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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동서노조

숲나무 2011.09.05 조회 수 4168 추천 수 0

동서노조는 사업목표와 방향을 세우는 기초자료로 회사의 정세와 경영을 분석하고 있다. 통상 노동조합은 한 해 사업계획과 목표를 잡는데 있어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와 경제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하여 회사의 동향까지 예측한다. 이와 비교한 동서노조의 정세분석은 정치·경제적 분석은 물론 노동정세까지 결여하여 노동조합의 정세분석이라고 하기조차 어렵다.

 

사업목표를 보면 고용안정과 복지향상, 긍지와 자존심 향상이 주요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노동자의 실제생활 수준을 좌우하는 임금항목은 빠지고 추상적인 긍지와 자존심이 들어가 있다. 현재 노동자들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용불안과 유연화 그리고 실질임금 하락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런데도 동서노조는 회사의 성장이 조직구성원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치·경제 정세를 분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바로 이런 잘못된 주장이 나오게 된다. 오히려 동서노조는 발전노조 그간의 활동이 무조건 반대, 정치논리가 앞섰다고 폄하하고 있는데, 이거야말로 무지의 소치다. 노동조합의 사업과 투쟁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이고 무조건 반대처럼 보이지만, 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하고 합리적이고 마땅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서 노동조합의 사업과 투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곡해는 동서노조가 노동자 조직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사업목표로 다음과 같이 순서적으로 배치한다. 고용에 관한 부문, 임금에 관한 부문, 복지에 관한 무분, 노동안전 부문, 그리고 특별하게 중점을 두어야 할 독립적인 사업과제, 단위사업장를 넘어가는 과제에 대한 연대사업 부문 등으로 나열된다. 이런 것들이 이후 노사 단체협상, 임금협상,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조합의 의제로 상정된다.

 

그러나 동서노조의 경우 첫 번째 과제는 회사조직 개편이다. 그런데 핵심내용은 뜬금없이 조직 내 소통을 잘 하자는 것과 회사의 방침인 미래경영의 조직효율화다. 회사조직개편과 조직 내 소통이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조직효율화는 마치 회사의 요구처럼 들린다.

 

두 번째로 조합의 조직화를 들고 조합운영체계 준비,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조합의 사업을 전개할 경우 조합의 역량이 강화되고 조합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건 맞는 말이다. 동서노조가 회사의 조직으로 설립되었고 앞으로도 회사의 후광으로 조합간부의 위상강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어서 그들에겐 당연지사라 하겠다.

 

세 번째 목표가 기업별노동조합 발전회사 연대화 사업인데, 우선 말이 맞지 않는다. 이 구절만 보면 동서노조가 회사와 연대하겠다는 건지, 기업별노조들과 연대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용에서 분명한 것은 발전회사끼리의 경쟁 하에서 기업별노조 사이의 정책적 충돌이 예견되는데 그것을 조율하기 위한 연대를 고려한다고 한다. 무슨 노동조합의 연대가 발전회사나 정부에 대항한 연대도 아니고 회사간 경쟁에서 야기되는 이해갈등의 조정을 위한 연대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회사대신 노동조합이 나서서 그들의 갈등을 해소해주겠다는 발상!

 

네 번째가 단협개정이다. 더 좋은 단협을 체결하기 위해서 단협을 개악하고 1년짜리로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모든 단협은 일단 체결되면 그것이 앞으로의 단협 개선과 후퇴의 기준이 되는 법이다. 동서노조의 단협 개선은 잘해봐야 발전노조 단협이 최선의 것으로 될 것이다.

 

이미 단협에서 연봉제 도입을 위한 회사와의 개별계약 여지를 열어놓았던 동서노조는 연봉제를 반대하지 않고 유리한 조건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마치 연봉제가 총임금을 인상시켜 개인들 모두 임금을 올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회사가 왜 연봉제를 점차적으로 도입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왜 연봉제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문이자 무한고통의 시작이라고 외치는지 알지도 못하는 것 같다.

 

동서노조는 임금에 관한 것은 한 구절로 정리했다. 하후상박에 의한 조합원영역 확대. 우리가 내년에 임금인상을 얼마나 요구해야 할지 물가·경제성장율·노동생산성 등 경제 기초자료조차 없다. 이들은 뭘 가지고 임금협상에 임한다는 것인지. 회사가 답답할까 아니면 동서노조가 답답할까?

 

노동조합의 사업계획과 목표가 이런 지경이니 이후에 것들은 언급하지 않겠다. 회사간부들은 이런 동서노조를 대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같은 노동조합으로서 낯 뜨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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