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말 한마디로 현재 발전산업계 현장 분위기를 함축했다.
그가 전해준 현장의 풍경은 냉엄했다. 언론에서 지적하는 안전불감증 수준이 아니었다. 전력산업에서 발전부문이 분할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현장에선 인간미가 사라진지 오래다.
신 위원장은 "최근 보령화력, 고리원전 등 사고가 이슈로 부각됐지만 현장에선 언론 보도를 타지 않는 사고가 훨씬 더 많다"며 "경영평가 결과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사고가 나더라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고 타사 사고에는 박수를 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도 본부 차원의 평가가 아니라 사업소별 평가가 들어간다. 중부발전을 예로 들면, 보령화력본부와 서울화력본부 간 경쟁이 아니라 보령화력 내 제1, 2, 3발전소 등 사업소 간 경쟁이 이뤄지는 식"이라며 "그러다보니 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계속 불거지고 동료애는 무너져 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태는 발전산업이 경쟁체제로 내몰리면서 빚어졌다는 게 신 위원장의 진단이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다보면 회사는 공공성보다는 비용절감, 공기단축, 인력 최소화 등 단기성과에만 얽매이게 된다는 얘기다.
신 위원장은 "사업소들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임시조치만 한다"며 "그런 식으로 비용 절감한 것을 효율이라 한다면 그것은 현장을 죽이는 효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2월말 실시된 선거에서 95%의 찬성률로 제6대 발전노조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발전노조는 지난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별로 기업별 노조가 설립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측은 발전노조를 흔들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벌였고, 지부장들도 이에 동조해 조합원들의 탈퇴를 종용했다. 그 결과 수많은 조합원들이 발전노조를 떠나갔다.
5대 중앙집행부의 대응은 무력했다.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의원대회조차 열지 않았다. 각종 회의체를 부정하고 규약을 위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원칙이 무너지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발전회사와 새 노조들이 입을 모아 '노사 윈-윈'을 외치는 가운데 업무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는 동력을 잃어갔다. 무너진 조직 재건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 신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현장을 갔는데 한 조합원이 말하길 '위원장도 힘들겠지만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우리도 힘들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가 직시한 최우선 과제는 흔들리는 조직을 굳건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전력노조 등 관련노조와 연대활동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널리 알릴 계획이다.
"현재 내부가 많이 무너진 상태다. 당장의 불이익이 예견된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함께 감수하고 이겨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233호] 2012년 04월 09일 (월) 09:30:11 |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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