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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지 않았다

주장 2011.11.18 조회 수 848 추천 수 0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트위터에서 신나게 ‘까이고’ 있다. 대부분 인신공격과 욕설이다. 한글로 만들 수 있는 온갖 창조적인 욕들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중이다.

 

 며칠 전부터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비판하는 멘션을 줄줄이 날렸기 때문이다. 특별히 ‘나꼼수’에 개인적 유감이 있거나 유별난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언급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그들이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어서다.

 

미리 밝혀두지만 이 글은 ‘나꼼수’에 관한 칼럼이 아니다. 그저 한 장의 질의서다. ‘나꼼수’로 상징되는 지금의 열광적 분위기가 대체 무엇인지 당신에게, 아니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다.

 

한·미 FTA 핵심 문제는 참여졍부 시절부터 있던 독소 조항

한·미 FTA 비준이 임박해오면서 기묘한 논리들이 사실인 양 유포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망국 협상 한·미 FTA 반대’였다. 그런데 그 반대한다는 내용이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이런 식이다.

 

 “참여정부 시절 추진됐던 한·미 FTA는 이익 균형을 맞춘 FTA였지만, 이명박의 한·미 FTA는 미국 에 나라를 팔아넘기는 짓이다.” “미국 의회의 반응을 보라. 노무현의 FTA에는 미적지근했지만 이명박의 FTA에는 환호한다. 이명박의 FTA가 미국에 훨씬 유리하다는 결정적 증거다….”

 

한·미 FTA의 핵심적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바로 독소 조항이다. 이익 균형이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FTA 추진 세력(통상관료)의 프레임을 답습한 논리다.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 등에서 대폭 양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자-국가소송제와 같은 독소 조항이야말로 한·미 FTA의 본질적 문제이고, 그 점에서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동일하다. 내가 이런 말을 하자마자 반박과 욕설이 날아든다.

 

“노무현은 나라 팔아먹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지만 이명박은 그러고도 남는다.” “당장 이명박 FTA를 막는 게 급하지 노무현과 같은지가 무슨 대수냐."

 

 

평생 투표에는 관심도 없던 이가 ‘나꼼수’를 듣고 투표장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만으로 이 방송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잠정적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지금의 이 고양된 분위기는 정치적 각성이 아니다. 한바탕 질펀한 축제다. 축제 중에서도 힘 빠진 짐승을 칼질하는 쾌락을 제공하는 사육제다.

 

그러지 않고서는

 

어떻게 “눈 찢어진 아이(…), 유전자 감식이 필요 없다(김용민)” 따위 발언이 공공연히 튀어나올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이명박의 FTA는 노무현이 추진한 FTA와 다르다(김어준)”라고 태연히 말할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이명박의 FTA는 노무현의 FTA의 ‘짝퉁’일 뿐(노무현재단)”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노무현의 FTA에는 불만이 있었지만 이명박의 FTA에는 분노가 인다(조국)”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와중에 2005년과 2006년 ‘노무현의 FTA’에 반대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허세욱 열사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많은 사람이 카리스마적 영웅의 시대는 가고 이제  ‘멘토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철수·박경철·김어준 등을 찬양한다. 나 역시 토 달 생각은 없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탈했지만 멘토형이라기보다 영웅형이었다.

 

 그렇다면 ‘가카’는? 지금 와서는 설치목에 속한 어떤 생물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사실 훨씬 오랫동안 그의 별명은 따로 있었다. 바로 ‘샐러리맨의 희망’이다. ‘가카’야말로 우리 시대의 ‘멘토 1호’였다. 축제에는 가슴 떨리는 감동과 흥분이 있다.

 

그러나 ‘제2의 이명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축제도 ‘나꼼수’도 아닌, 기억과 성찰이다

 

(시사인, 88만원 세대 저자 박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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