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사· 정 삼각동맹을 분쇄하자!


		
							                           박주석   (해고자 발전산업노조)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참여로 나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 초 “중층적,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 한다”는 목표 아래 “사회적 대화(교섭)의 성사”를 핵심
사업으로 설정한 바 있다. 노사정위는 이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장인
셈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성사 움직임은 산하 연맹 및 대공장 노조들의 각종 기금
요구를 통해 그 추진력을 얻고 있다. 7월 2일, 금속산업연맹 자동차분과(분과장
이상욱 현대차 노조위원장)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는
자동차산업 노사공동협의체 구성 및 운영방안에 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보건의료노조는 연대기금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완성차
4사 노조의 사회공헌기금 요구, 보건의료노조의 노동연대기금 요구 등은 남한 판
연대임금 정책의 출발점인 셈인데,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이 연대임금 정책은
민주노총이 성사시키려는 사회적 대화의 핵심적인 의제이다. 남한 노조운동의 핵심
사업장인 완성 4사 노조의 동의까지 얻어낸 사회적 대화 성사 움직임은 이제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통과라는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사회적 대화(교섭)는 무엇이며, 누구를 이롭게 하는가?  

1) 남한 노동운동을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동반자로!   

작년 현대자동차 임단협 투쟁이 마무리되자, 조중동을 위시한 자본의 언론들은
일제히 연봉 6천만 원 짜리 ‘귀족노동자’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임금동결에
노사정이 합의한 네덜란드를 배워야 한다고 떠들었다. 그리고 올해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20세기 초 노사분규가 세계에서 가장 심했고
노사관계가 최악이었”던 스웨덴이 “1938년 살츠바덴이라는 곳에서 일주일 동안
노사가 모여 논의해 대타협을 이끌어냈다”며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년과 올해에 걸쳐 정부 내 ‘개혁파’의 입을 통해 네덜란드 모델,
스웨덴 모델에 대한 얘기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열우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17대
국회 개원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사와 정부,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경제사회발전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노무현 정권은 어떤 목적으로 노사정 협력기구를 제안하고 있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한 자본의 경쟁력 강화이다. 스웨덴 모델, 네덜란드 모델에서 정부가 주로
끌어오는 사례들은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협조적인 노사관계로 바뀌었고, 파업이
거의 없었다는 것 등이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복지국가’와 이를 위한 비용은
정부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노동운동 내에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세력들이 스웨덴과 네덜란드 모델에서
끌어내고 싶은 내용이 정부 및 자본과 같을 수는 없다. 이들이 서구의 모델을 통해
주로 하는 얘기는 전국단위 노동조합과 ‘진보’ 정당의 정책 ·경영 참여, 그리고
이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복지 등이다. 
이렇게 사회적 대화, 노사정 대화 기구를 통해 이루려는 바가 서로 다르다면,
동상이몽 속의 오월동주가 될 것이 뻔하다면, 그 모델이 뭐든 간에 노사정 협력
기구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정부와 자본이 경제성장을 위한 노동 대중의
희생을 요구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노사정위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최근 중집을 통해 사회적 교섭기구가 서구와는
다르지만 추진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네덜란드, 스웨덴 모델이 아니어도 사회적
교섭 기구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상층 지도부는 왜 서구의 모델이 아니어도, ‘제대로 된’ 기구가 아니어도
노사정위에 들어가려고 하는가? 자본주의의 전복을 포기한 그들의 전략적 목표가
계급타협 체제의 수립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노사정위 참여 노력이 그 동안의
시도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사회적 대화(교섭) 전략을 공공연히 표방하면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상층 지도부는 노사정위 참여, 불참 문제를
‘투쟁과 교섭의 결합’이라는 문제로 설명해왔다. 즉 정부 및 자본의 태도에 따라
노동 측이 참여할 수도 있고 불참할 수도 있는 전술상의 문제로 이야기해왔다.
‘국민파’와 ‘중앙파’ 사이의 논란도 주로 노사정위를 전술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사정간의 대화 또는 교섭이 전략이 되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전술은
전략에 종속된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의 모든 활동들, 모든 투쟁들이 전략으로
상정된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키는 데 복무해야 한다. 투쟁이 너무 과격하여 정부
및 자본가들이 놀라게 해선 안 된다. ‘무리한’ 요구로 이윤을 침식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고, 감옥에 가두어도 사회적 대화 성사
노력만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부 및 자본의 태도가 어떠하든 간에 사회적
대화(교섭) 체제가 민주노총이 일관되게 추구해야 할 목표로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체제의 성립을 전략으로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항구적인 계급협조주의 체제가 노동조합운동의 목표가 되고, 노동조합이
국가경쟁력, 곧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현 남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총 노동과 총 자본이 타협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이른 바
‘생산성 연대’로 알려진 방식이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 정당과 노조는 장외
투쟁과 파업을 자제하며 생산성 향상 범위 안에서 이익을 추구하고, 정부 및
자본은 노동조합 지도부에 정책, 경영 참여의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계급타협
협정을 맺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전략에 이론을 공급하고 있는 이병훈 교수는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현존하는 사회경제적 여건은 정부와 노동조합에게 공유될 수 있는 당면과제를
안겨주고 있는 바, 사회적 대화를 통한 사회통합적 경제-노동체제의 모색과
생산성연대를 이해타협지점으로 모색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임. 이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관료집단이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개편의 추진
장본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상의 국가적 문제의식을 집권세력의 개혁그룹과
노동운동 및 진보정치세력간의 정책적인 공조가 요망된다고 하겠음.”(이병훈,
[한국 노사관계 지형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대화 전략] )

김금수, 김대환 등의 정부 내 ‘개혁’ 세력과 동맹을 맺고, 노사정위를 생산성
연대를 위한 장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항구적인 사회적 합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의 전략 목표인 것이다.  

2) 신자유주의적 ‘사회적 합의’ 

앞서 지적한대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서구와 같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어렵다”고
인정했다. 잘 알려진 바대로, 서구에서 사회적 합의는 완전고용과 복지국가를 통해
유효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케인즈주의와 2차대전 후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장기 호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 대타협, 사회적 합의(협약)
등의 이름으로 진행된 유럽에서의 계급타협은 노동운동의 순치를 가져왔지만, 상층
지도부가 계급투쟁을 포기하는 대가로, 상층 지도부가 대중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도록, ‘복지국가’와 완전고용, 실질임금 상승과 같은 ‘떡고물’이
노동대중에게도 주어졌다. 이 모두가 호황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남한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케인즈주의 대신
신자유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는 서구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깨고, ‘복지국가’를 해체하고 있다. 이런 판에 남한에서 정권 및 자본이
계급투쟁을 완화할 목적으로 노동대중의 생활수준 향상을 일정정도 허용하는
사회적 합의를 맺으려 할리 만무하다. 현 상황에서 합의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사회적 합의’, 즉 남한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대중을
희생시키는 합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남한 자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권 및
자본과 함께 고민하는 합의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사회적 합의’의 모습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이전에
이미 선을 보이고 있다. 산별 노조 및 각 연맹과 대공장 노조들은 합의의 성사를
위해 계급 이익을 희생시키는가 하면,  자본과 함께 남한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주 5일제 시행 사업장은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본의 압력에 굴복, 2%라는, 근래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타결하였다.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다’며 연대기금 요구까지
제출한 보건의료노조는 “연대”라는 명분이 무색하게도 새로이 고용되는 노동자는
생리휴가의 임금보전을 받지 못한다는 데 합의해주었다. 오히려 미조직 노동자의
생리 휴가 수당을 박탈하는 데 일조한 것이다. 

한편, 현대차 등 완성차 4사 노조는 올해 자본 측이 기금을 내놓으면 노조 측도
내놓겠다는 전제 아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요구를 내놓았다. 이러한
요구는 금속산업연맹 자동차 분과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자동차산업
발전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결말났는데, 이 협의체는 앞으로 “비정규직
고용을 포함하여 산업공동화 방지 및 고용창출, 미래형 신차개발, 인적 개발,
대정부 사업 등 자동차 산업의 전반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한다.
노동조합이 자동차 산업 자본가들과 함께 남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영세·미조직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제기된 각종 기금
요구가 본말이 뒤바뀌어 계급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노사가 협조하는 길로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완성차 4사의 경우에서 보듯, 남한 산업의 경쟁력에 노동자의 고용과
복지가 달려 있다는 자본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한 자본의
경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는 정권 및 자본과의 합의, 교섭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3) 정부 및 자본과 노동관료의 삼각동맹

서구와 판이하게 다른 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사회적 합의’를 성사시키고야
말겠다는 태도는 어디로부터 비롯하는가? 신자유주의적 ‘사회적 합의’라도
기꺼이 체결하겠다는 태도 속에는 대중의 계급이익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계급타협 속에서 안정적인 노동관료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노동운동 내 개량주의
세력의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사회적 대화와 산별 교섭 등을 통해 구성되는,
정책 및 경영 참여를 위한 각종 위원회와 기구들에 참여하는 안정적인 노동관료가
되고, 또 의원이 되고 정부 내 노동관련 부서의 각료, 참모가 되고 싶은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노동운동 내 개량주의 세력의 이러한 열망들이 예전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작금의 사회적 합의는
한마디로 노동운동 내 개량주의 세력이 총자본의 노동(담당)보좌관이 되어 정부 및
자본가들과 남한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심하는 삼각동맹이다. 이 동맹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동운동으로부터 파업 자제와 임금 인상 자제, 생산성 향상
노력이라는 선물을 받는 정권과 자본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 관료들의 안정적
지위를 위해 자신의 계급이익이 희생되어야 하는 노동대중이다. 

2. 사회적 합의주의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권이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내용의 선동을 하고, 민주노총
대대에서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필요하고 긴요한 일이다. 하지만 서구와 조건이
달라도, 대중의 희생이 뒤따라도 기어이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세력이
노동운동의 패권을 쥐고 있는 한, 계급타협으로 나아가는 흐름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곧 노동운동 내 개량주의 세력의 영향력을 무력화하는 투쟁이며,
사회적 합의주의는 노사정위 불참 선동과 같은 일회적인 대응을 통해서가 아니라
혁명적 노동운동 세력의 성장을 통해서만 분쇄될 수 있다. 

1) 노·사·정 삼각동맹을 분쇄하는 방향의 운동 노선을 확고히 하자!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소속 현장조직들, 그리고 이 현장조직에 직간접으로
개입되어 있는 노동운동 세력은 '현장파‘로 불리며 ’중앙파’, ‘국민파’와
노동운동의 주도권을 다투었다. 하지만 04년 현재 조직화된 세력으로서
‘현장파’는 흔적도 없이 그 자취를 감추었다. ‘현장파’는 ‘중앙파’,
‘국민파’와의 투쟁에서 참패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배출하지 못해서,
산별연맹과 단위 노조의 집행부를 장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현장파’의 자기
정체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집행부 장악에 목숨 걸고, 자본과 무원칙하게
타협하는 ‘중앙파’, ‘국민파’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에 ‘현장파’는
패배했다.  

현장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전의 현장조직운동의 단순한 재판이어서는
안 된다. 실패를 교훈삼아 더디더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야 한다. 우리가
현장에서부터 건설해야 할 운동의 방향은 삼각동맹을 통한 계급타협, 계급협조
체제를 깨뜨리고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제 노동운동의 전통에서
이러한 운동은 공장평의회·현장위원회 운동 등으로 불려왔다. 이러한 방향의 운동
노선을 확고히 하고 남한 운동의 현실에 맞게 가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2) 전략적 동의 세력의 결집을 추진하자!

노사정 동맹을 분쇄하는 운동 건설에서 핵심은 개량적 노조 지도부의 관료적
명령을 언제라도 거부하고 독자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현장 장악력과 이를
위한 조직이다. 이러한 지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결집을 추진하자. 핵심 대오의
결집을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단위 사업장별로 흩어진 현장 활동가들을
규합하여 삼각동맹 분쇄의 방향을 분명히 하는 현장조직을 건설하자. 그리고
기존의 현장조직을 전투적으로 재편하자. 이러한 방향 속에서만 혁명적 노동운동
세력의 결집과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