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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궤도를 이탈한 통합진보당

제2발 2012.01.19 조회 수 768 추천 수 0

3) 진보의 궤도를 이탈한 통합진보당

 

 

정말로 안타깝다. 민주노동당! 이 당은 노동자 대투쟁의 기운으로 노동자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민주노총이 세운 당이었다. 그래서 이 당은 민주노총으로부터 배타적지지라는 특혜까지 누려왔던 당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당 활동은 점점 노동자와는 멀어지는 길이었으며 두 개로 쪼개지기까지 하였다. 우리에게 ‘1명의 국회의원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면서 10명의 국회 의석까지 갔으나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들은 다시 ‘우리가 국회 원내교섭단체만 되었더라도’ 하고 한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자본가정당인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이었다. 이들의 꿈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신에 진보정당의 간판은 내려야했다. 더 이상 진보정당이라고 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빨강색과 노랑색을 합하면 빨강색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주황색이 나온다. 아무리 해도 빨강색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의회정치로 더 들어가면 주황색마저 노랑색으로 서서히 바뀌어 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것은 의회는 진보의 마당이 아니라 자본가정당들의 정치놀이터이고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당의 정체성을 말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더 이상 진보정당이라고 우길만한 근거는 없다. 과거 진보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과 또 하나의 축인 자유주의자본가 개혁정당인 국민참여당이 합당하여 만든 당이기 때문이다. 제3자는 진보신당의 일부 명망가이나 이들도 과거엔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당의 정체성에 혼란이 발생한다. 자유주의정당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진보정당이고도 할 수 없는 민주통합당의 왼쪽에 있는 정도의 성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지켜왔던 가장 중요한 진보의 가치 즉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는 강령을 버렸다. 이후에는 자본주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목표도 합당을 위해서 버렸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진보적 가치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사실상 사라졌다.

 

 

다만 국회 내에서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등의 자본가정당들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일부]

보편적 복지사회 실현

보편적 의료보장 체계 구축

교육의 공공성 확보

국제 투기 독점자본에 대한 규제강화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의 폐해 극복

통상정책은 공정무역

국가 기간산업의 공공성 강화

경제의 민주화와 중소기업 주도형 경제체제 강화

고용과 환경 친화적 산업정책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지

비정규직 사용제한, 파견제 폐지, 간접고용 사용 규제

신문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소유 지배구조의 민주화

민주적 연대적 노사관계를 발전

국가보안법 등 반민주 제도와 악법 폐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및 대선 결선 투표제

주한미국 철수와 한미동맹체제 해체, 해외파병 금지

대체복무제 도입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

 

 

강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보를 가르는 노동자·민중 착취체제인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자본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전체적인 통제 계획은 없다. 민주통합당보다 약간 더 왼쪽으로 나간 면이 있으나 자유주의정당과의 질적인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 당의 목적은 애초부터 국회 내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한 의석수의 확보였다. 교섭단체는 국회에서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협의하기 위해서 일정한 수 이상의 의원단체를 말하는 데 국회법 제33조에 의하면 20명 이상이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합의 조건으로 이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진보당이 이렇게 급하게 만들어질 이유가 없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현재의 정치구도가 그렇게 형성되어 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정권 10년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이 탄생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보수정권은 자유주의 정권이 쌓아 온 민주주의 가치까지 파괴하였다. 이로써 자유주의정권을 넘어서서 진보적 가치로 가야할 역사의 방향은 도리어 10년 전으로 되돌아 가 독재와 민주의 구도가 재조성되었다. 이 국면은 또다시 실패한 자유주의 정권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하였다. 민주주의 가치도 파괴되는 마당에 진보의 가치는 먼 얘기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먼저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보면 지난 10년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당도 없는 안철수 교수가 대권주자 1위를 지키고 있고, 시민후보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이 되었다. 기존 정당들은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

 

 

재집권을 위해서 민주통합당은 시민세력과 진보세력의 이미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민주통합당은 시민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반은 성공하였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었다. 따라서 선거연합은 가능하지만 자유주의정당과의 대놓고 합당하는 것은 꺼려했다. 또한 합당하더라도 소수파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그러나 규모가 필요했다. 그래서 국민참여당과 합당하였다. 반대로 국민참여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진보의 이미지가 절실하였다. 민주통합당이 재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진보세력과의 선거연합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해서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민주통합당은 집권을 위해서 통합진보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목표 때문에 양당은 총선에서 선거연합을 하여 각자의 의석 수를 달성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선에서 하나의 후보(민주통합당)로 가서 이명박 정권을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물론 대선에서도 구도에 따라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거나 통합진보당이 부분적으로 정권에 참여할 수 도 있다. 이것이 소위 민주대연합이라는 구상이다.

 

 

현재 이 구상은 예상대로 강력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굴러가고 있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은 현 정치구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당의 생명은 길지 않거나 의회 내에서 자유주의 정당의 왼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통합진보당의 가치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가치보다는 국민참여당의 자유주의적 가치가 더 확산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의회 자체가 자본주의 정치제도이기 때문에 이 제도에 진입하려면 진입장벽을 통과하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보적 가치의 탈각으로 나타나면서 의회 내에서 세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의회정치의 일반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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