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근자가 왜 힘든지 아십니까?

주5일 노동하니까, 더 편할 것 같은 데 사실 더 힘들 겁니다. 전에는 일정한 작업량을 6일 만에 해치웠는데, 이제는 5일 만에 해치워야 하니까 힘든 겁니다. 6일 하던 일을 5일 만 하도록 한 것은 다른 사람을 채용해서(인원을 증원해서) 그 일을 맡기자는 취지였습니다. 노동시간 단축해서 일자리를 늘이자는 말이 바로 그런 취지입니다. 정부에서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실업자가 늘어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사측은 인원을 늘이지 않고 오히려 계속 줄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주5일하는 바람에 일근자들은 토요일 하던 일을 월, 화, 수, 목, 금요일 중에 추가해야 합니다. 토요일 4시간 하던 일의 양과 강도를 평일에 채워야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더 힘들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사측은 엄청 좋아집니다. 토요일 4시간 동안 조합원 관리해야 하는데, 그거 안 하고 쉬니까 좋죠. 사무실 불켜고, 컴표터켜고, 수돗물 등등의 경비 들어가는 데, 토요일 쉬면 그 경비 안 들어가서 남는 겁니다. 거기에다가 토요일 해야 할 몫의 일은 주중에 일근자들이 어짜피 해야 하는 거니까 사측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근자들은 엄청 힘들고, 사측은 앉아서 돈 버는 것입니다.

숫자 놀음 해 볼까요?

발전노조에 조합원이 6,300 명입니다. 그 중에 일근자들이 약 60%를 차지합니다. 60%면 일근자가 대충 3,700 명이 넘습니다. 한 달에 토요일을 네 번 치면 일하는 시간이 사 사 십육, 16시간 됩니다. 일근자들이 전원 한 달 동안 토요일에 일하던 시간은 37,000명 * 16시간 하면 나옵니다. 그 시간은 59,200시간이 됩니다. 토요일 휴무하면 59,200시간 몫의 일을 다른 사람이 해 줘야 온전히 쉬는 게 됩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8시간 일하므로 59,200시간에다 8을 나눠 봅시다. 그러면 7,400시간입니다. 한 달은 30일이니까 다시 30을 나누면 246이 나옵니다. 결국 246 명을 더 채용해야 토요일 몫의 일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습니다. 이 246명을 5로 나누면 각 발전회가가 인원을 증원해야 할 숫자가 나옵니다. 그 수는 49가 넘습니다. 각 발전회사는 49 명을 더 증원해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일근자들은 토요 휴무하면서 대신 평일에 49 명분의 일을 더 하는 것입니다. 사실 한 달은 4주가 더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사측은 더 남는 것이지요. 조합원들에게는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결국 노동강도 증대로 대신하니까 말입니다.

권리는 쟁취하는 것입니다.

사측이 돈이 없어 안 해줍니까? 사측이 돈 없다는 소리는 못하지요. 각 발전회사는 1년에 순익 1,000억 원은 챙기니까요. 순익 1,000억 원이 남는데 49 명 채용 못할 리가 없지요. 일근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사측에 저항하지 않으니까 사측은 계속 밀어부치는 것입니다. 저항하더라도 그 강도가 미미하니까 사측은 “에이, 저러다 말겠지”하면서 개기는 것입니다. 발전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말 소박한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윤의 30%를 성과급으로 확정하자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사측이나, 자본가들은 결코 알아서 챙겨주지 않습니다.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쟁취해야 합니다.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힘쓰는 일을 ‘투쟁’이라고 합니다. 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 1872년 독일의 법철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라는 사람이 지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렇듯 05년 투쟁은 너무도 정당한 투쟁입니다.
발전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53921에 ‘사장님’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말 틀린 말 아닙니다. 사측이 평소에는 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때는 사측의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일근자와 교대자들의 처지가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사측이 말하는 사회적 여건은 이미 오래전에 성숙되어 있습니다. 청년 실업자를 고용하자는 게 사회적 여건이고 국민들의 바람입니다.
노동시간 단축하고 노동강도 늘릴 바엔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떳떳하게 말합시다. 다 같은 목소리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