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기업별 노조 설립 '일단 멈춤'
조합원 투표결과 77.3% 반대로 부결.
발전노조, 주도세력 징계 등 '배수진'.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발전노조를 탈퇴, 기업별 노조를 설립하려던 한국서부발전(사장 김문덕) 일부 조합원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발전노조 서부본부(본부장 김영덕)는 13~14일 이틀간 기업별 노조 설립을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77.3%의 반대로 부결 처리했다.
이번 일은 당초 태안화력, 서인천복합, 군산복합 등 서부본부의 일부 지부장이 기업별 노조설립을 위한 조직형태변경 문제를 투표에 부친 게 계기가 됐다.
조직형태변경은 말단 지부가 의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게 상급단체인 발전노조의 지적이다.
발전노조는 이에 따라 지난 7일 서부본부 차원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묻기로 전격 결정, 찬반투표를 벌였다.
하지만 투표자 695명 가운데 기업별 노조 설립을 찬성한다는 의견은 149표(21.4%)에 머물렀다. 나머지 537명(77.3%)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효표는 9표(1.3%)였다.
유권자 247명이 있는 평택화력에서는 18~19일 찬반투표를 벌이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발전노조는 기업별 노조 설립을 추진했던 서부본부의 일부 지부장에 대한 징계작업에 착수했다.
서부발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파이낸스빌딩 앞에서는 18일부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측이 기업별 노조 설립을 획책하고, 투표방해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김영덕 발전노조 서부본부장은 “사측이 신성불가침 권리인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하며 조합을 마비시키려 한다면 우리 또한 회사경영진 퇴진투쟁에 나서겠다”며 “예전처럼 공존과 상생의 길로 갈 것인지, 노조와 전면전을 벌여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 사측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노조가 이처럼 배수진을 친 이유는 지난 7월 1일 이후 발전5사에서 연쇄적으로 불고 있는 기업별 노조설립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발전5사 가운데 기업별 노조가 설립된 곳은 동서발전을 필두로 남부발전, 남동발전이 있다.
하지만 서부발전은 이번에 투표가 부결되긴 했지만, 일부 세력이 기업별 노조설립을 추진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발전노조가 ‘세포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 때문에 ‘허약체질’로 바뀔지, 아니면 상처를 극복하고 대동단결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발전노조 관계자들이 18일 서부발전 본사가 있는 서울 역삼동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기업별 노조 설립 반대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호수면 : 제2711호 7면]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