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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기사모음]'공기업 민영화' 당·청 연일 핑퐁

교육선전실 2008.06.27 조회 수 1362 추천 수 0
[한국일보]
'공기업 민영화' 당·청 연일 핑퐁
임태희 "민생 우선…수도요금 뛰면 폭동 나"
靑 "정권 초기 아니면 기회없다"에 재반박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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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이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두고 엇갈린 시각을 노출하고 있다. 정책 후순위로 미뤄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입장과 후순위로 미루면 결국 하지 못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입장 간 갈등이 깊어질 조짐이다.
당청은 이 문제를 두고 핑퐁식으로 노골적 의견차를 드러냈다. 11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먼저 “공기업 민영화와 한반도대운하 같은 사업들은 후순위로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정책들의 우선순위를 따져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자 청와대에서 곧바로 반박했다. 12일 “공공 부문 개혁을 대운하와 같이 묶어 보류할 순 없다”는 반론이 나오더니 13일엔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직접 나섰다.

이 관계자는 “집권초기 공공기관을 개혁하지 못하면 결국 좌초한다”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쯤에는 개혁안을 발표하고 추진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과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이었다.

이에 당은 또 재반박했다. 임 의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정부의 역량으로는 민생고통과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벅차다”고 거듭 주장했다. 임 의장은 15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너무 낮은) 현재는 우선 민생에 주력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 청와대 측은 무엇보다 공기업 민영화가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 중 그나마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민생 문제 우선 해결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공공 부문 개혁을 뒤로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쇠고기 파동이 가라 앉은 뒤엔 찬성 여론이 50%에 가까운 공공 부문 개혁 같은 정책부터 실시해 나가야 민심의 호응도 얻을 수 있다”며 “공기업 민영화를 자꾸 뒤로 미루자는 것은 아예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개혁안은 당초 지난달 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쇠고기 파문으로 이달 초로 늦춰진 이후 다시 무기 연기됐다.

반면 당은 우선 상황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 의장은 “정권 초기에 일련의 개혁이 가능한 것은 초기라서가 아니라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지지율로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민영화가 능사는 아니다는 논리도 편다. 임 의장은 “예를 들어 수도요금과 관련해 민영화를 해서 원가가 반영돼 요금이 3배나 뛴다면 폭동이 일어난다”며 “군살을 빼고 경영을 효율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판이한 인식차는 공공 부문 개혁을 주도하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과 당 정책위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개연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 당청 공기업 민영화 관련 엇갈린 언급

임태희 정책위의장(11일)= 공기업 민영화는 정책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공기업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상황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12일)= 찬성 여론이 많은 공공 부문 개혁을 반대 여론이 많은 한반도대운하와 같이 묶어 보류할 순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13일)= 집권 초기 공공기관 개혁 못하면 결국 좌초한다. 늦어도 7월쯤에는 개혁안 발표해 추진해야 한다.

임 의장(14,15일)= 정권 초기 개혁은 지지율이 높아야 가능하다. 지금 지지율로는 안된다. 수돗물 민영화해 요금 뛰면 폭동이 일어난다.





[동아일보]
목청커진 “反세계화”… 멀어지는 경제선진화

<동아일보 기사 바로가기>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서 되레 폐쇄정책 주장 기현상
“국익보다 소집단 이익 우선”… 각종 개혁과제 흔들려
남덕우 前총리 “고통 따르더라도 개방해야 문제해결”





계속되는 촛불시위가 만들어 낸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동조합이 ‘내 몫 늘리기’ 투쟁에 나서면서 경제 선진화가 후퇴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유가 폭등과 물가 상승, 성장률 저하, 고용 사정 악화와 소득 감소 등은 세계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고통이다. 하지만 소득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한국처럼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을 거부하는 ‘반(反)세계화’ 물결이 크게 소용돌이치는 곳은 거의 없다.

‘작은 정부, 큰 시장’, 공기업 민영화, 노동 유연성 제고, 교육정책 개혁 등 각종 개혁 과제가 변질된 촛불집회 앞에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이 빈약해 경제의 대부분을 교역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에서 ‘반세계화, 반개혁’의 움직임이 심해지면 경제 선진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후퇴할 수 있다”며 “국가 이익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판단이 사회를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경제논리가 실종되고 있는 한국



최근 세계 경제를 덮친 경제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물가는 급등하고 성장률은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낮은 편이다. 4월 기준으로 주요국의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중국(8.5%), 싱가포르(7.5%), 홍콩(5.4%), 대만(3.9%), 미국(3.9%, 잠정치) 등이 한국(3.6%)보다 높다.

미국에서는 갤런(3.78L)당 휘발유 가격이 전국 평균 4달러(약 4160원)가 넘으면서 출퇴근용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자발적인 명예퇴직을 원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가계에 주름살이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물가 안정을 중시해 온 유럽권에서는 물가상승률이 각국 모두 20년래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유로화 강세로 그동안 유가 인상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최근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화물트럭 운전사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인도와 베트남은 곡물수출금지 조치를 내렸고, 미국 의회는 대규모 자국 농업 지원법안 승인을 거론하는 등 반세계화 움직임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하지만 한국처럼 ‘경제논리 실종 현상’이 심각하게 벌어지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는 ‘광우병 파동’이란 특수한 요인이 있었지만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시위가 한미 FTA 반대는 물론 반미 시위로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폐쇄적 민족주의의 징후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개방과 경쟁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원칙이 이처럼 흔들리는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규제, 균형발전, 교육평준화 등 이에 역행하는 각종 정책이 추진되었고 이에 편승하는 각종 이익집단이 확고한 세력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2000년부터 사회복지모델 개편 및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한 ‘리스본 어젠다’에 따라 대대적인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복지보다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 덕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경제성장이 둔화됐는데도 실업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상황이 힘들수록 개방을 거부하고 폐쇄 정책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 작은 정부-공기업 민영화 추진 난항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성난 민심은 각종 개혁 과제의 추진마저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슬림화 및 효율화→규제 완화→투자 활성화→일자리 창출→경제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경제발전을 위한 개혁 과제들을 준비해 왔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기업의 방만 경영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공기업 개혁은 후순위 정책으로 밀렸다. 공기업 개혁은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추진하지 않으면 점점 반발이 거세지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 의지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자 공기업 노조들은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기업 노조뿐 아니라 각종 노조들이 촛불시위대를 이용해 총파업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어 노동 유연성 제고라는 개혁 과제도 추진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프랑스 3대 경영자단체와 5대 노동단체가 최근 직업훈련과 보상금을 대가로 근로자의 채용과 해고를 쉽게 만드는 노동시장 유연화 안에 합의한 것이나 지난해 독일 폴크스바겐 노조가 7년간 고용 보장을 약속받고 임금을 9% 내리기로 한 노동 개혁과, 한국은 정반대로 가는 상황인 것이다.


○ “투쟁이 대화-타협 압도해선 안 돼”

이처럼 경제 선진화 후퇴 위기가 심화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조정 능력이 떨어지면서 투쟁과 시위가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또 법치가 실종되고 국가 이익보다 소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본말(本末)이 전도되는 상황 때문에 경제 선진화가 퇴보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인하대 정인교(경제학부) 교수는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될 때는 광우병 우려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미 FTA뿐 아니라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반대 등으로 주제가 확대된 양상”이라며 “이러다가는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선진화나 장기적 성장기반 마련이라는 정부의 많은 계획이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강대 김광두(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며 “제대로 된 인적 쇄신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새로 얻은 신뢰를 동력으로 삼아 선진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데일리]
(MB정부 변신)`공기업` 만큼은 포기 못해!  
MB노믹스 공약중 지지받는 유일한 정책..이미 실행단계 진입
주도권 쥔 한나라 "민영화 문제있다"
청와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입력 : 2008.06.16 12:20

<이데일리 기사 바로가기>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쇠고기 파동과 물가 급등으로 힘이 빠진 청와대를 대신해 부상한 한나라당이 연일 청와대를 몰아 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낮은 지지율속에 한나라당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그러던 청와대도 발끈한 게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공기업 민영화`다. 물가가 심상치 않으니 경제정책기조를 성장에서 안정으로 바꿀 수 있고 대운하는 출범 초기부터 얻어 터진 것이라 내줄 수 있다 쳐도 공기업 민영화는 핵심중의 핵심이자 여전히 지지가 남아 있기 때문.

청와대는 당의 요구에 공기업 민영화 논의도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인식이 강한 청와대가 시간을 질질 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언급하며 소극적이지만 잠정적으로는 오는 9월말 정기 국회 개회에 맞춰 마무리한다는 계획. 청와대가 재정비 작업을 마친 7월 중순이후 공기업 민영화는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공 들여온 민영화인데..

민영화를 포함한 공기업 혁신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아젠다중 하나였고 국민의 지지도 상당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 김대중 정부가 난국 타개를 위해 KT 등 몇 곳을 민영화한 것

을 빼고는 공공부문은 사실상 무풍지대로 남았고 급기야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난을 받을 지경에 다다랐다.

이명박 정부 역시 출범초기부터 무척 공을 들여온 게 사실. 감사원을 통해 공기업의 비리를 치밀하게 조사해 당위성을 키웠고, 검찰도 몇몇 공기업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로 공기업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대국민 설득보다 사정기관을 동원한다는 비난이 나오기는 했지만 공기업 민영화가 핵심이 타격을 받지 않았다.

민영화 대상 자체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99곳에서 재정부 실무검토 착수시 88곳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50여곳으로 줄이면서 쇠고기 수입이나 대운하와 달리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기관장 인사도 최대한 공정하게 하겠다며 무려 두 달 가까이 걸리는 공모를 대부분의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다.

수돗물 괴담과 같은 민영화 괴담이 있었고 노동조합의 반발 조짐도 있지만 이처럼 공을 들인 결과로 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산업은행 민영화는 이미 실행단계에 접어 들고 있다. 나머지 공기업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방안 역시 방안 발표만 앞둔 상황이다.

◇`속옷까지 벗을 수는 없다`

착착 진행해온 공기업 민영화도 쇠고기 파동으로 이달말 계획이던 발표는 일단 연기됐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주도권을 쥔 한나라당이 청와대 정책을 하나하나씩 무장해제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공기업 민영화도 공격했기 때문.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1일 "공기업 민영화가 문제 있다"고 시기는 물론 공기업 구조조정 방식까지 언급하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다음날 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청와대 역시 지난 13일 공기업 민영화 논의를 후순위로 미루겠다고 물러섰다.

청와대안에서 `집권 초기에 못하면 사실상 물건너 가는 것`이라고 반발하자 임 의장은 지난 15일 재차 "집권 초기에 안하면 못한다고 하는데 이는 지지율이 높을 때의 얘기"라고 못 박고 "민영화도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따져보고 어떤 것을 해야 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다시 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청와대가 공기업 민영화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개혁이 여전히 국민의 지지가 상당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과거 정부들을 살펴봤을 때 초기에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실패한다는 신념도 거두지 않고 있어 하반기에는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 "시기(when)의 문제이지 `하느냐 마느냐`(whether)의 문제는 아니다"며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이명박 정부 모토인데 공기업 민영화 안하고 어떻게 작은정부 큰 시장을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민영화에 대해 7월에 큰 그림을 내놓기로 했는데 그 일정은 당겨질지 미뤄질지 변수는 있다"며 "다만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된 기획재정부는 일단 9월말 정기 국회에 맞춰 관련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청회 등을 감안할 때 오는 7월 중순이후 논의가 본격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쯤이면 청와대도 재정비 작업을 어느 정도 마치게 되는 시기.

다만 재정부는 "내실을 갖추면 시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한나라당에 주도권을 넘기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물가 문제가 그때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변수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eurio@





[한겨레]
효율성 내세우며 ‘낙하산 투하’부터
정부 공기업 민영화 왜?


정남구 기자 김명진 기자  
<한겨레 기사 바로가기>

  

» 민주노총이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반대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공공부문 사유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 prince@hani.co.kr


“지배구조 개선” 뒤로 공공기관장·코드인사 나서
민영화땐 재벌 ‘횡재’…“공공서비스 위축 불보듯”

“공공부문은 점점 비대해지고, 효율성은 더욱 저하되고 있으며, 감시와 견제의 부족으로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말 만든 이명박 대통령 후보 공약집은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공기업 사장에 대한 코드인사 연결고리를 해체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은 첫 단추를 채울 때부터 개혁과는 거리가 먼 쪽으로 엇나가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에 낙하산을 뿌리기 위한 정지작업’이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이다.

정부 실세들은 총선 전부터 일부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요구했다. 여론의 역풍이 일자 잠시 주춤하더니, 선거가 끝나자 더욱 노골적으로 사표를 요구했다. 각종 압력도 가했다.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권력기관까지 동원한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모양새였다. 감사원은 31개 시장형 공기업과 70여개 준정부기관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검찰도 공공기관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비게 된 자리에는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이 이제 하나 둘씩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그들이 어째서 개혁의 적임자인지는 굳이 설명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공공부문 개혁은 그렇게 처음부터 일그러졌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30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개혁안을 짜고 있다. 이달 말까지 발표하겠다는 게 애초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많게는 50여 곳의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30여 곳을 통폐합하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영화와 통합, 구조조정을 통해 25만8천여명의 공공부문의 인력 가운데 7만여명을 줄일 방침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구조개혁의 목표는 ‘공공부문 축소’와 ‘효율화’다. 문제는 이로 인해 그동안 국민이 누리던 공공서비스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로 공공요금이 크게 뛸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자 “전기·가스·상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문은 민영화 대상에서 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걱정은 괜한 것일까?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부실화된 기업을 인수해서 공기업이 된 경우 말고, 협의의 공기업 가운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공공서비스를 위축시키지 않겠다면, 민영화할 기관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개혁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 방법으로 민영화가 최선인지를 하나하나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말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국민들한테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짐작게 한다. 임 의장은 민영화 유보를 주장하면서, “서울시 수도요금의 원가가 400원이 넘는데 이걸 160원 받고 있다. 민영화해서 (요금이) 3배 뛰면 폭동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짜는 안에 민감한 기관의 민영화가 비록 뒤로 미뤄져 있다고 해도, 길게는 민영화로 간다는 구상이 담겨 있음을 내비친 대목이다.

정부는 왜 공공기관 구조개혁 방안으로 민영화를 그렇게 선호하는 것일까? 정부는 공공기관 민영화를 통해 63조원 이상의 매각 수익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이 돈은 새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부분을 보완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만으로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는 의문이다. 김상조 교수는 “민영화의 핵심은 결국 ‘이권’”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동안 알짜배기 공기업의 민영화는 인수능력이 있는 재벌들이 횡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재벌기업들이 다른 기업을 쉽게 인수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정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민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를 곧이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리한 민영화의 뒷감당은 국민 몫이다. 이윤을 노리고 공기업을 인수한 이들은 값을 끌어올릴 것이고, 그 짐은 고스란히 국민이 진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한겨레]
전문가들 의견 “구조개혁과 민영화는 다른 문제”
원칙 먼저 투명하게 밝히고 충분한 의사소통 거쳐야


   정남구 기자 김명진 기자  

<한겨레 기사 바로가기>

  

» 전국공공운수노련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최근 감사원의 공기업에 대한 감사가 공기업 민영화, 구조조정, 공기업 기관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도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표적감사·정치감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민영화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구조개혁은 일방통행식 추진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부문 개혁의 성패는 국민이 개혁방향에 공감하느냐에 달려 있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의 원칙을 먼저 투명하게 밝히고 개별 기관들에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치적 합의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공부문 개혁방식으로서 민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그는 “일본의 경우 민영화의 기본원칙과 목적에 대해 상세한 부분까지 공개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타운미팅이나 이메일 매거진을 보내는 등 국민과 대화에 적극적이었다”며 “민영화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의 이해와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긴밀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행정개혁시민연합 재정개혁위원장)도 “외환위기 직후에는 국가적인 위기상황이라는 데 국민이 공감했고, 고통을 분담할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공부문 개혁이 힘을 얻었다”며 “어떤 원칙에 의해 구조개혁을 할 것인지를 밝히고, 그 원칙을 개별 공공기관에 적용하여 판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볼 때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부문 개혁안은 “준비를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추진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민영화에 부정적인 전문가들도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또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점도 비슷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상수도 사업 경영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과 그러니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경영효율성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안이 민영화인가를 충분히 검토하고 난 뒤 일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움직임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정부는 어떤 원칙 아래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인지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적극적인 의사소통 노력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개혁안을 완성하면 한달 가량 공청회를 거친 뒤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겠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이다. 이해관계자들은 벌써부터 불안에 떨고, 확인되지 않는 여러 구조개혁 시나리오가 시장에 나돈다. 정부가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안을 만들더라도, 사전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정남구 기자





[한겨레]
촛불 현장의 목소리 “민영화 논리로 공공성 훼손 안된다”
1%를 위한 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 ② 공기업


  이재명 기자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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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를 위한 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촛불집회 현장의 단골구호 가운데 하나는 ‘공기업 민영화 반대’이다. 촛불시위에 노동운동 세력이 참가하면서 그 목소리가 한층 커진 면도 있지만, 여기에는 민영화가 가져올지 모를 공공서비스의 약화라는 생활의 문제와 함께 ‘민영화가 곧 절대선’이라는 현 정부 철학에 대한 비판이 섞여 있다. 정부가 최근 들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하지 않고, 일부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이 새정부 들어 ‘민영화’란 이름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각 노조들 “대기업에 독점이윤 보장 다름없다”
시민들, 등록금·교과서값 자율화 폐해도 걱정


촛불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공기업 노조위원장은 “처음엔 정권 교체 때마다 치르는 의례적인 일로 여겼지만 현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강하고 불씨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며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공기업을 무조건 효율성의 논리로 재단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3월 공공운수·교육·의료부문 등 공공서비스 관련 산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투쟁본부를 구성했다. 한국노총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는 민영화를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공공기관에 혁신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이런 노력없는 민영화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점진적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이 민영화로 정점을 치닫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7월초부터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국철도공사 노조 조합원이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철도 민영화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나상윤 공공운수연맹 정책위원장도 “해외 사례를 보면 민영화가 될 경우, 서비스 질은 저하되고 가격은 올라가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공공재를 민영화한다는 것은 대기업에 독점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민영화 대상에 오른 금융공기업에서도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형중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민영화를 통한 성과는 모호한 반면 민영화에 따른 폐해는 명확하다”며 “기업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이 사실상 사라지게 돼 중소기업은 파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업 민영화 반대라는 구호에 담긴 촛불민심은 공공성이 담보되는 효율성을 추구하라는 요구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새 정부 민영화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기업의 비효율을 민영화 일반으로 풀 수 있다고 전제하는 데 있다”면서 “공기업 중엔 자체적인 경영합리화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통해 개혁을 해야 할 곳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부의) 무조건 민영화도 큰 문제지만, 자칫 무조건적인 민영화 반대도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사안별로 개혁의 내용과 속도를 차별화하고, 그로 인해 공공서비스가 약화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우려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민영화로 상징되는 효율·경쟁 논리가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가져올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독립문으로 향하던 촛불 행렬에서는 “대학 구조조정 필요없다”는 외침이 크게 나왔다. 2003년에서 2007년까지 5년 동안 소비자 물가가 15.5% 오르는 동안, 사립대 등록금은 37% 올랐고, 특히 국·공립대학 등록금은 55.1%나 올랐다. ‘효율화=구조조정’이란 말이 주는 두려움의 표현으로 등록금 인상 반대를 대학 구조조정 반대로 구호화한 것이다.

교육과학부가 검·인정 교과서 값을 자율화하겠다고 밝힌 걸 두고서도 교사들은 정부가 초·중·고교 교과서값을 자율화하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과서 값이 2~3배 뛰고 대형 출판사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니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학부모들 어렵게 하고 큰 출판사들 돈벌게 해주는 것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김경락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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