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매일노동뉴스 사설] 한국동서발전의 막가파 식 노조파괴, 일벌백계해야

노동조합 2011.01.21 조회 수 1728 추천 수 0

labortoday_20110121.jpg

 

[오피니언-시론] 한국동서발전의 막가파 식 노조파괴, 일벌백계해야

 

일본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된 후 나타난 현상은 강성노조 와해와 친사용자 노조의 등장이었다. 우리 식으로 이른바 ‘어용노조’다.
 
일본에서는 어용노조가 확산되면서 노노 간 갈등이 확대되고, 노조 가입률도 줄었다. 사용자 지원을 받은 어용노조는 처음 소수에 불과했지만 점차 다수 노조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종전 노조는 와해되거나 소수노조로 전락했다. 이렇듯 노조운동 후퇴기에 도입된 복수노조 허용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오는 7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일본 사례와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측이 블랙리스트(성향분석 문건)를 작성해 비협조적인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새 노조 설립을 불사하는 것이다.
 
한국동서발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겉과 속이 하얀 ‘배’, 겉과 속 색깔이 다른 ‘사과’,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로 조합원 성향을 구분했다. 회사에 협조하면 배, 반대하면 토마토, 성향이 뚜렷하지 않으면 사과로 분류했다. 이 회사 노조원이 소속된 민주노총 발전노조에서 탈퇴하는 것에 동의하면 협조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회사측은 민주노총 탈퇴 목표를 세운 후 조합원 성향분석과 회유 그리고 탈퇴공작, 조합원 찬반투표를 밀어붙였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그러자 회사측은 반대표를 던진 노조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친사용자노조 설립까지 불사했다. 노동부가 조합원 가입대상 중복을 이유로 새 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자, 새 노조는 취소소송까지 냈다. 회사측은 여기까지 예상하고 상황별 시나리오(문건)를 작성했고, 이를 인사노무자들에게 회람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동서발전과 같은 사례는 민간기업에서 먼저 나타났다. 노동계는 2009년 정리해고를 겪고 난 후 비해고자 중심으로 조합원 총회를 거쳐 새로 설립된 쌍용차노조도 이런 사례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조합원 총회를 거쳐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경주)·상신브레이크(대구)·대림자동차(창원)도 동일하게 분류한다. 이들 노조는 현재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09년 정리해고를 단행한 대림자동차는 해고자를 복직시키면서 새로운 집행부에 대한 태도와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한 대림자동차노조 새 집행부 출범에 회사측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나타났던 블랙리스트와 어용노조 설립이 다시 부활한 것은 심상치 않다. '인력감축을 둘러싼 노사갈등→민주노총 탈퇴→종전노조 와해→새 노조 설립'이라는 수순을 밟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 후 나타날 상황을 연상케 한다. 그것도 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금융노조와 같은 대표적인 산업별노조에서 이 같은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이미 홍역을 앓고 있다. 발전노조도 5개 발전회사 직원으로 구성된 단일노조다.

조합원 총회와 새 노조 설립 과정에서 지배·개입한 한국동서발전의 행태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한국동서발전의 부당노동행위는 정부가 부채질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간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앞세워 공기업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질타해 왔다. 단체협약을 손질하지 못한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줬다. 이러니 공공기관들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데 열을 올린 것 아닌가. 한국동서발전은 이런 방침을 충실히 따랐고, 이에 저항하는 발전노조의 해체와 무력화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한국동서발전의 빗나간 노무관리와 부당노동행위를 일벌백계로 바로잡아야 한다. 종전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한국동서발전 회사 경영진과 인사노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7월 복수노조 허용으로 나타날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새 노조 설립 과정에 사용자측이 지배·개입하는 풍토가 복수노조 허용을 더 확산시킬 수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사례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복수노조 허용은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정신 또는 조합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 자주성 보장이 핵심이다. 7월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이런 취지가 실현되도록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
 

박성국 발행인  park21@labortoday.co.kr 

 

 

매일노동뉴스 기사 원문 바로보기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7 [정경뉴스]발전노조 공기업 선진화 반대 파업 노동조합 2009.11.03 939
366 [독립신문] 5개 발전사,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통보 노동조합 2009.11.04 939
365 [전기신문]'전력산업분할과 경영평가가 노동환경 악화 주요인' 노동조합 2013.03.15 945
364 [아시아경제]발전노조, '공기업선진화 반대' 6일 총파업 예고 노동조합 2009.11.03 958
363 [전기신문]'태풍의 눈' 민자발전 과다수익 논란 노동조합 2012.11.06 961
362 [머니투데이]양대노총, 공공기관 선진화 반대 연대 투쟁 노동조합 2009.11.03 978
361 [매일노동뉴스]전력산업 구조개편 부작용이 전력대란 원인 노동조합 2013.08.20 984
360 [매일노동뉴스]발전노조 규약시정명령취소 소송 결과 "노조활동 중 해고된 자도 조합원" 노동조합 2013.10.07 984
359 [민중의 소리] 공공부문 노동자들, 6일 공동파업 돌입 노동조합 2009.11.04 993
358 [YTN뉴스] 발전노조 파업...전력공급 정상 노동조합 2009.11.11 1000
357 [민중의소리]노동계, 발전노조 와해공작 “강력대응”...농성·기자회견 노동조합 2011.01.19 1008
356 [한겨레] 발전 5개사, 노조에 단협 해지 통보 노동조합 2009.11.04 1008
355 [경향신문]노동계 동투 '대정부 투쟁으로 점화 노동조합 2009.11.03 1009
354 [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 공공노동자들 "기본권 보장 민영화 저지"6월 대투쟁 선언 노동조합 2013.06.03 1012
353 [매일노동뉴스] 정부 '공공기관 노조 죽이기' 기자회견 노동조합 2011.01.20 1017
352 [경향신문]한전은 적자인데…재벌 민간 화력발전업체는 수천억 '떼돈' 노동조합 2013.01.22 1027
351 [매일노동뉴스]"사업주 부당노동행위, 노동부 처분만 기다려선 안돼" 노동조합 2012.11.08 1035
350 [한겨레신문] 공공기관 임원들, 단임원칙 어긴채 ‘낙하산 연임’ 노동조합 2011.09.08 1036
349 [매일노동뉴스]수면장애, 불안장애 산재 인정의 의미는 노동조합 2013.02.21 1042
348 [프레시안]누가 진짜 '공공의 적'인가? 노동조합 2009.11.11 1050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