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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대한 폭력 금지 약속하자

강수돌 2012.08.09 조회 수 905 추천 수 0
[경제와 세상]노동자에 대한 폭력 금지 약속하자
강수돌 | 고려대 교수·경영학

 

“내 옆에는 사람들이 있어. 물론 네 옆에도 사람들이 있겠지. 총리 자리면 신념도 버리는 대법관도 있고 돈이면 뭐든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법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검사,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형부와 맞서는 기자, 사고를 당하고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나를 걱정해 주는 형사…. 이게 사람이다. 이게 내가 아는 사람이다.”

 
 
인기 드라마 <추적자>에서 억울하게 죽은 딸과 아내의 한을 풀기 위해 인생 전체를 건 백홍석 형사가 돈과 권력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리하여 인간성 자체를 내버린 강동윤에게 던진 말이다. 강동윤 곁의 사람들은 독일 나치의 폭력을 고발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부류이지만, 백홍석 곁의 사람들은 진정 ‘이것이 사람이다’란 느낌이 들게 한다. 핵심은 진실과 사랑이다. 돈과 권력은 완전히 그 반대편이다.

개탄스럽게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드라마가 국민적 인기를 모을 무렵, 노골적 폭력 사태가 ‘경제 살리기’란 이름 아래 노동자들을 압살하고 있었다. 실은 이미 2010년경부터 민주노조와 그 조합원을 깨기 위한 작전이 치밀히 전개되었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제2의 민주노조 운동이 일어날까봐 나온 자본과 권력의 전략이다. 2010년 2월, 발레오만도에서는 노조가 임단협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자 태업을 시작했다. 회사는 용역을 투입하고 공격적 직장폐쇄를 하면서 노조원들을 쫓아냈다. 상신브레이크와 KEC 또한 같은 시나리오를 겪었다. 주야 맞교대 대신 주간 2교대를 약속했던 (현대차의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이 주간 2교대 대신 용역 투입을 하고 공격적 직장폐쇄를 한 것도 바로 이 맥락이었다. 흥미롭게도 현대차 총괄 이사의 차량에서 유성기업과 현대차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발견되었다. C컨설팅의 자문도 있었다.

지난 6월19일 새벽엔 충남 당진의 JW(중외) 노동조합 임시 사무실에 13명의 괴한이 난입해 2명의 노조원을 칼로 위협하고 기물을 부순 뒤 달아났다. 경찰 수사는 형식적이거나 지지부진했다. 7월27일엔 안산 반월공단의 SJM 사에 ‘컨택터스’ 용역깡패 200여 명이 투입되었다. 임단협 결렬로 파업 농성 중이던 현장을 경찰의 방관 아래 폭력으로 침탈한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컨택터스’와 같은 용역깡패 회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추적자>에도 여러 번 나오는 쇼로 그치지 않고 제대로 사람 냄새 나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려면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것은 나라 경제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첫째, 노동자가 태업이나 파업을 벌이는 것은 사용자가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라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나서더라도 나중엔 교섭을 해태하기 일쑤인데 그것은 자본의 이윤은 양보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공권력에 의한 합법적 폭력이나 민간 자본에 의한 사적 폭력 사이의 유착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국가가 반드시 자본의 시녀 역할을 한다고 할 순 없지만, 현실은 대체로 그렇게 흘러왔다. ‘정치 민주화’가 된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특히 컨택터스나 지원가드와 같은 용역깡패 회사들, 그리고 C컨설팅과 같은 노조파괴 전문가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정조사나 청문회로 전 국민에게 사태의 전모를 알리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경제민주화’가 화두인 이 시점에서 모든 대선 후보들을 향해 경제민주화의 첫 걸음으로 노동자나 시민에 대한 폭력 금지 약속을 받아 내야 한다. 재벌 개혁도 노동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보다 높은 자리에 앉은 재벌 총수가 수시로 “욕 보래이”라며 원격 조정하는 반사회적 작태를 막을 수 있다. 진정 ‘사람’이라면, 돈과 권력이 아닌 사랑과 진실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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