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그룹사 사장단회의 뭘 논의하길래
한전 "공통현안 대응방안 협의" vs 노조 "자율경영 가능한 상황"
전력그룹사 사장단회의는 한국전력과 6개 발전회사 등 10여개 한전 계열사 사장들이 참여하는 회의로 분기별로 열린다. 올해는 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에서 회의가 열렸다. 차기 회의 장소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전은 5일 “사장단회의는 전력그룹사의 공동발전을 위해 공통의 현안에 대해 서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던 한국동서·남동·중부·서부·남부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됐다. 지난해까지는 한전이 6개 발전회사의 경영상태를 평가했지만 올해부터는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를 받고 있다. 임원 임명권자도 한전 사장에서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각 발전사별로 자율경영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전력그룹사 사장단회의를 왜 여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발전회사들이 사업추진을 위해 한전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해외사업이나 신규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서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한전 사장의 영향력 아래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발전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모회사”라며 “그룹사가 모여 회의를 여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동서발전측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면 회사측이 한전 경영진에게 잘 보이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실제 문건에서도 ‘김쌍수 사장은 한복을 좋아하므로,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 예정’, ‘영월화력(2차 사장단회의 개최 장소)에서는 한전 비전구현도 도안 내에 전력그룹사 사장단 케리커처 등을 삽입해 김쌍수 사장의 좋은 반응을 얻음’, ‘필리핀 대통령과 김쌍수 사장 기념촬영 장면을 이미지화해 현관벽에 액자 제작 검토’ 등의 대목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하계 피크기간에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이 된 전력그룹사 사장단회의에 매달려 도우미 노릇을 하고 전력 판매대금을 낭비하는 것은 공기업 경영자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