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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비정규노동자들의 승리

홍익대 2011.02.22 조회 수 3362 추천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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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동안 진행된 홍익대 노동자들의 농성이 지난 20일 170명 전원 고용승계,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 4550원 지급 등의 성과를 거두고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다수의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용불안과 최저임금 이하의 빈곤한 생활에 허덕인다. 그동안 묵묵히 참고 지내던 노동자들이 홍익대 농성을 계기로 직접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주차경비노조 조합원들은 이달 초부터 ‘고용승계’를 외치며 농성하고 있다. 올해 들어온 새로운 용역업체가 이전 업체와 노조 간에 맺은 고용 조건, 임금·단체 협상을 무시하고 신규 직원을 뽑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농성 중인 조합원 일부를 회유해 채용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세 차례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은 매번 승계됐다”며 “노숙투쟁을 전개하고 있지만 용역업체는 꿈쩍도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법원 청소노동자들도 ‘법정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법원 정문과 동문, 교대역 등에서 “법원부터 법을 지키라”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엔 법원 정문 앞에서 집회도 열었다. 이들이 지난달 받은 기본급은 85만9000원. 시급으로 따지면 4110원으로 2011년 최저임금(432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동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5.1% 올랐는데 법원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5% 인상된 만큼만 용역업체에 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원행정처는 “용역업체 소관으로, 법원 책임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연세대·이화여대·고려대·고려대병원 등 4개 사업장 청소노동자 800여명은 다음달 초부터 동반 파업을 벌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4개 사업장을 관리하는 용역업체들과 ‘생활임금(시급 5180원·노동계가 2011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던 액수) 지급’ 등을 내걸고 단체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공공노조 서경지부의 이재용 조직차장은 “홍익대 농성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노동자들이 ‘우리도 해보자’며 힘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청소·경비·시설 노동자의 공통점은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돼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실제 일하는 회사가 아니라 그 회사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한 사업장에서 10년 넘게 일했어도 용역업체가 바뀌면 바로 그 순간 해고를 걱정해야 한다. 도급 계약이 갱신되면 새롭게 고용이 시작되니 ‘2년 동안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비정규직법은 이들에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재용 차장은 “궁극적으로는 실제 사용주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고 직접 고용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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