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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저주, MB의 저주

손호철 2012.12.24 조회 수 1702 추천 수 0
[손호철의 정치시평]노무현의 저주, MB의 저주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 기적은 없었다. 아니 기적은 있었다. 민주통합당이 그렇게 감동 없고 죽을 쑤는 선거운동을 하고도 3%차로밖에 지지 않은 것은 기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선거결과에 실망은 했지만 ‘멘붕’ 상태는 아니다. 황석영 작가처럼 “선거에서 지면 프랑스로 이민 가 밥장사나 하겠다”고 대중들에게 으름장을 놓을 정도로 선거결과에 목을 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황 작가가 2007년 대선 때도 이명박이 당선되면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난리를 치다가 정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이 대통령을 따라 해외순방까지 간 전력을 생각하면, 얼마 뒤 이민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따라 해외순방이나 가지 말기를 빈다. 충정은 이해하지만 제발 책임도 지지 않을 이민 운운하는 협박으로 대중을 윽박지르는 지식인의 사기는 그만하자).

     
    물론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것은 노령화에 따른 보수적인 5060세대의 증가 등 구조적 원인이 작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민주통합당의 주체적 대응이다. 제1수권 야당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데다가 집권당 이상으로 현실에 안주해 자기개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껏 한다는 것이 ‘구원자 안철수’만 쳐다보고 있었으니 패배는 당연한 결과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요약하라면 나는 “노무현의 저주” “이명박의 저주”라고 부르고 싶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패배와 2004년 탄핵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으면서 천막당사로 이사가는 등 뼈를 깎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민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참패를 하고도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민주당의 지지율을 상승시켰다. 그러자 민주당은 현실에 안주해버렸다. 노 전 대통령은 목숨을 던져 위기에 처해 있는 민주당을 구원했지만 민주당을 안주하게 만듦으로써 혁신의 기회를 박탈하고 말았다. 이어진 것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덕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기고만장해졌다. ‘노무현의 저주’ ‘이명박의 저주’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통합당이 현실에 안주하다가 올봄 총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하고도 혁신을 하지 못하고 낡은 이해찬-박지원 체제가 다시 등장했다. 불행하게도 민주통합당의 무능과 개혁의지 실종의 중심에는 문재인 후보 자신이 자리잡고 있다. 문 후보가 후보로 당선됐을 때 개인적으로 이 지면을 통해 그의 성패는 이해찬, 박지원의 2선 퇴진을 포함한 민주통합당의 혁신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는 혁신에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또 이 지면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그토록 싫어하는 빨간색으로 당의 색을 바꾸고 있을 때 민주당은 바꾸는 척하는 ‘쇼’도 못하느냐고 비판했지만 끝내 ‘쇼’조차 못하고 대선을 끝냈다. 이해찬의 2선 퇴진조차도 안철수가 배수진을 치자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다. 문 후보는 막판에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엇 하나 바꾸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없다. 사실 박 후보가 패배 시 정계은퇴를 약속하고 배수진을 치고 있을 때 문 후보는 국회의원직조차 던지지 않았다. 그러고도 3%차로밖에 안 졌으니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선거에서 패배하자 대단한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양 “민주당만으로는 새 정치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정권교체도 어렵다는 걸 이번 선거에서 확인했다”니 그동안 민주당에 가해진 비판들에 귀를 막고 있었던 것인지, 화가 난다.

    민주통합당이 천막당사를 넘어 토굴당사 수준의 완전한 해체와 발본적인 혁신 없이는 미래가 없다. 발본적 혁신만이 대선결과를 새누리당에 ‘박근혜의 저주’로, 민주통합당에 ‘박근혜의 축복’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그럴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민주통합당의 대수술을 누가 이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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