은 아무도 없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위해 나서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조합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사측의 노동조합 파괴공작에 휘둘려 자기만 살아보겠다고 나간 기업별노조의 미래는 결국 그동안 가졌던 모든 것을 차근차근 잃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다. 회사는 노동조합을 수학적 계산으로 잡아먹으려고 하는 데, 기업별노조 주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산수도 잘 모른 채 끌려가고 있다. 강요에 의해 탈퇴한 조합원들의 미래가 가엾을 뿐이다.

 

 

사실 완전고용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자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이윤을 가져가기 위한 수단이 바로 실업자(산업예비군, 현역이 노동현장에서 퇴장되면 바로 예비군이 보충한다.)의 존재와 그를 강제할 자본가 국가의 무장권력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노동자를 최대한 착취하기 위해서 실업률을 적절하게 관리할 뿐이다. 따라서 완전고용 요구는 자본주의 체제가 종말을 고할 때까지 주장하고 투쟁해야 하는 노동조합의 변함없는 고용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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