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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 무엇이 문제인가?(3) 공급보다 수요관리 역점을

경향 2013.08.16 조회 수 2576 추천 수 0
[전력대란 무엇이 문제인가](3) 공급보다 수요관리 역점을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 ㆍ전기료 현실화가 근본적 해법… 화력·원전 중심 정책도 탈피를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개발, 발전용 유연탄 등 과세 필요

    지난 14일 오후 5시30분 전력경보 ‘준비’ 단계가 해제되자 전국의 공무원들은 ‘만세’를 불렀다. 전력대란 위기가 닥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동안 사용이 금지됐던 에어컨을 다시 켤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공무원들은 사흘 내내 한증막 같은 사무실에서 땀과 씨름했지만 한국의 전력공급 체계가 조금만 달랐어도 이 같은 ‘생고생’은 면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전국의 단독주택 100만채에 용량 3㎾, 최대효율 20%급 태양광 발전판이 설치됐더라면 공공기관 냉방기 가동 중단으로 확보되는 전력 25만㎾의 두 배인 50만㎾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폭염의 주범인 태양광을 전력 생산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다시 폭염을 쫓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태양광은 여름철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에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의 에너지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전력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공급보다 수요관리에 힘쓰는 한편 화력과 원자력 중심에서 태양광 등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일조량은 국내의 절반 수준이지만 태양광 발전 설비는 2000년 4만2000㎾에서 2009년 380만6000㎾로 90배 이상 증가했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은 전체 전기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1.1%에서 지난해 2.3%로 10년 동안 1.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2027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2%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자중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내 발전사업자 13곳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목표치가 너무 낮아 성장세가 더디다”며 “2015년까지 계획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설치 의무량을 현재의 120만㎾에서 200만㎾까지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밀치 못한 전력수요 예측도 전력난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정부의 중장기 전력수요 예측은 최대 15%까지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확정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지난해 최대 전력수요를 6172만㎾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7599만㎾를 기록했다. 단기 예측도 정확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7899만㎾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산업부는 12일 최대 전력이 805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12일 실제 전력수요는 7970만㎾였다. 예측치와 실제 사용량에 적잖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실제 수요가 예측 수요를 매번 초과하는 데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전기요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전력소비 증가율이 2.6~4.8%였다. 반면 국내 전력소비 증가율은 최저 10%에서 최대 15.2%를 기록했다.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전기요금 현실화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반발이 있더라도 ‘전력난 → 발전기 정비 축소 → 발전기 고장률 상승 → 전력난 심화’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체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발전용 유연탄에는 관세가 1%만 적용되고 전기사용량의 3.7%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적립된다”면서 “사실상 면세와도 같은 발전용 유연탄과 원자력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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