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미워했고, 사랑했고, 고마웠어요

따뜻한 하루 2016.01.22 조회 수 832 추천 수 0

미워했고, 사랑했고, 고마웠어요

1202_1

스무 살부터 마흔여섯이 될 때까지 투병해온
악성 림프종 말기 환자 자현씨는 오늘부로 치료를 포기했다.
병원에서 마흔여섯이 포기하기엔 이른 나이라고 했지만
이제 그만 됐다 싶었다.

26년을 크고 작은 병에 시달려온 만큼 가족은 지쳐 있었다.
특히 자현 씨 곁을 누구보다 오래 지켰던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해져 있었다.

1남 4녀의 맏딸로 부모님 사랑을 온전히 받았지만
병치레가 길어지면서 자현 씨는 자현 씨대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서로에게 솔직히 털어놓지 못했다.

온몸을 뒤틀게 하는 고통이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물건이나 약속들을 잊기 일쑤다.
부모님은 약 먹는 시간, 병원 예약 시간도 수시로 잊는 딸의
손발이 되어줄 수밖에 없다.

“가족들이 저를 안 보면 그 시간만큼은
절 잊어버리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자현 씨도 가족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싶다.
서로의 삶이 서로의 삶에 얽혀서 짜증 내거나 소리 지르지 말고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면서 또 서로 안타까이 여기면서
하하, 호호 남아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엄마가 왜? 엄마가 왜 미안해”
“내가 널 건강하게 잘 낳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 낳아서… 미안해.”

어머니는 자현 씨를, 자현 씨는 어머니를 꼭 안아준다.

미워했고, 사랑했고, 고마웠던 시간이 밀려온다.
처음 목을 가누고 눈을 맞췄던 순간, 첫걸음을 떼던 순간,
학교에 입학하던 날, 그리고 싸우고 화해했던 모든 시간들…

가족을 가족이게 만드는 것은 피를 나누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시간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젊은 딸의 마지막을 가늠하는 늙은 부모에게
그 시간은 이제 사랑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가족은 그렇게 서로를 기억해주는 존재다.

– EBS 다큐프라임 특별기획 ‘가족 쇼크’ 중에서 –

0개의 댓글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532 남부노조 통상임금판결는 원고 일부승 입니다 3 짱나 2015.01.15 2026 0
1531 퇴직연금 절대 도입되지 말아야 한다. 12 보령화력지부 2011.04.30 2027 0
1530 남동본부와 현 중앙의 짜고치는 ..... 7 당진남 2011.10.04 2027 0
1529 [부고] 도서전력지부 김성근(흑산도) 부친상 알림 1 도서 2019.06.08 2027 0
1528 남부 통상임금 4 통상임금 궁금이 2015.06.15 2028 0
1527 이번주 토요일 새누리당 부정선거 심판 국민대회 민주주의 2013.10.14 2030 0
1526 김동성씨는 전력노조 해고자 똥성사랑 2018.12.11 2031 0
1525 빌어먹는 양심 2 빌어먹는양심 2011.04.09 2034 0
1524 비계량 평가가 등수 좌우??? 전기맨 2011.05.27 2035 0
1523 김영덕 본부장에게 10 서산 2011.05.24 2036 0
1522 노조원 형제 자매분들 바쁘시더라도 글 한번만 읽어주시고 국민동의 청원 부탁드립니다. 유현재 2020.07.14 2041 0
1521 제주조합원의 감동적인 글 11 조합원 2011.11.17 2042 0
1520 기해년을 맞이하며 시대 2018.12.25 2042 0
1519 발전노조의 프레임 짜기 1 프레임워크 2019.01.09 2042 0
1518 김명환 위원장 "정부가 민주노총 마녀사냥"…영장심사 출석(종합) 2 마녀사냥 2019.06.21 2043 0
1517 투표총회는 해봐야 손해다. 9 노동자 2011.06.26 2044 0
1516 당과 당 그리고 당 숲나무 2013.08.27 2046 0
1515 산별노조란?기업별노조란? 조합원 2011.06.03 2048 0
1514 동서노조가 회사아 31일 전격합의하고 사업소 설명회를 4 동서노조 2014.08.01 2048 0
1513 남부노조는 무너졌다 기회 2015.08.03 2048 0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