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돌입 5개 발전사·가스공도 단협 해지…

공기업 연말 ‘파업 도미노’ 조짐

코레일 노사가 단체협약 해지를 계기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부당한 요구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교섭 진행 중 사측의 갑작스러운 단협 해지 통보로 뒤통수를 맞았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단협 해지가 통보된 5개 발전사 및 한국가스공사 등으로 ‘파업 도미노’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25일 서울 동자동 코레일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관행과 불합리한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그간 유지해온 단체협약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사측의 단협 해지 통보는 20일부터 진행된 교섭이 단협 해지를 위한 ‘들러리’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회사 측에서 파업을 유도했다”고 반박했다. 철도노조 백남희 선전국장은 “25일 교섭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해놓고 일방적으로 단협 해지를 통보한 것은 노사 간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전 산하 5개 발전사와 한국가스공사에 이어 코레일까지 잇따라 단협 해지를 통보하면서 일각에서는 28일로 예정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기관장들이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내년 공공기관장 평가 때부터 노사관계 선진화 부분에 대한 배점을 15점에서 20점으로 높이기로 한 상황에서 단체협약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평가에는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기관장의 노력과 단체협약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도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이미 단협 해지가 통보된 5개 발전자회사 노조 및 한국가스공사 노조도 순차적으로 파업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단협 해지 통보를 받은 가스공사 노조는 27일까지 지역별로 부분 파업을 한 후 26일 회의에서 총파업 돌입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5개 발전사 노조 역시 지난 4일 단협 해지 통보 이후 지역별 순환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28일 공공기관장 워크숍 이후 총파업 돌입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노사정 6자 대표회의에서 복수 노조·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한 진전된 해결책이 없을 경우 다음달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공기업들이 연쇄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