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섭기구 대책 건은 거부하여야 한다.

오는 05년 1월 20일부터 속리산에서 개최되는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 상정한
‘사회적 교섭기구 대책 건’을 거부하여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 

05년 1월 13일 전경련 강연회에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2월 국회 재상정 예정인
비정규법안에 대해 정부안이 노사 양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합리적인 방안임을
재강조하고 수정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정부의 기본입장은 사용자에게 고용의 유연성은 허용하되
차별은 시정하자는 것"이라는 기본입장을 재확인하고 "노사 모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른 내용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균형을 취한
법안으로 보고 기존 골격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는 05년 1월 18일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선진사회협약’을
체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정규직 또한
비정규직으로 만들면서 노동조합을 사용자의 노무관리 부서화 하려는 정부의
노선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들에 대해 고전적인 통치 방식인 탄압과 회유라는 수단을
여전히 구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활용하고 있는 노사정이라는 ‘사회적
교섭기구’이든 열린우리당 의장이 말하는 ‘선진사회 협약’이든 간에 이는
노동자들을 교란시켜 정부와 자본의 이익을 확장하려는 노동자들에 대한 회유책의
한 방편에 불과하다. 

정부는 현대자동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불법파견이라 판정을
내려놓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본으로 하여금 수습을 할
수 있도록 시간벌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면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불법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언론에
퍼뜨리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편파적인 처사임을 드러낸다.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일 경우 길어도 삼 일 이내에 긴급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법 집행에 나선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자본가들이 불법파견을 자행한 것에 대해 그렇게 시급히 법
집행을 한 경우를 아직 본 적이 없다. 

지금 현대자동차 5공장에서는 불법파견에 대해 정규직화는 고사하고 비정규직노조
대의원을 해고시켰다. 자본은 불법파견으로 야기할 투쟁의 불씨를 애초에
잠재우겠다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에 맞서 현대자동차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 1,2,3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잔업거부를 하며 함께 투쟁에 돌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두요구를 남발하고 있으며,
자본은 손해배상 하겠다고 탄압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와 자본이 하고자 하는 일은 바로 이와 같이 불법파견이라는 시비를 없애기
위해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파견을 합법화하려는 것이 파견법을 개악하려는
목적이다. 애초에 정부가 파견법 개악 안을 국회에 상정할 때에도 노동자들의
의견은 묵살하였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다시 밝혔듯이 정부가 가는 길에
순종하지 않는 한, 노동자들은 낄 틈이 없다고 했다.  

정부의 대 노동자 탄압노선이 확고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공세를 분명히 한
정세에서 노동자들의 대정부 투쟁 노선에 변화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지난해 9월
21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총파업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의 대 노동자에 대한 탄압 노선이 분명한 이상,
노동자들의 대 정부 투쟁 노선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기구 대책 건’은 마땅히
거부하여야 한다.

지난 해 12월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면서 민주노총 집행부가 토로했던 것은 현장
동력에 대한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적 교섭기구’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정부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현장의
동요만 가중시킬 뿐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계획을 세워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현장에서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토론을
심화시키고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정부는 무엇 때문에 파견법을 개악하고 기간제를 개악하려는지, 노사관계 로드맵이
진행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에 어떠한 악영향을 가져 올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현장을 조직하는 것이 대책일 것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총파업 날짜를 분명하게 잡아 놓고 그 일정에 맞춰 투쟁에
돌입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조직적 긴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처럼 총파업 날짜가 고무줄같이 늘어난다든가 들쭉날쭉 하기를 반복한다면
조직적 긴장감은 유지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투쟁을 위한 정확한 목표, 집행부의 확고한
투쟁의지, 그리고 일사불란한 행동을 위한 분명한 일정이다. 정부라는 상대는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킬 분명한 일정을 잡아 놓고 가는데, 노동자들이 분명한
일정을 잡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정부와 자본이라는 상대를 이롭게 할 뿐이다.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러한 일들을 실천에 옮기는 데 드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탄압 노선이 분명한 이상,
노동자들의 대 정부 투쟁 노선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교섭기구
대책 건’은 거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