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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창구 단일화?

복수노조 2011.03.22 조회 수 1693 추천 수 0
[노동현안 리포트] 교섭창구 단일화?
 

김형동 변호사

“2011년 7월1일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시행된다”고 한다. “복수노조가 되면 조직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용자의 노무관리비용이 급증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같은 동의가 보수언론과 정부의 선전 탓은 아닌지 고민해 볼 때다.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의혹이 너무나 많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는 2011년 7월1일이 되지 않은 지금 이 시각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우선 기업 결합에 의한 복수노조가 있다. 초기업단위노조 지부 형태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2000년부터 이를 인정해 왔다. 특히 초기업단위노조 지부는 형식상 독립 노조는 아니지만 엄연히 노조의 실질을 갖췄으며 위임의 방식으로 단체교섭까지 할 수 있다. 다수의 지역·일반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그동안 이와 같은 형식으로 노동3권을 누려 왔다. 결과적으로 법률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법원에 의해 복수노조를 인정받아 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2011년 7월1일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새로운 제도는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라고 불러야 정확한 표현이다. 복수노조라 불리고 있지만 실은 창구단일화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이러한 혼동은 사용자와 정부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듯하다. 노조활동 자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후퇴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을 통산이다.



먼저 복수노조 시행이 사용자에게 커다란 부담이 된다는 주장은 구체적이고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단순한 산수놀음에 불과하다. ‘하나’보다는 ‘둘이나 그 이상’이 많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는 정도의 생각이 아닐까. 어떤 과정으로 얼마간의 비용 증가가 있는지 실증돼야 한다. 앞서 든 예와 같이 지난 10여년 이상 복수노조를 운용해 온 사업장들에 대한 사례 연구는 쉽게 할 수 있다. 기업결합 이전과 이후 노사관계 비용을 비교한다거나 초기업단위노조의 지부가 설립된 경우를 비교하면 된다.



무엇보다 헌법체계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사용자의 경영권이 노동3권에 우선할 수 없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굳이 경영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끌어올린다면 정부의 주장은 이른바 헌법상 기본권 충돌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의 경영권 보장을 위해 노동3권을 제한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3권은 자유권적 기본권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천부인권으로 기본권 주체가 누려야 할 불가침의 기본권이다. 생명권·자유권과 같은 절대적 기본권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영권은 어떠한가. 원래 경영권이라는 말조차 과거엔 없었다.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권리가 아니던가. 경영권을 인정하더라도 법률상 권리 정도로 봐야 한다. 설사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더라도 재산권에 기초하거나 헌법의 기본질서 중 하나인 사회적시장경제 질서의 통제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즉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에 불과하다.



결국 원활한 경영권 보장을 위한 노동3권을 제한하겠다는 주장은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또한 창구단일화는 헌법이 명문으로 보장한 노동3권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위헌이라는 논리는 널리 인정받고 있다. 법률이 헌법정신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지식이다.



때로는 위 주장의 근거로 여타 외국 복수노조 사례를 들곤 한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나라 대부분이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 창구단일화 방법이 우리 법과 같이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우리 헌법체계와 그들의 체계가 같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노동착취의 역사적 반성으로 헌법에 노동3권을 명문화하지 않았던가.



노조법상 창구단일화는 공무원노조법이나 교원노조법에서도 찾기 어려운 방식이다. 노조법상 노동자가 공무원과 교원 이상의 책임을 지울 만큼 국가로부터 보상받은 그 무엇이 있는가.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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