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변호사의 노동과 법] 업무방해죄와 한국노동운동 -업무방해죄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에 부쳐 | |||
1. 드디어 선고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평화적인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법리를 비난한 결정이 있은 뒤여서 쟁의행위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기대됐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대법관 전원이 모여 판결을 선고했다. 2006년 3월1일 철도노조 파업에 관한 업무방해죄 사건이었다. 단순히 출근하지 않은, 그야말로 평화적인 파업이었다.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 김영훈(현 민주노총 위원장)이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 판결을 선고받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사건이었다. 사건도 당사자도 재판부도 한껏 기대를 높였다. 기대로 심장이 요동쳤다. 2011년 3월17일 대법원을 향해 내 심장은 마구 뛰었다.
2.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면 노무제공 거부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뭐란 말인가, 이것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어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된다면 그것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위력이 없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니. 이에 김지형·박시환 등 5명의 대법관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하더라도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부는 위력이라고 볼 수 없다며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수의견을 밝혔다.
따라서 쟁의행위는 처벌 등 책임을 져야 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이 나라 노동자는, 노동조합은 헌법이 정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제한되고 금지됐다. 그래서 노동자는, 그 대리인은 자꾸 주체, 목적, 절차, 그리고 수단과 방법이 정당했다고 내세우며 정당한 쟁의행위니까 처벌할 수 없다고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읍소했다. 이러한 주장과 논리는 이 나라 노동자와 노조간부에게 철저히 내면화됐다.
결국 오늘도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해야 될 때면 노조 법률학교에서 혹은 노동법교과서로 변호사, 교수로부터 배운 정당성요건을 차례로 머릿속에 살펴보고 나서 정당하다고 판단될 때에야 비로소 쟁의행위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이것은 파업을 처벌하고 책임 묻는 법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파업은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않다고 해도 평화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것이라면, 쟁의행위 자체는 처벌이든 손배 등 민사책임이든 면책돼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필자는 터무니없이 주장하는 하는 바보가 돼야 했다. 그것은 체계화된 논리에 의하면 이 나라 노조활동 경험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의 법질서는 그들을 노예라고 했으므로 노동운동은 노동자가 노예가 아니라고 세상의 법질서에 맞서 투쟁해야 했다. 200여년 동안 노동운동이 전개됐다. 자신들의 권리 확보를 위한 노동자의 기나긴 항해였다. 그리고 노동운동사는 노동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범죄가 아니고 불법도 아니라고 이 세상의 법질서에 새겨 넣었다. 이 세상의 법질서에 파업 등 쟁의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새겼다. 나아가 노동운동사는 이 세상의 법질서에 파업 등 쟁의행위는 손배 등 민사책임에서 면제된다고 새기어 왔다. 노동자가 노동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할 뿐이지 민형사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새긴 후에 다시 집단적으로 그것을 하더라도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투쟁했고 그것을 법질서에 노동법으로 끼워넣었다.
그러나 어떠한 대법관이라도 이번 대법원판결에서는 김영훈 위원장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단지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적용에 있어서만 찬반으로 갈렸을 뿐이다. 노조법은 주체,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을 위반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파업은 처벌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은 불법이 되고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져야 한다. 철도노조파업은 중재회부시 쟁의행위를 금지한 노조법을 위반했다. 따라서 소수의견이라도 김영훈 위원장은 노조법에 의해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대표 h7420t@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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