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적 사회주의

에리히 프롬

자본주의, 공산주의, 그리고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를 전체적으로 분석해 볼 때,
사회주의 강령은 세 가지 측면에서 구별되어져야 한다. 첫째는 사회주의 정당
이념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원칙’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고, 둘째는
사회주의자들이 그 실현을 위해 일하고 있는 휴머니즘적 사회주의 ‘중간 목표’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며, 셋째는 중간 목표가 아직 성취되지 못하고 있을 때
사회주의자들의 과업을 위한 즉각적인 ‘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이 휴머니즘적 사회주의 이념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원칙’인가? 모든 사회
· 경제적 체제는 ‘사물과 제도 사이의’ 관계라는 특수한 체제일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체제이기도 하다. 사회주의의 어떠한 개념과 실천도 인간존재
사이의 관계들에 도움을 주는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모든 사회 · 경제적 조치에 있어서 최상의 가치는 인간이다. 즉 사회의 목표는
인간의 잠재력, 이성, 사랑, 창조적 능력을 완전히 발현시킬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적 조치는 인간의 소외와 왜곡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와 개별성을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주의의 목표는 각
개인의 완전한 발전이 전체 구성원의 완전한 발현 조건이 되는 그러한 관계의
성립에 있다.

사회주의의 최고 원칙은 인간이 사물보다, 삶이 소유보다 우위에 존재함으로써
노동이 자본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다. 즉 힘이 소유로부터가 아니라 창조로부터
나오며 인간이 환경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환경이 인간에 의해
지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목적이어야 하며 결코 다른 사람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는 아무도 자본을
소유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복종할 필요가 없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인류의 합일과 모든 인간의 유대에 대한 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모든 종류의 국가나 민족, 혹은 계급을 떠받드는 것과 싸운다.
인간 최고의 충성은 인류에 대해, 휴머니즘적인 도덕적 원칙에 대해 바쳐져야
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서구 문명의 기초가 되는 저들 이념과 가치들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모든 형태의 전쟁과 폭력을 극렬히 반대한다. 그것은
정치적 · 사회적 문제들을 힘과 폭력에 의해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들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하여 군비확장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모든 정책을 배격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평화를,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협조하는
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긍정적인 인간관계의 원칙으로 보고 있다.

사회주의 원칙 하에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이웃 시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시민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도록 한다. 인류의 3분의 2가
끝없는 가난 속에서 살도록 내버려져 있는 부당한 현실은 개선되어져야 하며, 이는
부유한 나라들이 저개발 국가들로 하여금 인간적으로 만족할 만한 경제적 수준에
도달하도록 이제까지 원조해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자유를 표방한다. 여기서 자유라 함은 공포와 결핍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즉 ‘무엇 무엇으로부터’ 라는 소극적인 자유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관계된 모든 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그리고 개인의 인간적
잠재력을 가능한 한 최대한도로 발전시키기 위한 자유, 즉 ‘무엇 무엇을 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유까지도 포함한다.

생산과 소비는 인간의 발전을 위한 필요에 종속되어야지 결코 이 관계가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모든 생산은 어떤 개인이나 회사를
위한 이윤의 원칙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유용성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더 많은 성장과 더 많은 자유 및 인간적 성장이라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물질적 가치 대신에 인간적 가치가 선택되어야 한다. 

사회주의 산업화에 있어서 그 목적은 최고의 ‘경제적’ 생산성을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인간적’ 생산성을 이룩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일을 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 그의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방식이 그 자신에게 의미가
있거나 흥미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 자신의 ‘모든’
인간적인 힘 ― 정서적이고 예술적인 힘과 함께 지성적인 힘 ― 을 발전시키도록
자극하고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는 충족되어야겠지만 소비가 목적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윤을 위해 물질적 욕구를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모든
시도들은 배제되어야만 한다. 물질적 재원의 낭비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소비를
위한 소비는 인간발달의 완성을 저해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본을
지배하고, 환경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인간이 환경을
지배하며, 최대 이윤의 욕구를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장과 자본의 비인간적인
힘의 법칙에 따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스스로 계획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는 사회체제이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민주주의 제도를 순수한 정치적 영역으로부터 경제적인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즉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인
동시에 산업적 민주주의다. 그것은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결정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받은 시민들이 진정으로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본래의 정치적
민주주의의 회복인 것이다.

경제적 영역으로 민주주의가 확산된다고 함은 육체노동자, 기술자, 행정 관리
등등의 경제 활동 참여자에 의해 모든 경제적 행위들이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것을
의미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일차적으로 법적 소유권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거대하고 강력한 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에 관심을 둔다. 자본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관료적 경영에 의한 무책임한 통제는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통제 행위에 의해 대치되어야 하고 그 자신들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의 목표는, 산업사회의 협력 기능을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중앙 집중을 용인하고 이와 조화를 이루는 권력 분산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다. 국가의 중앙 집권적인 기능은 최소로
감소되어야 하고, 자유롭게 협력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위가 사회적 삶의
중심적 장치가 되어야 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의 기본적인 일반 목표는 모든 나라에 대해 공통적이지만,
각각의 나라는 그 전통적 상황과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자신의 특수한 목표를
설정하고 각자의 독특한 방법으로 이 목표를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 간의 상호 연대는 한 나라의 방법을 다른 나라에 대해서까지 강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배제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주의 이념 창시자들의 저작
또한 ― 비록 이들에게 공통된 정신은 사회주의자들의 가슴에 살아남아서 그들의
생각을 인도해야 되지만 ― 그 저작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권위를
휘두르는 데 사용되는 신성불가침한 경전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는 합리적인 조건 하에서 인간 본성이 만들어 낸 자발적이고
논리적인 산물이다. 그것은 인류의 휴머니즘적 전통에서 뿌리를 갖고 있는
민주주의를 산업사회라는 조건 하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어떠한 억압
― 그것이 물리적인 힘이건 혹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상태엣 강요되어지는
최면상태의 암시에 의한 힘이건 간에 ― 도 없이 운용되는 사회 체제이다. 그것은
오직 인간의 이성과 좀 더 인간적이고, 가치 있고, 풍요한 삶을 바라는 인간의
열망에 호소함으로써 성취될 수 있다. 그것은 진실로 인간적인 세계를 건설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 세계는 곧 인간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이루는 데 그 수단이 되었던 경제의 주요한 역할이 적어진 반면,
삶의 풍요와 개인의 구현이 사회의 주된 목적이 되는 세계이다.

휴머니즘적 사회주의의 목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중앙 집권적인 국가의
기능을 최소로 줄이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협력의 신장을 기초로 하는 사회라는
사회주의 ‘최종’ 목표와 이 마지막 목표가 성취되기 이전의 ‘중간 목표’를
구별해야 한다. 현재의 중앙 집권화된 국가로부터 완전히 분권화된 사회 형태로
옮겨 가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약간의 중앙 통제와 국가 간섭이 존재하는 과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앙 통제와 국가 간섭이 관료화를 증대시키고 개인의 완전성과
창조성을 약화시킬지도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가) 국가는 시민들의 효과적인 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 나) 대기업의
사회적 · 정치적 권력은 폐지되어야 한다. 다) 처음부터 생산과 상업부문에서의
권력 분산적이고 자발적인 연합체의 모든 형태와 지역 사회적 · 문화적 행위들은
장려되어야 한다.

오늘날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를 위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계획들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회주의 사회를 위한 중간 목표를 잠정적인 형태로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중간 목표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좀 더 명확하고 독자적인
형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해에 걸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할 것이며, 국가에서
가장 훌륭한 두뇌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 연구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회적 통제이지 법적 소유가 아니라는 원칙에
따라 그 첫 번째 목표는 모든 대기업의 관리자가 구성원들 ― 노동자, 사무원,
기술자 ―에 의해 노동조합과 소비자 대표의 참여 하에 임명되고 완전히 통제되는
방식으로 모든 대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생산 가격, 이윤의 용도 등
모든 기본적인 문제들을 결정한다. 주주들은 다만 계속해서 그들 자본의 사용에
대한 적절한 보상만을 받을 뿐 통제하고 관리할 권한은 가지지 못한다.

기업의 자치권은 생산을 사회적 목표에 기여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중앙
통제에 의해 억제된다.

소기업은 협조적인 기반 위에서 가동되어야 하고, 세금과 기타 다른 방법에 의해
육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협조적인 기반 위에서 가동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소유주와 똑같이 이윤을 분배받고 경영을 통제해야 한다.

전체 사회의 매우 중요한 기간산업들, 예를 들어 석유, 은행, 텔레비전, 라디오,
의약, 교통 등은 국유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국유화된 산업들의 관리는
구성원들과 노동조합, 그리고 소비자들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는 동일한 원칙을
따라야 한다. 사회적 요구는 있으나 생산이 충분치 못한 모든 분야에서 사회는
이들 요구에 기여하는 기업들에게 세제(稅制)상의 혜택이나 재정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개인은 공포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누군가의 강제에 복종할 필요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는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하며 의식주에 있어서 최소한의 물질적 요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물질적 안락을 좀 더 원하는 사람은 물론 그것을 위해 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삶에 필요한 최소치가 보장된다면 아무도 직접 · 간접의 물질적 강제에 의해 다른
사람을 억누르지는 못한 것이다.

사회주의는 사용하기 위한 사유재산을 폐지하지 않는다. 또한 수입의 완전한
균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수입은 노력과 기술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입상의 차이가 한 사람의 삶의 체험을 다른 사람이 나누어 가질 수 없게 만들어
다른 사람을 소외시키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원칙은 20세기 현실에 비추어 실현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통신 · 인쇄 기술의 현저한 발전을 고려해 볼 때, 현대 대중사회에 도시
집회의 원칙을 재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해서는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그 형태는 아마도 수십만 개의 긴밀한 소집단(일하는
장소, 혹은 거주하는 장소의 원칙에 따라 조직된)이 될 것이며, 이들은 중앙에서
선출되는 국회와 함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새로운 형식의 하원을 구성할 것이다.
권력의 분산은 아직도 전사회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기본적인 원칙들을 따르는
작은 지역의 주민들에 의해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가 추구되건 간에 본질적인 원칙은 식견을 가진 책임 있는 사람들 ―
최면적인 대중 암시 방법에 의해 조종되는 자동화된 대중이 아니라 ― 이 그들의
의지를 표현하는 가운데 민주적인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결정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른 모든 영역에서의 결정과 처리에
관해서도 자유를 회복시키기 위해 관료제의 지배력은 깨어져야 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낙하산식 결정을 없애고 일반 대중적 삶의 전 영역에서
밑으로부터 위로 ‘걸러져 올라갈 수 있는’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조합에 의해 조직된 노동자와 소비조합에 의해 조직된 소비자, 위에서 언급한
긴밀한 정치적 단위 집단에 의해 조직된 시민들이 계속해서 중앙 집권적인 권위와
교체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조치나 법률, 규정들이 일반 대중에 의해
제안되고 결정될 수 있으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선출된 대표들은 끊임없이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필요하다면 소환에도 응해야 하는 그런 방식이어야 한다.

그 기본 원칙에 따라 사회주의의 목표는 국가 주권의 폐지, 모든 군대의 해산,
그리고 국가들 간의 공동 복지의 실현에 있다. 

교육의 영역에서 사회주의의 목표는 개인의 비판적 능력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인성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기쁨과 이익을 위해 자신의 피암시성(suggestibility)이 착취당하고
교묘히 조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식은
단순한 물량적인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물질적 · 인간적 과정을 결정하는 기저의
힘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이성적인 도구여야 한다. 교육은 이성의 영역뿐만
아니라 예술의 영역도 포용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소외를 생산해 냄으로써
인간의 과학적인 이해와 미학적인 지각 사이를 갈라놓았고 그 능력도 저하시켰다.
사회주의의 교육목표는 인간으로 하여금 이성과 예술의 양 분야에서 충분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인간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단순한 지적
탐구자로만이 아니라 훌륭한 자질을 갖춘 참여자로 만들기를 원하며, 이러한 것이
단지 물질적 상품의 생산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삶을 즐기는 데 있어서도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소외된 지식화(intellectualization)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초등 교육과 중등 교육을 통해 실제적이면서 이론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이론과 실제를 장인 의식(유용한 물건의 예술적인 생산)으로
결합시켜 주는 책을 통한 교육과 창조적인 기예(技藝)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모든 성인들은 자신의 손과 기술로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생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권력과 착취에 기반을 둔 비합리적인 권위의 원칙은 방임주의적인 태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식과 기술의 능력 ― 위협, 폭력, 혹은 암시가 아닌 ― 에 기반을 둔
권위에 의해 대체되어야 한다. 사회주의 교육은 비합리적인 권위주의와도 다르고
원칙 없는 방임주의적인 태도와도 다른 새로운 개념의 합리적인 권위에 도달해야만
한다.

교육이 어린이와 젊은이에게만 한정되어서는 안 되고, 현재 존재하는 성인 교육의
형태가 크게 확대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 각자에게 살아가는 중에 어느 때라도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이것은
만약 각자의 최소한의 물질적 필요가 사회에 의해 보장되기만 한다면 경제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문화적 활동이 지적인 교육을 공급하는 데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형태의
예술적 표현(음악, 무용, 연극, 그림, 조작, 건축, 기타 등등을 통한)은 사람의
인간적인 발전에 매우 필요하다. 사회는 설사 좀 덜 중요한 다른 소비적 만족감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예술 행위와 아름답고 유용한 빌딩 건설의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창출할 수 있는 상당한 수단들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창조적인 예술가의 권위를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예술이 관료적이거나
국가적인 예술로 변질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예술가의
사회에 대한 정당한 요구와 사회의 예술가에 대한 정당한 요구 사이에 건전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사회주의는 예술 영역에서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가능한 모든 개인의
창조적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당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이 차이를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어떤 형태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대안이 없으며, 다만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종(人種)과 성(性)의 완전한 평등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 평등은 획일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인종과 민족
집단, 그리고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고유한 자질과 재능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이 행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종교적 활동의 자유는 국가와 종교의 완전한 분리와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앞서 말한 이러한 계획은 사회주의의 원칙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형식은 좀 더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구체적이고 상세한 문제에 관해 제의하는 것이
사회주의 정당의 주요 임무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는 실제적인
실험과, 사회과학이 제공해 줄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판에 박힌 낡은 생각 대신에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중략

진실로 사회주의는 현재 존재하는 사회보다는 좀 더 낫고, 좀 더 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희망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정당의 정강과는 다르다.
사회주의는 단지 자본주의의 결함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그 무엇인가를 성취하길 원한다. 사회주의는 주어진 경험적 사회 현실을
극복하려는 목표, 그러나 현실적 잠재력에 기초하고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사회주의자는 희망을 갖고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삶의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좀 더 나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의 형태이다” 라고. 사회주의는
동서양 문화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일으키게 했던 휴머니즘적 이상의 실현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은 이상을 원하지 않고 그들이 현재 살고 있는 위치를
뛰어넘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주의자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사람들은 무엇인가 자신의 그것을 위해 일할
수 있고, 또한 그에 대해 신념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다.
인간의 전체적인 생명력은 그가 자기 존재의 구태의연한 부분을 극복하고, 아직
성취되지는 않았지만 실현 가능한 희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사실에 달려 있다. 만약 인간에게 이성적이고 휴머니즘적인 희망을 위해 노력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는 결국 삶의 무의미함에 짓눌리고 참을 수 없게 되어
독재와 독단의 비합리적인 악마의 환상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사회가 아무런
이상도 제시하지 못하고 믿음도 요구하지 않으며 희망도 없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우리 사회주의자는 인간과 사회의 새롭고도 인간적인 형태에
대한 희망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 시민들이 이러한 희망과 이를 실현하려는 시도에 우리와 함께 참여해
주기를 그들의 믿음과 희망과 상상력에 호소한다. 사회주의는 사회경제적 ·
정치적 프로그램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 프로그램이다. ‘산업 사회라는 조건
하에서 휴머니즘 이상의 실현’이다. ‘사회주의는 근본적이어야 한다.
근본적이라는 것을 뿌리에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인간이다.’


○ 이 글은 아마 상당히 오래 전에 미국 사회당을 위해 쓴 논문인 것 같다.
세계적으로는 냉전체제가 유지되고 있었던 상황이다. 옮긴이는 에리히 프롬의
사상적 지주를 마르크스와 프로이드라 했다. 마르크스에게서 사회를 보는 빌었고,
프로이드에게서 사람을 보는 눈을 빌었다고 했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독일의 철학,
프랑스의 사회주의, 그리고 영국의 경제학에서 발전되었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24시간 동안 오로지 혁명만을 생각했던 사람이
레닌이다. 트로츠키는 영구혁명이라는 세계혁명을 주창하였다. 당시 러시아와 다른
정치경제적 조건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을 실현하려 했던 사람이 이탈리아의
그람시다. 마르크스의 사상이 레닌, 트로츠키, 그람시, 로자룩셈부르크 등으로
이어져 온 셈이다. 

이 글에서 주장하는 사상과 비슷한 류의 사상은 엥겔스의 ‘공산주의의 원리’일
것이다. 그리고 트로츠키의 ‘이행기 강령’은 혁명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강령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맹자의 여민사상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추상적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사상을 바탕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는지 곰곰이 생각할 문제이다.
노동조합은 어떤 원리에 의해 조직되어야 하고, 사회는 어떤 원리와 원칙에 따라
재편되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을 한다면 충분한 영감을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기술한 프롬의 사상은 마르크스의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계급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상과 일치하는 게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