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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경제민주화

강수돌 2012.07.13 조회 수 2417 추천 수 0
[경제와 세상]우리가 바라는 경제민주화
강수돌 | 고려대 교수·경영학
 
대한민국 헌법 119조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는 조항과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최근 한국 사회를 달구고 있는 ‘경제 민주화’ 논란의 근거다.

지식인 사회의 일각에서는 또다시 분배냐 성장이냐, 복지국가냐 재벌해체냐 등 강조점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일고 있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경제민주화 논의가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 구체적으로 와 닿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직장인의 90%는 불만족스러워 사표를 내고 싶어도 구직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재 직장에서 묵묵히 일해야 한다. 업무 부담도 크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권위주의적인 상사나 버릇없는 부하 등 인간관계 문제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있다.

 
또 한국을 대표한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 도장 공정에서 일하는 어느 노동자는 금요일 밤 9시부터 일을 시작해 일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등 주말에도 연속 44시간 노동을 한다는 충격적 보고도 있다. 지금도 재능교육, 콜트콜텍, 코오롱, 쌍용차, 한진중, 현대차 등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 정리해고 반대 및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사태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위해 즐겁게 노동하기보다 기업에 노동력을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억압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무시되는, 주객전도된 현실이다.

그렇다. 현실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초등학교 아이도 다 안다. 어느 초등생은 최근에 재산이 몇 푼 안 된다면서도 커다란 집에 살고 수많은 기부금을 내며 심지어 육사생도들로부터 사열까지 받는 현실이 이상하다는 시를 써 주목을 끌기도 한다.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원 할아버지,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시나요?”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이 바라는 경제 민주화란 이런 것이다.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임금 노예’가 아니라 일을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는 즐거운 직장,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도기업이 어려우면 ‘정리’ 대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일하되 조금씩’ 일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직장, 자신의 꿈을 찾아 공부하고 취업한 뒤엔 자아실현과 사회헌신을 동시에 이룬다는 느낌이 드는 직장, 이런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정한 소득 분배’ 및 ‘경제 주체간의 조화와 균형’이 달성될 것이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도 방지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제 민주화가 착실히 구현되면 아이들에게 일제고사를 통해 점수 경쟁을 유도하는 반교육적인 행정도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시험 제도나 평가 제도는 오로지 상층의 10%만을 위한 것이라, 갈수록 사회 양극화에만 일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빈부 양극화는 교육 양극화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금 빈부 양극화를 증폭시킨다. 경제 민주화는 이런 면에서 교육 민주화와도 연관이 크다.

제발 수백만 10대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꿈을 신나게 키울 수 있도록, 그리하여 진정으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학교나 기업 풍토를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기존의 위계적, 권위적, 독재적 방식이 아니라 원탁형, 민주형, 소통형 방식으로 학교, 기업, 사회를 온통 바꾸어야 한다. 더 이상 경제 성장률 경쟁이 아니라 경제 민주화 투쟁이, 더 이상 일제고사 식 점수 경쟁이 아니라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 투쟁이 절실한 까닭이다. 매일 일자리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직장인들, 매일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청소년들, 매일 생활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여성들, 이 모두는 같은 뿌리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 학생, 노동자, 여성들이 소통과 연대를 강화해야 할 이유다. 소통과 연대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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