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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기업별노조, 중부노조는 어떻게 갈까!

숲나무 2011.07.26 조회 수 2581 추천 수 0

네 번째 기업별노조, 중부노조가 설립되었다.

이 중부노조가 어떻게 조합원을 빼앗아 갈 것인가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것은 이미 동서 어용노조, 남부 회사노조, 서부 회사노조를 거치면서 회사와 기업별노조 주동자들이 공동으로 학습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동서의 경우 본부 기업별전환투표에서 57%로 부결되자, 기업별노조 주동자들은 투표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척하면서 사퇴하고 동서노조를 설립했다(김용진, 박영주가 주도). 곧 이어서 동서회사가 전면에 나섰고 온갖 협박으로 조합원을 탈퇴시켜 동서노조에 넘겨주었다. 이로써 동서노조는 회사노조로 출발하였다.

 

이후에 그들은 마치 준비된 것처럼 단체행동권 전면포기, 임금피크제를 위한 협상기구 설치, 교대근무 인원축소 협의기구 설치, 연봉제 도입 기반조성, 대체인력 상시 도입, 노동조합의 정치적 권리포기, 야간근무수당 요율삭감 등 그동안 발전노조가 투쟁으로 지켜 온 노동조건 거의 대부분을 회사에 몽땅 넘겨주었다. 동서노조는 어용노조임을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학자금 폐지와 연봉제 도입 시기만 남은 상태다. 이제 동서 어용노조가 회사에 넘겨줄 것이라도 남아 있기는 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게 기업별노조 첫 악몽이었다.

 

이런 방식은 발전노조의 상당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동서사장 이길구는 언론방송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떴다. 길구산성에 이은 이길구의 노동조합 파괴 업적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는 필요할 것이고 청와대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길구는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남부였다. 남부는 동서의 경험을 염두에 두었다. 남부 기업별노조 주동자(김갑석, 양재부)들은 설립의 빌미를 퇴직연금제에 두고 남부만의 퇴직연금제 도입을 주장하다가 거부당했다. 이들은 기다린 듯 사퇴를 하고 회사의 조직 지원을 마음껏 받으면서 65% 조합원을 탈퇴시켰다. 이들의 탈퇴서 요구는 사실상 회사가 요구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이들은 기업별노조 전환투표조차 요구하지 않았다.

 

남부노조를 설립하자마자 김갑석은 임·단협을 위원장 직권으로 처리하였다. 상황상 불가피했다고 변명한다.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합의내용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비판이 일때만 두리뭉실하게 내놓고 같잖은 설명으로 일관한다. 합의가 된 것인지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세상에 어떤 민주노조가 이런 식으로 임·단협을 하나! 아예 임단협 전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겠다는 발상이 남부 회사노조부터 시작된 것이다. 남부 회사노조도 동서 어용노조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발전노조가 지켜온 노동조건을 얼마나 내줄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세 번째는 서부였다. 서부 기업별노조 주동자(신동호, 유승재, 윤동렬)들은 과감하게 근거도 없는 지부별 전환투표를 부쳤다. 서부본부는 본부투표로 맞섰다. 주동자들의 어이없는 주장은 신동호의 군산을 제외하고는 조합원들에 의해서 77%라는 압도적 반대로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투표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부회사의 전폭적 지원 아래 탈퇴 작업을 조직했다. 서부 회사노조는 집행부 선출, 임·단협 방식도 동서와 남부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의견, 민주적 절차와 방식을 깡그리 무시하는 그런 방식으로.

 

이제 네 번째는 중부다. 중부 기업별노조 추진세력은 고민이 엄청 많다. 투표로 돌파하자니 서부처럼 압도적으로 깨질 것 같고, 남부처럼 하자니 대항세력의 조직적 반발이 만만치 않고, 발전노조도 3번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위험부담을 느낀 지부장들은 전면에서 나서지 않고 그들의 대리인들을 앞세웠다. 아무래도 부담이 된 것 같다. 기업별노조 설립의 선례들은 한결 같이 명분과 근거를 상실하고 있고 비상식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부회사의 개입이 없이는 동서, 남부, 서부처럼 조합원들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중부노조와 회사를 한편으로 하고 발전노조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과거와는 다른 거대한 충돌이 빚어질 전망이다.

 

정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회사는 천편일률적으로 기업별노조 설립에 몸 대고 돈 대고, 심지어 설립과 안착까지 노무부서가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의 목표는 당연하게 노동조합의 탈을 쓰고 회사의 목소리를 내는 그런 회사노조, 어용노조다. 회사는 이들을 내세워 발전노조가 지켜 온 노동조건 모두를 하나하나씩 빼앗아 갈 것이다.

 

마치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제국주의자들이 일부 조선인들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조선인들을 수십년간 악랄하게 착취하고 괴롭힌 것처럼. 발전회사는 동서, 남부, 서부, 중부노조의 간판으로 어용 조합간부들에게는 완장과 고깃덩이를 던져주고 정신을 뺀 다음 그동안 발전노조의 끈질긴 저항으로 막혀있었던 인원감축(보직축소), 임금삭감(연봉제 도입), 복지축소(학자금 폐지)라는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것이다.

 

발전노조가 조합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투쟁해 온 민주노조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발전노조라는 형식을 굳이 지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서, 남부, 서부, 중부에서 세워지는 회사노조, 어용노조를 보면서 우리는 발전노조가 민주노조였음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민주노조를 사랑하는 모든 전·현직 조합간부, 활동가, 조합원들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투쟁에 자발적으로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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