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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뜻 이어 가겠습니다”

노동조합 2008.06.15 조회 수 1330 추천 수 0


이병렬열사여 '민주꽃'으로 부활하소서

자신의 몸을 산화함으로써 ‘촛불’을 밝히고자 했던 ‘아름다운’ 청년 이병렬 열사가 광주 망월동 묘역에 마침내 영면했다.

‘광우병 쇠고기수입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故 이병렬 노동열사 장례식이 14일 오전9시 발인을 시작으로 △11시 영결식(시청) △오후4시30분 전주 노제(코아백화점 앞) △오후8시 광주 노제(금남로)를 거쳐 밤10시30분 망월동 묘역에 하관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열사가 가는 곳곳마다 아이, 초중고생, 주부, 노인, 학생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함께 애도했다. 토론과 촛불의 상징인 ‘아고라’도 발인부터 하관하는 열사의 묘지에까지 장례에 동참하며 함께 슬픔을 나눴다. 노동열사 장례식에 교복 입은 ‘촛불’ 소녀의 참석과 ‘아고라’ 깃발이 나부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시청 앞 영결식에서 정광훈 장례위원장은 “며칠만 더 참았어도 서울광장, 광화문, 종로, 청계천, 서대문, 부산, 광주, 대구, 해남, 철원에서 촛불을 든 수많은, 수많은 민중들의 물결과 꿈과 희망을 보았더라면 너의 죽음을 포기했을 텐데”라며 “이제 동지가 바라는 조국을 통일하고 민중들의 재앙 신자유주의를 박살내려 했던 과업일랑 젊고, 어리디 어린 네티즌들에게 맡겨두고 편히 가시라”고 애도했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연대’ 회원인 최민아 씨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위태로울 것을 예감하고 광우병 쇠고기수입, 대운하사업, 공기업과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선량한 서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릴 이명박정권 타도를 외치셨다”며 “동지를 잃은 슬픔에 가슴은 무너지지만 지금 울지 않고 새날이 왔음을 웃는 얼굴로 님의 영전에 고하는 날까지 뜨거운 촛불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1학년 여고생인 고다연 양은 “너무나도 시끄러운 이 판국은 누가 국가의 주인이며, 뭐가 옳고 잘못된 것인지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우리는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정부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병렬 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직접 쓴 추모 조시를 들고 온 시민 장을규 씨는 “지금은 하늘도 잔뜩 흐린데 어찌 내 가슴에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가”라며 “아직은 눈물을 흘릴 수 없는 거제, 아직은 슬픔보다 분노가 더 몰아치는 거제”라고 슬픔을 쏟아냈다.

열사의 작은 형 이용기 씨는 “그 뜨거운 불속에서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뜻을 외쳤던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 속 깊은 곳에 큰 못이 박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며 “다시는 무고한 생명이 희생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노력하고 조정해주어 동생과 시민들의 뜻을 받아들여주었으면 한다”고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를 대신했다.

열사가 분신을 통해 자신의 뜻을 알리고자 했던 전주코아백화점 앞 노제도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장례위원회 고문인 문규현 신부는 “소박하고 정 많은 보통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열사의 몸부림으로 생명, 주권의 촛불이 켜졌으니 이제 부디 잘 가라”며 “우리는 이긴다, 국민은 이긴다, 우리의 꿈과 미래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추모했다.

열사와 자원봉사를 함께 하며 활동해왔던 이유리 양은 “이명박 정부 규탄을 외치며 얼마나 외로우셨냐”며 “열사를 극한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부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그 뜻을 이어받아 끝까지 투쟁할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전주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열사의 장례차량 행렬에는 전북택시노조에서 25대 가량의 택시가 함께 2차선 도로를 에워싸 호송하며 애도의 뜻을 함께 나눴다.

많은 시민들이 나와 촛불로 광주 금남로를 밝힌 ‘이병렬 열사 촛불 추모제’에서는 모처럼 엄숙함을 넘어 진행 순서마다 이명박 정부 규탄의 구호 소리와 박수갈채가 오갔다.

광우병대책회의 전남본부 이혜안 씨는 “가난과 장애를 안고 살다간 열사는 사회의 약자로서 이처럼 우리는 무자비한 사회에 살고 있다”며 “약한 자들의 삶을 모르고 있는 권력과 강한 자들의 커다란 장벽을 넘기 위해 먼저 간 열사는 우리의 자식이자, 동생이자, 형”이라고 추모했다.

여중생 3학년생인 김지송 양은 “열사처럼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죽음 대신 살아남아서 더 많은 일을 해줘야 할 것”이라며 “열사의 신념과 정신을 담아두고 더욱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광주 금남로 촛불추모제에는 운송료 현실화 등 생존권을 위해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부 3분회 조합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금남로를 시작해 약 20분간 진행된 시가지 추도행진에는 “못 가겠다, 못 가겠다, 원통해서 못 가겠다~”라는 상여소리가 어둠을 밝힌 촛불과 함께 마지막 가는 열사의 길을 숙연케 했다.

마침내 밤10시30분 이병렬 열사는 “이 놈아 내가 먼저 가야지, 네가 왜 가냐~”며 오열하는 어머니와 유족들을 뒤로하고 ‘피의 역사’로 얼룩진 민주주의의 요람 망월동 묘역에 안장됐다.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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